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김태희기자] 경기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닫힌 소비자의 지갑이 좀처럼 열리지 않고 있다.
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올해 1~2월 매출은 지난해보다 더 줄어들었다. 1월의 경우 설 명절 특수로 회복 기미를 보이는 듯 했으나 지난달 다시 역신장을 기록했다.
롯데백화점의 경우 전년 동기 대비 1월 매출은 1.4% 증가했지만 2월은 4.5% 감소했다. 현대백화점도 기존점 기준 1~2월 매출이 0.7% 줄었다. 1월에는 1.6% 소폭 늘었지만 2월 들어서 3.2% 감소했다.
신세계백화점은 새로 증축한 강남점을 포함했을 때 지난달 매출이 두자릿 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기존점만 비교했을 때 전년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이를 두고 유통업계는 소비심리가 나아지지 않았지만 줄어들지도 않았다고 표현했다. 올해 설 명절이 예년보다 빨랐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는 설날이 1월, 지난해의 경우 2월에 위치해 있었다"며 "설 명절이 대목 기간인 만큼 상대적으로 지난해와 매출 실적을 비교하면 1월은 늘고 2월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형마트도 같은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오히려 지난달 매출은 상대적으로 더 부진하게 나타났다.
롯데마트의 1~2월 매출 합계는 지난해와 비교해 5.4% 감소했다. 1월 10.1% 매출이 증가했지만, 2월 감소율이 20.4%로 훨씬 컸다. 지난달의 경우 과일(-20.3%), 축산(-17.5%) 의류·스포츠(-15.4%), 잡화(-12.8%) 등 주요 부문 매출이 모두 감소했다.
이마트 역시 2월 매출이 역신장 할 것으로 보인다. 1월 매출은 전년 대비 18% 증가했었다. 카테고리별 2월 실적을 살펴보면 유아·완구용품 매출이 25.1% 줄었고, 신선식품 매출도 20.7% 감소했기 때문이다. 이 밖에 헬스·뷰티용품과 생활용품도 각각 17.4%, 8.6% 역신장 했따.
유통업계는 얼어붙은 소비심리를 이유로 꼽고 있다. 대규모 집회가 이어지는 등 정국 혼란과 불황이 맞물리면서 좀처럼 소비 심리가 반등할 계기가 없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한국 가구의 평균소비성향은 전년보다 0.9%포인트 떨어진 71.1%로 집계됐다. 이 수치는 지난해 4분기 69.7%로, 처음으로 60%대로 내려갔다. 2012년부터 5년 연속 해마다 최저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좀처럼 소비심리가 회복되지 않아 다양한 할인 행사를 기획하고 있다"며 "할인을 통해서라도 소비자의 지갑을 열고 싶지만 이조차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