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마켓] '상폐 위기' 중국원양자원, '고섬 악몽' 재현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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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 '의견거절', 상장폐지 사유…'차이나 리스크' 고개

[서울파이낸스 남궁영진 기자] 지난해 허위공시 등으로 주식시장에 여러 번 논란을 일으킨 중국원양자원이 상장폐지 위기에 봉착했다. 회계법인으로부터 감사 '의견거절'을 받은 것이다. 이에 과거 분식회계 뒤 상장폐지 당해 투자자들의 큰 손실을 야기한 '중국 고섬 사태'가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사드 리스크' 등에 따른 중국의 보복공세에 한·중 양국 간 갈등이 잔존하는 상황에서, 이번 중국원양자원의 상폐 이슈까지 겹치면서 중국 기업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신은 증폭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원양자원은 18일 장 마감 후 공시를 통해 외부감사인인 신한회계법인으로부터 감사의견으로 '의견거절'을 받았다고 밝혔다. 신한회계법인은 감사보고서에서 "중국원양자원의 현금 흐름 발생 사실과 완전성을 확인하기 위한 일부 증빙을 받지 못했다"고 의견 거절 이유를 명시했다.

외부감사인은 감사 대상 기업의 재무제표에 대해 △적정 △한정 △부적절 △의견거절 등 4가지 의견을 낼 수 있다. 의견거절은 회계법인이 감사할 수 있었던 범위가 제한돼 판단이 불가능하거나 회계 기준을 위반했거나, 향후 기업 운영이 불확실할 때 내려진다. 따라서 의견 거절을 받을 시, 상장 폐지 사유가 된다. 중국원양자원이 이를 해소할 만한 증거를 내놓지 못하면 증시에서 퇴출된다.

중국원양자원이 '의견거절'을 공시한 후 한국거래소는 "중국원양자원의 주권이 상장폐지 기준에 해당됨에 따라, 향후 이의신청과 정리매매 등 상장폐지 절차가 진행될 것"이라며 투자에 유의할 것을 당부했다. 앞서 한국거래소는 지난달 29일 중국원양자원에 감사의견 비적정설 관련 조회공시를 요구, 회사의 매매거래를 정지시킨 바 있다.

지난 2009년 5월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중국원양자원은 그간 수차례 허위공시 논란을 일으키며 주식시장에 혼란을 불러왔다. 지난해 4월, 채권자인 홍콩업체 웰시포커스리미트로부터 대여금과 이자 등 74억원을 갚지 못해 소송이 제기됐으며, 계열사 지분 30%가 가압류됐다는 거짓 공시가 발각돼 거래가 정지된 바 있다. 이와 함께 포토샵 조작 등 여러 차례 잡음을 일으켰다.

중국 기업 가운데 유일한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인 중국원양자원이 이번에 상장 폐지가 되면 지난 2007년 이후 국내 증시 등장 뒤 사라진 8번째 중국 기업이 된다. 이전 중국계 상장사들은 국내 증시 입성 후 나쁜 선례를 남기고 퇴출돼 투자자들의 반감을 키웠다. 허위공시, 회계부정 등을 저질러 상장이 폐지된 것. 이 가운데 자발적으로 명패를 내린 코웨이홀딩스를 제외하고는 모두 강제로 쫓겨났다.

특히 지난 2011년 3월 한국 증시에 진입 후, 불투명한 기업회계로 상장 두 달 만에 나가떨어진 중국 섬유업체 '고섬'은 국내 투자자들이 '중국 트라우마'를 겪는 데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당시 고섬은 1000억원대 분식회계로 거래가 정지되고, 이후 상장 폐지돼 투자자들에게 큰 손실을 입혔다. 당시 상장 주관사로서 회계 업무 등을 소홀히 한 KDB대우증권(현 미래에셋대우)과 한화투자증권은 금융당국과 세간의 뭇매를 맞았다. 이후 중국기업의 국내 상장은 전무하다가, 지난해 1월에서야 크리스탈신소재가 4년 반 만에 국내 증시에 등장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중국원양자원의 상장폐지 이슈로 '제2 고섬사태'가 다시 나타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사드 리스크'에 중국과의 관계가 껄끄러운 와중에 이번 중국원양자원 사태까지 더해지면서 중국 기업에 대한 시선은 더 악화될 것이란 전망이다.

지난해 코스닥시장 상장 후 투명한 경영 활동과 함께 주주친화 정책을 펼치며 '차이나 리스크' 해소를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인 헝셩과 로스웰 등 중국 상장사들은 이번 중국원양자원 사태에 난감해하는 눈치다.

이와 함께 아직 국내 증시에 발조차 들이지 못한 중국 기업들에까지 불똥이 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내 증시 상장을 준비 중인 중국기업은 차이나코리아친환경그룹과 그린소스인터내셔널, 컬러레이홀딩스 등 10곳에 이른다. 지난해(6곳)을 크게 웃돈다.

이들 기업은 풍부한 유동성과 높은 밸류에이션 등을 한국 시장의 선호 요인으로 꼽으며 국내 증시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논란으로 이 같은 행보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상장한 중국 기업들의 노력에 힘입어 다소 잦아들던 차이나 디스카운트가 이번 사태로 다시 고개를 들게 됐다"며 "멀쩡한 기존 중국 기업은 물론, 국내 증시 노크를 준비하고 있는 다수의 기업들도 부담을 느낄 공산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개별 기업의 문제를 중국 기업 전체로 묶어 매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그간 중국 기업이 수차례 보여준 만행을 반추해 보면 어느 정도 그럴 만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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