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홍승희 기자] ‘협치’를 기치로 한 야당의 대정부 공격을 보노라면 대통령의 통치권을 어디까지 인정하느냐는 근본적 문제제기인 듯도 싶어 당선 한 달을 겨우 넘긴 문재인 정부의 앞날이 걱정스럽다. 야당은 지난 대선기간에 개헌논쟁에 불을 지피려 애를 써왔음을 모르지 않지만 아직은 분명 대통령 중심제 국가인 대한민국에서 대통령 중심의 국가운영을 용납할 수 없다는 듯 몰아가기 일변도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협치란 무엇인가. 야당이 사사건건 함께 결정하는 게 협치인가. 나라의 미래를 결정할 중요한 문제에 대해서는 여야가 함께 논의해 나가야겠지만 당장 정부를 꾸려나가는 일에 대해서까지 일일이 야당이 참견하겠다고 하는 게 협치일 수는 없지 않은가.

정부 여당이 야당과 자주 머리를 맞대고 국정을 의논하는 것은 굳이 현재와 같은 여소야대 정국이 아니어도 바람직하다. 더욱이 양대 정당 체제도 아닌 다당제가 형성된 지금 정부도 여러 야당과의 잦은 접촉과 대화, 설득이 필요하다는 걸 모르는 이들은 없다.

또한 현재 협치의 시험대마냥 야당이 공세를 펴고 있는 인사청문회도, 추경예산 심의도 국회의 고유권한인 것이 맞다. 따라서 야당이 정부의 적절치 못한 인선이나 예산배분 등에는 제동을 거는 게 옳다.

다만 지금 내각 인선이나 추경을 둘러싼 야당의 반대가 꼭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것만은 아니라고 보는 시선들이 많다는 게 문제다. 일부 야당의 경우 정부 무력화를 도모하기 위한 ‘공세를 위한 공세’를 펼친다는 인상을 주고 있기도 하다. 그래서 요즘 야당이 국회에서 보여주는 태도는 ‘협치’를 미끼로 대통령의 굴복을 요구하는 것으로 비쳐지기도 한다.

어차피 현대의 대의정치란 정치인의 모든 행위에 자신의 정치적 기반을 강화하기 위한 계산을 깔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대통령의 연설을 보며 다분히 의도적으로 보이는 ‘조는 모습 보이기’, 국회연설에 나선 대통령의 연설이 시작되기도 전에 ‘피켓들고 시위하기’ 등 자유한국당이 연속적으로 보여주는 ‘대통령 무시하기’ 식의 행동도 그들 나름대로 자신들의 표밭에서 지지를 얻을 방법으로 여겨서 나온 계산된 행동일 터다.

그런가 하면 국민의당의 경우 인사청문회를 야당 체면세우기의 기회로 여기는 게 아닌가 싶다. 자유한국당으로부터 민주당 2중대 소리에 발끈해서 한두명은 반드시 낙마시켜야 한다는 강박증을 보이고 그걸 청와대가 양보해달라고 협박인지, 애원인지 모를 소리들을 한다. 그러다 문재인 정부 2중대가 아니라 자유한국당 2중대로 전락하는 건 아닌가 싶어 안타깝기도 하다.

‘협치’는 정치공학도 아니고 단순한 숫자의 교환도 아닐 것이다. 여당이 선심 쓰듯 뭔가를 양보하면 협력하겠다는 것이 협치일 수는 없는 것이다.

야당이 ‘협치’에 참여하는 방법은 우리 정치사에서 아직 이렇다 할 전례가 별로 없다. 국가의 미래를 향한 충정, 민의를 제대로 대변하기 위한 충심으로 정부와 협력할 것은 협력하고 비판할 것은 비판하는 ‘원칙’이 훼손되면 사이비 야당으로 전락하거나 대책없는 반대만 일삼아 수권정당으로서의 입지를 상실할 위기에 처할 수 있는 매우 까다로운 정치기술일 것이다.

어쨌든 지금 야당은 야당다운 야당의 모습을 스스로 정립하지 못한데서 오는 여러 가지 혼란을 겪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그래서 매우 조급하다는 인상을 준다.

정권이 뭔가를 하고 난 후에 그에 대한 반작용으로 나오는 것도 아니고 인수위원회 2개월이라는 준비기간도 없이 출발선상에 선 새 정부를 향하는 공격은 너무 빠르다는 느낌이 든다. 적어도 2020년 총선까지는 기간도 많이 남았는데 왜 그리 조급할까.

이제 겨우 시작된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재판 때문인가. 그도 아니면 조선왕조 사대부들처럼 왕은 단지 사대부의 우두머리일 뿐 절대권력자가 아니라고 끌어내리며 왕의 개혁을 가로막던 정치토양의 부활을 꿈꿔서일까.

조선왕조에서 왕은 절대권력자가 아니었기에 늘 사대부들로부터 ‘모범을 보이라’는 요구를 받았지만 사대부들 스스로는 결코 누구에게도 그다지 모범을 보이지 못하는 일들이 비일비재했다. 그렇게 나라를 들어 일제에 바치고 식민지 귀족이 되어 명예인줄 거들먹거렸다.

그 조선의 사대부, 특히 구한말 국정을 농단했던 ‘노론’ 당파의 정치철학을 지금 왕조국가도 아닌 대한민국에 다시 일으켜 세우려는 헛된 노력은 제발 아니길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