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하는 제약업계의 자세
[기자수첩]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하는 제약업계의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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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김현경기자] 4차 산업혁명이 도래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전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산업혁명이라고 설명한다. 기술 간 융합이 수시로 이뤄져 훨씬 넓은 범위에서 빠르게 변화하기 때문이다. 혹자는 일상 전반이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송두리째 바뀔 것이라고 말한다. 어쩌면 인공지능(AI) '알파고'의 승리와 함께 우리는 이미 이 시대에 발을 담근 것일지도 모른다.

새로운 패러다임에 대한 준비는 산업계 곳곳에서 이뤄지고 있다. 특히 바이오·헬스케어 분야가 신성장동력으로 주목 받는다. 글로벌 제약 기업들은 변화를 준비하는 것에서 한발 나아가 업계를 주도하고 있다. 이미 정보기술(IT) 기업과의 협업이 한창이다. 스위스 제약회사 노바티스는 구글과 손잡았다. 이들은 원시 환자의 시야를 개선하는 '오토포커스 콘택트렌즈'와 당뇨 환자의 혈당 수치를 측정할 수 있는 '스마트 콘택트렌즈'를 개발하고 있다. 미국의 제약회사 화이자의 경우 컴퓨터 전문업체 IBM의 AI 기술을 면역항암제 발굴에 적용하는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반면 한국 제약 기업들은 갈 길이 멀다. 이들은 업계를 선도하기는 커녕 '복제약 전쟁'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인색한 연구·개발(R&D) 투자만 봐도 글로벌 제약사와의 간극은 극명하게 드러난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 국내 코스피 상장 제약 기업의 연구·개발비는 매출액 대비 11% 초반에 머물고 있다. 미국 제약사 브리스톨마이어스스퀴브(BMS)(32.6%), 다국적 제약사 릴리(23%), 영국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22%) 등이 매출액의 20% 이상을 투자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유럽 집행위원회에 따르면, 2013년 기준 상위 10대 다국적 제약사의 총 연구개발비는 494억8000만 유로(약 59조)로 전 세계 제약사 연구비의 51.1%를 차지할 정도다.

몇몇 국내 제약사는 해외 기업의 의약품을 도입 판매하고, 화장품·식음료 사업을 시작하며 '유통 회사'에 그치고 있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하지만 이들은 "기업은 '이윤을 추구하는 집단'"이라며 "성공을 담보할 수 없는 '신약 개발'보다 안정적으로 높은 수익을 올리는 사업에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고 말하곤 한다. 그러면서 미국의 전자회사 제너럴 일렉트릭(GE)의 사례도 빼놓지 않는다. GE는 가전 사업이 모태였지만, 금융 사업에도 발을 담갔었고, 최근에는 소프트웨어 회사로 변화하고 있다고. 그러나 '산업인터넷'이라는 용어를 만들어내며 혁신을 주도하는 GE를 인용한 국내 제약사의 설명은 무리가 있어 보인다.

공자는 논어를 통해 이런 교훈을 제시한다. 역수행주 부진즉퇴(逆水行舟 不進則退). 강물을 거슬러 올라가는 배는 나아가지 않으면 퇴보한다는 뜻의 고사성어다. 제약업계가 깊이 새겨야 할 대목이다. 복제약 사업에만 매달리면서 기존의 낡은 경영 방식에 머물러 있으면, 미래는 없다. 기술 혁명의 진행은 피할 수 없고, 준비하지 않으면 도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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