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채무조정 놓고 '줄다리기' 본격화
대우조선 채무조정 놓고 '줄다리기'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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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서울파이낸스DB

시중銀 "산은·수은이 더 책임져야"…국책銀, '변수' 국민연금 설득 총력

[서울파이낸스 정초원기자] 대우조선해양 채무재조정을 둘러싼 시중은행과 국책은행, 사채권자의 줄다리기가 본격화됐다.

당초 대우조선해양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은 이번주까지 시중은행으로부터 채무재조정 합의서를 받을 계획이었다. 하지만 시중은행 일각에서 '국책은행 책임론'을 제기하며 지원안에 단서를 붙이고 있어, 최종 합의서가 마련되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또 채무재조정의 최대 변수로 꼽히는 국민연금도 쉽사리 의중을 내비치지 않고 있어, 이해관계자들간의 치열한 눈치싸움이 예상된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은 대우조선해양 지원안에 대해 대략적인 합의를 봤지만, KDB산업은행이 조만간 실사보고서를 공개하면 이를 바탕으로 은행별 세부 논의를 진행한 뒤 최종 결론을 낼 수 있다는 입장이다.

앞서 대우조선해양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과 최대 최권은행인 수출입은행은 시중은행이 무담보채권 7000억원 중 80%(5600억원)를 출자전환하고, 나머지 20%는 만기 5년 연장한 뒤 분할상환토록 해달라는 지원안을 제시한 바 있다. 또 5억달러 규모의 선수금환급보증(RG)을 시중은행이 지원한다는 내용도 논의됐다.

이같은 요구에 대해 시중은행들은 큰 틀에서는 동의하는 분위기지만, 국책은행의 손실 분담 책임이 지금보다는 더 커져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특히 시중은행 일각에서는 앞서 진행된 채권단 실무회의에서 시중은행의 선수금환급보증(RG) 의무가 5억달러 규모로 논의된 것을 두고 '너무 과도한 규모'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채권단은 지난 2015년 10월 대우조선해양 지원을 결정할 당시 수주목표인 50억달러 중 국책은행이 RG의 90%를 지원하고, 이 규모가 모두 소진되면 시중은행이 나머지 10%를 발급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반면 이번 지원안의 경우 시중은행이 먼저 RG를 발급한 뒤 모자랄 경우 국책은행이 채워주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과거 지원안의 경우 신규 수주가 없어 RG 부담이 시중은행에까지 크게 돌아갈 일이 없었던 것과 달리, 이번 지원안의 경우 시중은행의 실질적 RG 분담이 커지게 된 셈이다. 시중은행의 이번 RG 분담액은 2015년과 동일한 5억달러 규모로 논의되고 있음에도, 시중은행들 사이에서 '부담스럽다'는 반응이 나오는 이유다.

이와 함께 대우조선해양 대주주인 KDB산업은행이 추가 감자를 진행하고, 수출입은행의 영구채 발행 금리를 연 1%대로 낮춰야 한다는 요구도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또 대우조선해양 출자전환 주식의 전환가액이 높다는 점도 문제로 떠올랐다. 대우조선해양은 출자전환에 따른 신주의 발행 가격을 4만350원으로 결정한 바 있다.

이에 KDB산업은행과 금융당국은 이같은 시중은행들의 요구를 허용 가능한 선에서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대우조선해양의 생사를 놓고 이해관계자들이 각자의 손실을 최대한 줄이기 위한 줄다리기에 들어간 셈이다.

대우조선해양 채무재조정의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는 국민연금도 큰 변수로 남아 있다. 국민연금을 포함한 사채권자들이 회사채 채무조정안에 응하지 않을 경우, 시중은행들도 현재까지 구두상으로 논의된 지원안에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은 대우조선해양 회사채 발행잔액의 30%인 3900억원 규모를 보유한 상태라, 국민연금의 결정에 내달 17~18일 열리는 사채권자 집회의 결과가 갈릴 것으로 금융권은 보고 있다. 그간 정부는 자율적인 채무재조정이 어그러지면 법정관리의 일환인 '프리패키지드플랜(P플랜)'을 실행하겠다고 공언해왔다.

이에 국책은행들도 국민연금 설득에 총력을 가하고 있다. 이날 KDB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전주에서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와의 첫 면담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채권단 측은 대우조선해양 채무재조정에 동참할 것을 설득하고, 국민연금의 각종 질의에 답변했다.

이 과정에서 국민연금은 대우조선의 과거 '분식 회계' 문제를 거론하며 부정적 입장을 보인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보도참고자료를 통해 "대우조선해양 측과의 면담에서 분식회계 관련 사측의 입장과 함께 출자전환 및 채무 재조정의 정당성, 당위성, 형평성, 실효성과 관련한 제반 자료를 요청하고 연관 질문을 했다"고 밝혔다.

또 지난해 결산 감사보고서에 대한 의구심도 나타냈다 . 삼일회계법인이 지난해 결산 감사보고서를 통해 밝힌 '한정' 의견에 대해 재무제표 수치에 대한 신빙성이 부족하기 때문에 객관성과 정확성이 반영된 자료가 제시돼야 재검토할 수 있다는 의사를 보여 진통이 예상된다.

한편,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오는 31일 투자관리위원회를 열고 금융당국과 채권단이 제시한 채무조정안에 대해 논의할 계획이다. 특히 채권단에 요청한 외부기관 실사보고서, 차입금 상환 내역, 사측이 제시하는 손익의 세부 근거, 자율적 구조조정 세부계획, 프리패키지드플랜(P플랜) 사전회생계획안 등이 도착하면, 이 자료를 면밀히 검토해 동참 여부를 최종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채무재조정 관련 자료를 신중하게 살펴본 뒤 최종적으로 결정할 것"이라며 "투자관리위원회를 통해 충분히 심의와 검토를 거쳐야 한다"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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