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업계 실적] 1인 가구·HMR 인기에 '2兆클럽' 기업 늘어
[식품업계 실적] 1인 가구·HMR 인기에 '2兆클럽' 기업 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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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료 =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업계 1위' CJ제일제당, 독보적 흐름 지속
"오뚜기·삼양사는 HMR 성장 흐름 못 타"

[서울파이낸스 김소윤 기자] 국내 대형 식품회사들이 1인가구 증가로 가정간편식(HMR) 시장이 급성장함에 따라 '때 아닌 호황'을 누린 것으로 나타났다. CJ제일제당은 1위를 지키고 있고 다른 식품회사들도 '꿈의 실적'이라고 불리는 '2조 클럽'에 진입했다.

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CJ제일제당은 연결재무제표 기준 매출액 14조5632억원(CJ대한통운 포함)을 기록, 전년 대비 12.67%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8436억원, 3535억원으로 12.27%, 39.4% 올랐다.

CJ대한통운(4조8471억원)을 제외한 실적만 보면 9조7000억원으로, 이 추세대로라면 올해에는 10조원을 무난히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이 경우 국내에서 매출 10조원대의 식품회사가 처음으로 탄생하게 된다.

이 같은 상승세는 소비자 트렌드를 반영한 HMR 신제품 개발과 제품 '프리미엄화'가 이끌었다. 실제 지난해 연구개발(R&D) 통해 출시한 HMR 제품인 '비비고 새우 볶음밥', '비비고 닭가슴살 볶음밥'은 매출 확대에 크게 기여했을 뿐만 아니라 냉동밥 시장에서의 지위를 강화시키는 역할을 했다.

상온 제품으로 구현된 '비비고 부대찌개' 역시 국탕찌개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달성했으며, '더건강한 자연에서 얻은 재료로 만든 베이컨' 제품은 프리미엄 무첨가 브랜드에서 1등 지위를 공고히 했다.

CJ제일제당 외에도 동원에프앤비(F&B)와 오뚜기, 삼양사 등도 2조원대에 신규 진입하면서 업계 2위인 대상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식품업계에선 매출 1조원을 넘긴 회사들이 세간의 화두거리였고 대상만이 2조원대였지만 1년 새 다른 업체들도 2조원대를 훌쩍 넘긴 것이다. 통상 '몇 백원~몇 천원짜리'를 파는 식품회사에선 1, 2조원대의 실적은 '꿈의 실적'으로도 불린다.

대상의 매출액은 2015년 2조6350억원에서 지난해 2조8555억원으로 8.36% 올랐고, 같은 기간 동원에프앤비가 1조9310억원에서 2조2412억원으로 16% 증가했다. 이어 오뚜기도 1조8830억원에서 2조106억원으로 6.77% 증가했으며, 풀무원도 1조8464억원에서 2조305억원으로 9.97%, 삼양사도 1조4389억원에서 2조원으로 38.9% 성장했다.

특히 대상은 CJ제일제당 못지않게 HMR시장을 확대하기 위해 지난해 적극적인 연구개발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적인 냉동제품으로는 '리얼불맛 언양식불고기', 렌지로튀기자 스파이시치킨강정', '불에직접구운 단양마늘함박' 등과 프리미엄 냉장 HMR제품인 '휘슬링쿡 브런치 3종' 등이 있다. 지난해 대상이 쓴 연구개발비는 개별재무제표 기준으로 매출액의 1.16%으로, CJ제일제당의 연결 기준 1.69%(대한통운제외)과도 맘먹는 수준이다.

대상의 해외부문 실적 중 유럽향(向) 매출도 지난 2015년 235억원에서 2016년 1184억원으로 400%나 대폭 오르면서 실적 개선의 주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동원에프앤비의 경우에도 종속회사인 동원홈푸드를 통해 HMR시장 확대사업에 나섰다. 동원에프앤비는 지난해 7월 온라인 HMR쇼핑몰 '더블유푸드마켓'의 지분 전액을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고, 앞서 2015년 2월에는 업계서 최초로 강남 세브란스병원과 '환자식 HMR시장'에 진출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 같은 적극적인 행보로 동원홈푸드의 지난해 매출액은 8160억원을 기록하며 동원에프앤비의 전체 매출액의 36.4%를 차지했다.

콩과 두부회사로 잘 알려진 '풀무원'도 수직묶음 형태의 1인가구용 두부와 소용량 두부, 그리고 냉동식품인 철판 볶음밥 제품들을 내놓으면서 HMR 시장 대응에 나섰다. 지난해 풀무원은 국내 두부시장에서 47%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사실 두부 제조업체로서는 1인가구 시장이 그리 반갑지 않다. 1인가구가 늘어날수록 자연스레 가정에서 취식하는 횟수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풀무원은 소포장 다회용 두부를 통해 조리편의성을 높인 신제품을 출시하면서 이를 선제적으로 방어했다.

'카레'와 '짜장' 등 건조·냉동식품의 강자였던 오뚜기는 HMR시장이 급성장하고 있음에도 제대로 된 수혜를 누리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뚜기는 지난해 '즉석밥'과 '맛있는 오뚜기밥 가바백미'를 출시하고, 또 건더기가 풍부하고 합리적인 가격에 한 끼 식사가 가능한 ‘맛있는 컵밥 6종’도 선보이면서 HMR에 대한 연구개발을 게을리하지 않았지만 별다른 성과가 없었다. 이에 따라 부문별 매출은 지난 2015년 2856억원, 2016년 2858억원으로 겨우 0.77% 성장하는 데에 그쳤다. 그나마 라면 부문만 19% 올랐다.

설탕 '큐원'으로 알려진 삼양사도 이번에 2조원대에 신규 진입했지만 HMR시장과는 크게 연관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R&D에서도 HMR시장과 관련한 연구개발 내용은 없었으며, 주요제품도 설탕 등 조미료 외엔 관련 제품이 없다.

삼양사는 식품부문의 매출이 1조1071억원, 화학부문이 9341억원으로 지난해 11월 산업자재사업부문이 영업 양도되고, 판관비도 줄면서 실적이 오른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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