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원 트라우마' 씨티銀, 지점 통폐합 두고 노사 갈등 첨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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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최종교섭도 난망…노조, 태업 등 쟁의행위 돌입 예정

▲ 사진=서울파이낸스DB

[서울파이낸스 이은선 기자] 한국씨티은행이 올 하반기 영업점의 80%를 축소하는 '차세대 소매금융 전략'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노동조합과 사측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오는 15일 예정된 최종 교섭을 앞두고서도 양 측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어 노조가 태업 등의 쟁의행위 수순을 밝게 될 전망이다.

12일 씨티은행 노사에 따르면 양 측은 지난 8일과 11일 두 차례에 걸쳐 교섭을 가졌으나,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지난주 합의된 최종 교섭 일자가 오는 15일로 다가왔지만 의견 차는 여전하다.

1차 교섭에서는 양 측의 입장 차만 확인하는 수준에 그쳤고, 11일에는 사측이 노조에 지방 영업점 1곳을 추가로 남겨두겠다는 입장을 제안했지만 합의를 이끌어내지는 못했다. 노조 관계자는 "영업점 1~2개 더 살리는 게 노조의 목적이 아니다"라며 "사측의 자세 변화가 없는 한 오는 16일 태업 명령 등 쟁의 행위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노사의 지난해 임금 및 단체협상 테이블에서 첨예한 대립에 들어간 이유는 최근 씨티은행이 발표한 지점 통폐합 전략 때문이다. 씨티은행은 전체 고객거래의 95%가 비대면으로 이뤄진다는 점을 근거로 하반기 내로 현재 133곳의 영업점을 32곳으로 줄이기로 했다. 점포를 자산관리 전문가 100명급이 상주하는 대형 WM센터와 여신영업센터, 고객가치센터 등으로 재편키로 한 만큼 은행은 최근까지 폐쇄 지점 직원들을 대상으로 직무 전환 신청을 받아왔다.

노조 측은 영업점 축소로 고객 불편이 커지면 '뱅크런' 현상이 불가피하다는 우려를 들어 지점 통폐합에 반기를 들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 수 차례의 대규모 감원 절차를 밟은 씨티은행 노조로서는 쉽게 수용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씨티은행은 지난 2008년 300명, 2014년 650명 희망퇴직과 함께 지점 56개를 축소하는 구조조정을 진행한 바 있다. 이번 지점 통폐합으로 직원 800여명은 근무처를 옮겨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노조가 지난달 28일 조합원 2400여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임단협 교섭 결렬에 대한 찬반 투표'에서 94%가 쟁의행위 돌입에 찬성표를 던졌다.

노조 관계자는 "점포 수를 특정하지는 않았지만, 고객이 용인할 수 있는 점포를 유지하자는 게 노조의 입장"이라며 "지방은행도 대부분 지점이 100개를 넘는데 시중은행의 타이틀을 가진 씨티은행이 지점을 80%까지 축소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말했다. 그는 "사 측이 주장하는 95%의 거래에는 주로 사용하는 계좌조회나 이체, 카드 결제 등 기본적인 거래가 다수 포함돼 있지만, 금융거래 확인서 발급이나 비밀번호 변경 등 대변거래가 필수적인 서비스를 받기 위해서는 고객이 먼 거리의 영업점을 방문해야 한다"며 "향후 DM과 SMS로 영업점 폐쇄를 알리는 절차를 밟게 되면 고객 이탈 사태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은행 측에서는 "인력 감축 계획은 없다"고 거듭 밝히면서 일단 노조와의 대화에 집중하겠다는 입장이다. 은행 관계자는 "노조와 협의 단계에 있어 입장을 밝히기는 곤란하다"면서도 "올 하반기에는 차세대 소매금융전략을 마무리 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고객 불편 초래 가능성에 대해서는 "하반기 전략 추진을 앞두고 고객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안을 마련 중"이라며 "비대면 서비스와 찾아가는 서비스, 제휴 ATM 서비스 등 다각적으로 보완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단 은행 측이 노조와의 임단협 과정에서 인력 배치를 위한 면접 절차는 일시 중단한 상태다. 다만, 은행이 하반기 내로 예정한 점포 통폐합은 임단협과 별개로 추진이 가능한 만큼 노사 갈등의 불씨는 쉽게 꺼지지 않을 전망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씨티은행은 글로벌 씨티그룹의 전략을 우선시 되는 만큼 점포 통폐합 추진은 불가피하다"며 "디지털화는 은행권이 당면한 과제이지만, 한국 시장에서 씨티 전략이 당장 성공할 지는 지켜봐야 할 문제"라고 분석했다.

한편,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는 씨티은행 점포 통폐합 문제를 우선 과제로 인식하고 공론화하기로 했다. 금융노조 관계자는 "빠르면 이번주 사용자협의회 대표인 하영구 회장을 만나 씨티은행 문제에 대해 논의할 계획"이라며 "이달 추진하고 있는 진웅섭 금융감독원장과의 만남에서도 해당 문제를 거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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