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열린채용'은 '이미지마케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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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류통과마저 어려운 '높은 문턱'..."합격자 이력 공개해야"
 
[공인호 기자]<ihkong@seoulfn.com>서울 소재의 중위권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준비 중인 A씨. 2005년도에 졸업한 이후 줄곧 각 시중은행의 문을 두드려보았지만 수십번의 고배를 마셨다. 그러나 그는 올해에도 포기할수 없다고 말한다.

그는 "각 은행들이 나이, 학력, 학점, 전공, 외국어 등의 제한을 두지 않는 열린채용을 시행할 예정이라는 얘기를 들었다"며 "가능성이 커진 만큼 올해는 어떤 일이 있어도 은행의 높은 취업문턱을 넘어보겠다"고 말했다.
 
최근 기업은행을 포함한 각 시중은행들의 채용이 잇따르고 있다. 기업은행은 올 상반기에 180명을 채용한다는 계획이며, 국민은행은 상반기중에만 200명 이상, 올해 안에 700명까지 신규채용할 예정이다. 또, 신한은행과 우리은행, 하나은행의 채용발표도 잇따를 전망이다. 이와 함께, 올해 대학 졸업생을 포함한 취업 준비생들의 경쟁 또한 과거 어느때보다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실제로, 지난 2월 우리은행의 창구직원 채용의 총 지원자는 1만3천명으로 무려 30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 하반기때보다 3배가 넘는 규모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으로 인한 효과가 큰 것으로 분석된다"며 "올해에는 지원자가 더 많아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관련 전문가들도 이러한 추세는 앞으로도 더욱 심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은행권의 연봉수준은 타 금융권에 비해 월등히 높은 수준이며, 직장 또한 안정적이라는 인식 때문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은행권을 포함한 금융권의 평균연봉이 타 산업에 비해 지나치게 높다는 점이 고학력 실업자를 양산하는 요인 중 하나"라며 "유능한 인재를 채용하려는 은행간 경쟁에 대해선 비난할 수 없으나 타 산업에 비해 지나치게 높은 수준의 대졸 초임연봉은 자제해야 할 필요성은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연봉정보 전문사 '페이오픈'이 발표한 매출액 기준 1000대 기업의 지난해 4년제 대졸 신입 연봉을 조사한 결과  따르면 업종별로는 금융·보험·증권업이 평균 3170만원으로 가장 높았으며, 은행권에서는 우리은행이 3800만원, 신한은행과 한국씨티은행이 3700만원으로 뒤를 이었다. 매출액 기준 1000대 기업의 평균이 2700만원인 점을 감안하면 1000만원이 넘는 연봉차를 보인 셈이다.
 
이러한 연봉차가 말해주 듯 은행권에 대한 인기도 나날이 높아지는 추세이다.
지난해 하반기 외환은행의 경쟁률은 70명 모집에 1만1500여명이 몰려 164대1을 기록했고, 우리은행은 1만6000여명의 지원자가 몰려 107대1의 채용경쟁률을 기록한 바 있다. 취업관련 전문가들 또한 올해 은행권의 채용경쟁률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런 가운데 기업은행을 포함한 은행권의 '열린채용'에 대한 의구심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A씨는 "은행 채용발표 때마다 이력서를 넣고 있지만 서류면접도 통과하기 힘들다"며 "말로는 지원에 제한이 없다고 하면서 면접기회조차 주지 않을 거라면 차라리 지원자격에 제한을 두는 편이 지원자들을 위해서라도 좋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지원자들이 몰리면 기업의 인사 담당자들에게도 큰 부담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은행의 인사담당자에 따르면 "하루에 수백개 수천개씩 들어오는 이력서를 일일히 검토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외국어수준과 자격증 유무로 상당량의 이력서는 인사담당자가 보기전에 걸러지고 있는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러한 상황은 은행 뿐 아니라 대부분의 대기업들에게도 해당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대부분의 은행들은 서류전형시 CPA, CFA, CFP, FRM, AICPA, CRA 등의 금융관련 자격증 뿐 아니라 변호사, 세무사, 감정평가사, 공인노무사 소지자에게 가산점수를 부여하고 있다. 은행에 최종 합격한 상당수가 이러한 자격증 소유자인점을 감안하면 자격증이나 어학능력에 있어 다소 불리한 위치에 있는 지원자는 사실상 기회조차 가질수 없는 현실이다.
실제로 지난해 기업은행은 '열린채용'을 시행했음에도 불구하고 고등학교 졸업생은 단 한명, 전문대 졸업생은 단 2명만이 입행했으며, 각 시중은행 또한 대졸이하의 학력소지자의 입행은 사실상 전무한게 현실이다. '열린채용'이라는 말이 무색해지는 대목이다.
 
따라서 일부에서는 각 은행들의 채용절차를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채용절차에 대한 발표는 물론, 최종 합격자들의 학력별, 성별, 지역별 비중 또한 공개돼야 지원자들의 의구심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공인호 기자 <빠르고 깊이 있는 금융경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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