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박윤호 기자] "저축은행이 취급하는 대출과 인터넷전문은행의 중금리대출은 일정 부분 겹치는 고객이 많아, 업계에서도 인터넷전문은행을 위협적인 시장 경쟁자로 보고 있습니다." (A저축은행 관계자)

최근 국내 첫 인터넷전문은행이 문을 연 가운데 저축은행들이 들썩이고 있다. 기존 수익의 큰 비중을 차지하던 주력 고객과 타켓이 겹친다는 이유다.

현재 인터넷전문은행이 주력하는 중금리대출의 경우 신용평가회사 기준 4~5등급 신용자로 저축은행의 주 고객인 5~7등급과 일정 부분 겹친다. 또 금리도 최저 한 자릿수로 저축은행의 중금리대출과 비슷하거나 낮은 수준이다.

사실 이런 분위기는 폭발적인 소비자 반응이 시발점이 됐다. 인터넷전문은행이 거론될 당시만 해도 당시 기자와 대화를 나눈 업계 관계자는 "영향은 있겠지만, 금융 안정성과 보안성, 노령층의 접근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큰 위협은 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그래서 인지 저축은행들도 새로운 도전보다는 기존 방식인 대출이자로 예대마진을 얻는 영업에 의존했다. 이유는 단순했다. 풍선효과로 저축은행 대출에 고객이 몰린다는 것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저축은행의 순이익은 총 8622억원으로 지난 1999년 9250억원 이후 가장 큰 이익을 기록했다. 정부가 은행의 대출 문턱을 높이면서 풍선효과와 중금리 대출 시장 확대로 저축은행의 대출이 몰리면서 수익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분위기는 반전됐다. 지난달 금융당국이 저축은행의 20% 이상 고금리대출에 대해서 충당금을 더 쌓기로 하면서 앞으로 사실상 고금리 대출이 어려워지면서다. 여기에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가 사흘 만에 가입자 10만명을 돌파하는 등 빠르게 급성장하고 있는데다 2번째 인터넷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도 오는 6월 시장에 진입할 예정이다.

다급히 저축은행들은 인터넷전문은행의 행보를 예의주시하면서 비대면채널을 강화하고 있다. 금리를 낮추거나 새로운 비대면 서비스를 선보이는 방식이 주를 이루고 있다. 최근 SBI저축은행이 중금리 상품인 '사이다'보다 금리를 1%p 낮춘 금리 5.9%의 'SBI중금리 바빌론', 웰컴저축은행은 최저 연 5% 후반대 금리의 사업자용 비대면 대출인 '그날대출' 등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저축은행들의 이같은 뒤늦은 '호들갑'은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인터넷전문은행 쇼크'는 이미 어느정도는 예견됐었기 때문이다. 해외 각국에서 비대면으로 거래가 가능한 인터넷은행은 널리 알려진 방식이다. 은행 등 금융권이 전방위적으로 인터넷전문은행에 대응하기 위해 금리 경쟁력을 높인 비대면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도 이같은 상황인식에서 기인하는 것이다. 어느 은행장은 인터넷은행의 초반 돌풍을 보고 '가슴이 덜컥했다'고 표현했을 정도다.

이같은 은행들의 기민한 대응에 비해 저축은행업계의 대응은 여전히 미온적으로 비쳐진다. 위기감을 느끼는 업계의 분위기는 적어도 그렇다. 그러면서 저축은행들은 인터넷은행이 미칠 파장에 대해 두 가지 견해를 내놓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의 파도를 막기 어려울 것이라는 부정적인 의견과 오프라인 점포 보유 등 차별화된 강점을 가진 저축은행이 빠른 대응을 한다면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긍정적인 의견이다.

아무튼 주사위는 던져졌다. 더 이상 머뭇거릴 여유도 이유도 없다. 저축은행들도 더는 지체해선 안 된다. 답은 이미 나와 있다. 위기를 기회로 반전시키수 밖에 없다. 실제로 과거 다양한 분야에서 우리는 위기가 기회로 바뀌는 사례를 종종 볼 수 있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절박한 위기 의식과 함께 인터넷전문은행이 저축은행 업계에 미칠 파장에 대한 보다 광범하고 철저한 분석과 연구가 선행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