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의 지급결제 사수 "뭐가 무서워서?"
은행의 지급결제 사수 "뭐가 무서워서?"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자통법 통과시 은행 데미지 가장 커" 중론
"경쟁력 자신 없는 게 아니냐" 의구심 마저  

[서울파이낸스 공인호 기자]<ihkong@seoulfn.com>자본시장통합법(자통법)중 증권사에 대한 지급결제업무 허용을 놓고 은행권과 증권업계간 논리공방이 치열한 가운데, 한국은행까지 은행권을 옹호하는 듯한 입장을 발표하고 나서면서, 일각에서 은행권의 경쟁력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마저 나오고 있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증권사에 대해 지급결제 업무를 허용하자는 재경부와 이를 반대하는 한국은행이 절충안을 찾기 위한 긴급회동에 들어가 조만간 해결책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는, 한은이 지급준비금 예치와 검사권을 조건으로, 증권사에 지급결제를 허용할 수 있다는 비공식 견해를 제시한 데 따른 움직임으로 분석된다. 따라서, 절충안이 마무리 되는 대로 자본시장통합법안 제정이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그러나, 절충안이 마무리된다 하더라도 은행권과 증권업계간 지급결제 기능을 둘러싼 마찰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이라는 게 금융권의 중론이다.
이와 함께, 일각에서는 자통법을 앞두고 은행권이 증권업계를 지나치게 의식하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관련 전문가에 따르면 "금융업권간 높은 칸막이로 가장 큰 혜택을 누려온 은행으로서는 자통법 자체가 반가울리 만무하다"며 "자통법에 대한 피해가 가장 큰 업종이 은행업"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은행은 그동안 펀드와 방카슈랑스 등으로 적지 않은 수수료 장사를 해온 반면, 증권업계와 보헙업계는 상대적으로 수익을 은행측에 뺏겨온 게 사실이다.
하지만, 자통법이 시행되면 증권업계와 보험업계도 은행의 주요업무를 상당부분 병행할 수 있게 돼 은행에 맞 먹는 경쟁력을 기대할 수 있게 된다는 지적이다.
이를 위해, 증권업계와 보험업계는 지난해부터 자통법에 대비한 준비작업에 착수해 상당부분 진척을 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자통법으로 가장 큰 수혜가 예상되는 업종은 증권업으로 분석된 게 사실이다"면서도 "시중은행들이 보통 지주회사로 묶여 있기 때문에 우려할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은행계 증권사의 경우 전업계 증권사에 비해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취약하다는 데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지난 3월 한국금융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우리투자증권과 굿모닝신한증권, 대한투자증권·하나증권, NH투자증권은 은행계 증권사라는 유리한 배경에도 불구하고 전업계 증권사에 비해 실적이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자산 및 자본규모는 증권업계의 33%에 달하지만, 위탁매매 등 수익부문 점유율은 26%에도 못미치는 수준인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은행계 증권사들은 지주사로 편입된 이후 오히려 수익이 줄어 들었다는 분석이다.

관련 전문가들은 일단 은행계 증권사의 이같은 실적부진을 '체질변화'에서 찾고 있다.
지주회사로 편입됨과 동시에 전업계 증권사로서의 공격적인 투자성향을 잃어버리게 된데 따른 결과라는 분석이다.
지주회사로 편입됨으로써 은행의 본질적인 성향인 '위험회피와 안정지향적 경영방식'으로 변화하게 돼 기존의 증권업계 특유의 경쟁력을 상실하게 된다는 것이다.
또, 연봉체계 또한 은행을 따라가다 보니 과감한 성과급 체계 도입이 어렵다는 점도 은행계 증권사의 경쟁력이 약화된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최근 하나금융지주가 UBS와 제휴를 맺은 것도 이러한 분위기를 쇄신해보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세계적인 투자회사인 UBS와의 제휴를 통해 자산관리 부문은 물론 보수체계의 새로운 문화를 확립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UBS와의 제휴배경을 설명했다.

결국, 은행들의 경직된 내부구조가 변하지 않는 이상 글로벌 금융기관과 경쟁할수 있는 체질을 갖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데 전문가들의 의견이 일치한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은행계 증권사와 은행간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기에는 좀 더 시간이 걸릴 뿐이라는 상대적 낙관도 없지 않다.
아울러, 최근 은행들이 증권사의 CMA에 맞먹는 금리와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는 상품들을 출시하고 있다는 점은 은행권의 경쟁력을 제고시키는 데 큰 도움을 줄 것이라는 게 관련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공인호 기자 <빠르고 깊이 있는 금융경제뉴스>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