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岐路에 선 동화면세점…입주업체들 고용불안 '발동동'
[초점] 岐路에 선 동화면세점…입주업체들 고용불안 '발동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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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시 종로구 광화문빌딩에 위치한 동화면세점의 모습. (사진=동화면세점)

호텔신라-롯데관광, 경영권 갈등…면세점 증가로 상황 '악화일로'

[서울파이낸스 김태희 기자] 동화면세점 지분을 둘러싼 호텔신라와 김기병 롯데관광개발 회장의 갈등이 소송전으로 이어지고 있다. 양측 모두 경영권을 거부하면서 동화면세점 입점 업체들만 고용불안을 안게 됐다.

1일 면세점 업계에 따르면 호텔신라는 지난달 김 회장을 상대로 한 주식매매대금 반환소송을 법원에 제기했다. 또 김 회장이 소유한 롯데관광개발 주식 중 1111만2000주에 가압류를 신청, 법원은 지난 4월25일 이를 받아들였다.

김 회장은 2013년 5월 호텔신라와 주식매매계약서를 체결하면서 동화면세점 주식 19.9%(35만8200주)를 호텔신라에 매각했다. 호텔신라는 이를 근거로 김 회장에게 600억원을 빌려주고 3년 후 풋옵션(매도청구권) 실행을 계약조건으로 걸었다.

이후 호텔신라는 지난해 6월 풋옵션을 실행, 김 회장에게 동화면세점 지분 19.9%를 다시 매입할 것을 요구했다. 상환금은 지분 19.9% 매각에 대한 600억원과 이자 116억원(연 5%), 가산금 72억원 등 총 788억원이다.

하지만 김 회장은 상환금을 마련하지 못해 담보로 제시했던 동화면세점 지분 30.2%를 호텔신라에 귀속시키겠다는 입장이다.

김 회장은 "계약조건에 따라 주식을 재매입하지 못할 경우 위약벌로 지분 30.2%를 호텔신라에 귀속시키기로 했고 호텔신라는 어떠한 일체 추가 청구도 하지 않는다고 명시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호텔신라는 채무자의 변제 의무를 다하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김 회장이 충분히 변제 능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지키지 않으려한다는 주장이다.

호텔신라 관계자는 "계약조건에 따라 풋옵션을 진행했고 투자금을 회수하려는 것뿐"이라며 "담보권 실행 여부는 결국 채권자에 있고 채무자가 결정할 사안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기본적으로 담보라는 것은 채무자가 변제 의무를 지키기 위해 내놓은 것인데 롯데관광개발의 최대주주인 김 회장은 변제 능력이 충분히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의무를 다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이 치열한 공방을 벌이는 데는 여러가지 이해관계가 얽혀있기 때문이다. 600억원이 넘는 현금이 오가는 상황이기도 하지만 결국 문제는 동화면세점의 경영권이다. 담보로 잡힌 동화면세점 지분 30.2%를 호텔신라가 획득할 경우 총 지분율 50.1%로 경영권이 넘어간다.

동화면세점은 1973년 3월 서울 종로구 광화문빌딩에 설립된 국내 최초의 시내면세점이다. 3대 명품이라 불리는 루이비통, 샤넬, 에르메스 등을 유치하며 2015년까지는 국내 시내면세점 3위에 이름을 올렸었다.

그러나 관세청이 서울 시내면세점 수를 늘리면서 상황은 바뀌었다. 신세계와 한화, 두산 등 대기업 면세점이 시장에 대거 진입하자 중소면세점인 동화면세점은 순위권에서 밀려났다. 결국 지난해엔  124억800만원의 영업 손실을 기록했다. 신규 면세점이 등장하기 전인 2015년 영업이익은 15억3576만원이었다.

더욱이 신세계, 현대, 탑시티 등 3개 업체가 추가로 서울 시내면세점 오픈을 준비하고 있어 상황은 더욱 악화될 전망이다.

게다가 호텔신라와 김 회장 간의 문제가 공론화되면서 루이비통은 올해 1월 동화면세점에서 매장을 철수했다. 루이비통은 오는 9월 서울 남대문에 위치한 신세계면세점에 새 매장을 오픈한다.

결국 김 회장이 주식매매대금을 모두 호텔신라에 상환하고 동화면세점을 경영한다고 해도 치열해진 시장 경쟁 속에서 돌파구를 찾기 어렵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존망의 갈림길에 떠밀렸지만 퇴로도 막힌 셈이다.

경영 상황이 악화되자 입점 업체들은 앞서 매장을 철수한 루이비통처럼 자진해서 사업을 정리해야할지 사업성을 검토하고 있다. 루이까또즈, 스킨79, 보브, 베네피트, 조성아22, 제이에스티나 등 올해 들어 동화면세점에서 퇴점 한 브랜드만 27개에 달한다.

현재 동화면세점은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시장 상황이 급변하자 호텔신라의 태도가 180도로 돌변했다는 주장이다.

김병주 동화면세점 홍보실장은 "2013년 4월말,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신정희 동화면세점 부회장의 사무실까지 직접 찾아와 호텔신라가 동화면세점 지분을 인수할 수 있도록 정중히 부탁했었다"면서 "당시 김 회장은 신세계와 지분 매각을 협상하고 있었는데 경쟁사인 호텔신라가 이를 제지하기 위함"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계약조건에 따라 김 회장이 담보 주식을 넘기고자 하는데 호텔신라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 것은 명백한 계약 내용을 위반하는 불공정 행위"라며 "이해관계에 따라 태도를 바꾸는 것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삼성의 위상과 사회적 기대감에 어울리지 않는 처신"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호텔신라 관계자는 "당시 이부진 사장이 신 부회장을 만난 것은 맞지만 동화면세점의 주장과는 다르다"면서 "지분 매각 협상을 모두 마치고 인사차 들린 것"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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