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불안한' 성장률 상향 조정…사드충격·내수부진 '잠복'
[초점] '불안한' 성장률 상향 조정…사드충격·내수부진 '잠복'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中 관광·무역 제한, 年 성장률 0.2%p 끌어내려"
"소비 낙관 어려워…실질 구매력 성장 제약요인"

[서울파이낸스 이은선 기자] 한국은행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년 만에 상향 조정했지만, 불안한 경기 판단은 걷히지 않고 있다.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반발한 중국의 관광·무역 제한 조치의 성장 하방 압력이 본격화됐고, 내수 면에서도 고용과 소득 등 가계의 체질 개선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 확인된 탓이다.

한은은 13일 수정 경제전망을 발표하고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6% 수준으로 제시했다. 이는 종전(2.5%)대비 0.1% 올려잡은 수치다. 한은이 성장 전망을 상향조정한 것은 지난 2014년 4월 이후 3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이번 상향 조정은 반도체·디스플레이 수출, 설비투자 호조로 상반기 성장률이 예상보다 높아진 데 따른 조치다. 당초 연간 2.5% 수준으로 전망됐던 설비투자 증가율이 6.3%로 대폭 상향됐다. 상반기에만 9.5%의 증가율을 보일 것이란 관측이다. 전승철 한은 부총재보는 "IT업황 호조로 설비투자가 당초 예상보다 크게 확대되고 있고 최근 수출이 증가하는 모습"이라며 상향 배경을 설명했다.

▲ 자료=한국은행

다만, 이같은 호전 기조는 IT업종, 일부 대기업에 한해서만 나타나는 현상이다. 하반기 경제 여건에 있어서는 오히려 대내외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의 톤이 높아지고 있다. 장민 조사국장은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 삼성디스플레이 등 4개 업체가 글로벌 수요 확대 등으로 올해 설비투자 계획이 크게 올라갔다"며 "조선이나 운수 업종의 부진으로 전반적으로는 보합 수준으로 평가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글로벌 보호무역 기조와 사드 관련 중국의 보복 조치 등이 성장률 하방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대북 리스크에 따른 금융시장 불안 가능성도 새로 추가된 하방 리스크다. 이때문에 오히려 1월 전망 당시 호조가 예상됐던 수출에 대한 기대는 오히려 낮아졌다. 한은이 이날 발표한 올해중 수출의 순성장 기여도는 0.6%p 수준으로 종전(0.8%p)대비 하향됐다. 반면, 내수의 경우 기존 1.7%p 수준에서 2.0%p로 크게 올랐다. 중국 무역제재 조치의 영향으로 부진을 보일 것이란 전제에서다.

실제로 한은 측은 이번 전망에서 사드 보복 조치가 올해 성장률을 0.2%p 낮출 것이란 관측을 반영했다. 향후 1년 간 관광객이 종전보다 30% 감소하고, 중국 수출도 기존보다 2% 가량 줄어들 것이란 시나리오를 전제했다. 장민 한은 조사국장은 "1월 당시에는 구체적인 조치가 없어 불확실성으로만 반영했지만, 최근에는 관광·무역 조치가 나타난 만큼 과거 일본, 대만의 사례를 반영해 영향을 추산했다"고 설명했다.

내수 회복의 핵심지표인 소비 역시 당분간 회복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여전하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연초에는 소비심리가 크게 부진했으나, 탄핵 결정과 대선 확정 이후 정치적 불확실성 완화와 함께 다소 개선됐다"고 평가하면서도 "아직 실질 구매력 측면에서는 오히려 빠른 소비 회복을 제약하는 요인이 더 많이 남아있는 것으로 평가된다"고 언급했다. 일자리 창출을 위한 규제 완화, 노동시장 규제 개혁 추진과 함께 가계 빚 상환부담 축소, 주거비·교육이 부담 완화를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는 제언이다.

성장세를 끌어올릴 '기대 요인'으로는 글로벌 경기 회복세가 강해지거나, 새 정부의 경기 활성화 대책이 단행되는 경우, 중국의 무역 조치가 완화되는 경우 등이 꼽혔다. 장 국장은 "이번 전망에 새 정부의 추가경정예산 편성 가능성은 반영되지 않았지만, 실제로 이뤄진다면 성장률 상향 요인"이라고 언급했다. 이 총재는 "국내 경기 상황이 전망 경로와 달리 예상치 못한 상황으로 하방 리스크가 증대된다면 추경 등 확장 재정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