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보험사기, 수법 지능화 사회적 손실 '눈덩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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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상반기 적발액 12.1% 증가…범죄 '관행화' 가속
초범 비중도 높아…'성숙한 시민의식'이 해결의 근본

[서울파이낸스 서지연기자] #. 경기도 A병원장은 실손보험에 가입된 190여명의 암환자들과 공모해 허위 입원·과대 진료로 28개 보험사로부터 52억원의 보험금을 타냈다. A원장은 고주파온열치료·면역제 투약 횟수 등을 부풀리는 수법으로 진료기록부를 조작했다. A원장은 결국 금융감독원 보험사기단에 덜미가 잡혀 구속됐다.

보험사기가 진화하고 있다. 보험사기 시스템이 고도화되면서 관련법이 강화되고 있지만, 보험사기 수법도 함께 지능화되고 있다. 보험사기에 따른 사회적 비용도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보험사기 적발금액은 348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75억 원(12.1%) 증가했다. 이는 반기 기준으로는 가장 많은 적발금액이다. 이에 1인당 보험사기 적발금액 역시 2014년 상반기 705만 원에서 재작년 상반기 758만 원, 지난해 상반기 869만 원으로 증가세를 나타냈다.

자동차업계도 예외가 아니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자동차보험 사기 적발 금액은 1558억원으로 전년 동기의 1467억원보다 6.2% 증가했다. 적발 인원은 2만6438명에 달한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보험사기는 조직화, 일반화, 지능화, 국제화되고 있다"며 "교묘한 수법으로 법망을 빠져나가는 조직적 범행이 증가하는 것도 문제지만, 평범한 일반인조차 죄의식 없이 허위로 보험금을 타내려는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형' 범죄가 관행처럼 굳어져 근절되지 않고 있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전문가들은 보험사기가 단순히 보험료가 오르는 부작용만 초래하지 않는다고 입을 모은다. 보험사기는 전파성이 강하고 모방범죄 발생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특히 장기간 경기침체를 틈타 사회 전반으로 급속히 확산될 수 있다. 일례로 보험사기에 연루된 10대 청소년은 2009년 508명에서 2013년 1264명으로 2배이상 증가하는 등 사회적인 해결책이 시급한 상황이다.

이에 보험업계는 지난해 9월 30일부터 시행된 ‘보험사기방지 특별법’이 보험사기에 대한 경각심을 높여줄 것이란 기대를 가지고 있다. 그동안 보험사기는 일반 사기죄와 똑같이 10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했지만, 특별법은 보험사기죄를 10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 벌금으로 다스린다. 보험사기에 대한 처벌 수준을 높이면, '보험금은 거짓말을 해서라도 최대한 많이 받는 것이 미덕'이라는 사회적 인식도 개선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다만 보험업계에서는 특별법이 흉악 범죄로 이어지는 보험사기를 막기엔 역부족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해외 사례와 비교하면 처벌 수준이 현저히 낮다는 이유에서다.

미국의 경우 1994년 폭력범죄규제 및 처벌법의 일부로 '연방보험사기방지법'을 제정했다. 연방법은 △보험사기로 인한 신체상해는 20년 이하 징역과 벌금 △보험사기로 인한 사망은 종신형과 벌금을 함께 부과하는 등 강력한 처벌이 이뤄질 수 있도록 규정했다.

48개주에도 보험사기 관련 특별법이 마련됐으며 대부분의 주는 검찰청 산하에 보험사기 전담수사조직을 갖춰놓고 보험사기범을 추적한다. 실제 매사추세츠주에서는 자동차사고 보험사기범죄 조직을 소탕하기 위해 보험사와 검찰, 경찰이 태스크포스를 만들어 대응에 나선후 1인당 200달러(약 22만원) 정도 자동차 보험료가 인하되는 성과가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정부 차원의 제도 마련도 중요하지만 보험사기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성숙한 시민의식이 먼저'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전과가 없는 보험사기범의 비율은 2007년 87.0%에서 2012년 90.1%로 증가했다. 범죄경력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얘기다.

보험사기에 관대한 인식도 문제다. 과거 보험연구원이 성인남녀 803명을 대상으로 면접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24.3%는 보험금을 받기위해 작업장에 고의로 화재를 내는 행위까지 용인할 수 있다고 답변해 충격을 줬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보험사기의 피해는 보험사뿐만 아니라 모든 국민으로 확대 될 수 있다"며 "보험은 많은 사람들이 위험을 분담하기 위해 만든 경제적 제도라는 점을 다시 한 번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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