역행하는 R&D, 市銀연구소 '홍보용 부서' 전락
역행하는 R&D, 市銀연구소 '홍보용 부서' 전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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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이후 성과주의 전략 팽배 지속적 규모 축소 
덩치에 못미치는 '기형'...'Think Tank'로 거듭나야" 
 
[서울파이낸스 공인호 기자]<ihkong@seoulfn.com>최근 미래 성장동력으로서의 금융산업 발전을 위한 금융관련 연구의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지만, 금융산업 발전의 '두뇌' 역할을 하고 있는 국내 대형 시중은행 산하 금융연구소의 규모는 오히려 축소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5일 은행권에 따르면 각 시중은행 산하 금융연구소 규모는 IMF 이후 지속적으로 축소 일로를 걸어 현재는 겨우 그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IMF 이전에는 대부분의 시중은행이 100여명에 가까운 전문인력을 선발해 법인 형태로 운영해 왔다.

그러나, IMF 이후 각 은행의 경영전략이 성과위주로 전환되면서 연구소에 대한 지원규모는 물론 인력까지 대폭 줄이거나 그나마 유지한 인력도 각 실무부서로 편성됐다.
이에 따라, 현재 연구소가 발간하고 있는 연구자료는 순수한 연구자료라기보다 사내직원들과 일부 기업고객들을 위한 '홍보용' 자료로 쓰이고 있는 게 현실.
실제로, 시중은행들 중 하나은행만이 '하나금융연구소'를 55명 인력구조의 법인형태로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현재 국민은행의 'KB금융연구원'은 50여명 연구 인력구조의 6개 팀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신한은행의 '신한FSB연구소'는 2개팀으로 10여명만이 연구에 참여하고 있다.
그나마 이들 은행은 연구소 형태를 유지하고 있지만, 우리은행의 경우 모든 연구인력이 우리은행 전략기획팀으로 편성돼 35명이 연구소 역할을 대행하고 있다.
한 은행 연구소 관계자는 "IMF 이후 성과 위주 경영전략으로 전환되면서 연구소의 규모가 줄어들고 있는 건 사실이다"며 "그러나 전략 기획팀이나 그외 비슷한 성격의 부서와의 연계를 통해 연구를 지속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신한은행의 FSB연구소는 부족한 인력을 신한지주 산하의 '미래경영팀'과의 연계를 통해 해결해 나가고 있으며, KB금융연구원은 CEO의 절대적인 신뢰를 바탕으로 경영현안 및 현장을 연구의 주요 대상으로 하고 있다.
또,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별도의 자회사라는 강점을 바탕으로 거시금융환경에 연구의 초점을 맞춤으로써 그룹의 'Think Tank' 역할을 하고 있으며, 우리은행은 컨설턴트, MBA 출신 등의 우수한 외부인력을 영입해 경영전략 및 실무 위주의 연구로 연구소의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연구소의 역할과 규모가 IMF 이전 수준으로 확대돼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연구인력이 축소되면서 점차 국책은행 및 대기업의 연구자료에 의지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며 "IMF 위기 당시, 공적자금을 수혈받은 은행으로서는 경영 정상화를 위해 연구소의 규모를 축소하는 등의 비용을 최소화해야 했지만, 대기업 못지 않은 규모로 성장한 현재 시점에서는 연구소의 역할을 다시 강화해 나갈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삼성그룹은 119명 규모의 '삼성경제연구소'와 40명 규모의'삼성금융연구소'를 통해 기업내 활용은 물론, 각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제고와 새로운 성장동력 창출을 위한 오피니언 리더로서의 역할을 해오고 있다. 기업의 발전 뿐 아니라 국내 경제 및 금융발전의 'Think Tank' 역할을 해 오고 있는 것.
또, LG경제연구원과 현대경제연구원 또한 100여명 이상의 연구원이 활발한 연구활동을 통해 국가 기반산업의 경영 혁신을 선도하고 있다. 아울러 국책은행들도 각 은행의 성격에 맞는 연구를 지속해 오고 있다.
그에 반해 각 대형 시중은행들의 연구는 금융산업의 발전의 방향을 제시한다기 보다 내부 자료로 활용되는 데 그치고 있다.

한 시중은행의 연구소 관계자는 "글로벌 은행들이나 가까운 일본 은행들은 대부분 자회사 형태로 분리 운영하고 있으며 연구 인력 또한 점차 늘려가는 추세"라며 "국내 금융산업에서 은행이 차지하는 비중 만큼의 연구활동으로 국내 금융산업 발전의 리더로서의 역할 확대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삼성·LG·현대 같은 대기업의 연구자료는 대부분 경제의 전분야를 다루고 있어 국내 금융산업에 관련된 연구는 일부분에 그치고 있다"며 "국내 은행들이 대부분 지주회사 형태로 전방위적인 영업을 하고 있는 만큼 은행, 증권, 보험 등의 금융 전분야의 발전 방향과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금융 연구소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공인호 기자 <빠르고 깊이 있는 금융경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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