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하만 인수 '난관'…美 주주들 M&A 반대
삼성, 하만 인수 '난관'…美 주주들 M&A 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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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2일 오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피의자 신분으로 대치동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출석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비선실세 최순실 일가 지원과 관련한 뇌물공여 혐의를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인수가격 낮고 절차에 하자"…집단소송 제기

[서울파이낸스 박수진기자] 삼성전자가 세계 최대의 전장 업체 하만(Harman)의 인수를 앞두고 난관에 봉착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지난해 11월 인수금액 80억 달러(9조6000억원)에 사들이기로 한 미국 전장전문기업 하만 M&A에 대해 하만의 일부 대주주가 반대의사를 밝혔다. 여기에 소액주주들까지 합병에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하만의 주주들은 지난 3일 하만의 디네쉬 팔리월 CEO 등 이사진이 삼성전자와 합병을 추진하는 과정에서의 신의성실의 의무를 위반했다며 집단소송을 냈다. 로버트 파인을 대표로 한 주주들은 소장에서 하만 이사진이 회사의 가치를 저평가 하고 불리한 협상 조건을 감수해 주주들의 이익을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들은 양사의 협상 과정이 '근본적 결함'을 안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만이 삼성전자와 합병하면서 다른 파트너를 찾지 않기로 한 '추가제안금지' 조항을 문제로 삼은 것. 하만은 삼성전자와 독점적으로 협상을 진행하고 이를 종료할 경우 2억4000만 달러를 수수료로 지불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수 가격이 지나치게 낮다는 점도 함께 지적됐다. 하만의 주요 주주인 한 미국계 헤지펀드는 지난해 12월 같은 이유로 주총서 찬만 투표 시 반대표를 던지겠다고 밝혔다.

하만의 지분 2.3%를 보유한 애틀랜틱 투자운용은 "2015년 하만의 주가는 145달러를 넘겼고, 향후 20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며 삼성전자가 제시한 인수 가격이 지나치게 낮다고 주장했다.

앞서 하만의 팔리월 CEO는 이달 초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가전쇼 CES에서 한국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주요 주주들을 만나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면서 "대체로 삼성전자의 인수에 대해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하만 주요 주주의 공개적인 반대선언과 이어진 집단소송을 봤을 때 이번 합병은 주주들 여론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하만 인수가 양사 이사회 간의 합의이기 때문에 피인수기업인 하만 주주들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인수절차는 델라웨어주 회사법에 따라 진행되기 때문에 하만 주총에서 주주 50% 이상의 동의를 얻으면 합병이 승인된다. 주총은 1·4분기 중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이재용 부회장이 적극적으로 나서 하만 주주들을 만나 합병의 정당성을 설득해야 할 필요성을 제기했지만, 현재 특검의 출극금지 조치로 이는 불가능한 상황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이 부회장의 특검 조사로 인해 삼성의 경영 활동이 차질을 빚고 있다"면서 "지난해 말에 이뤄졌어야할 인사와 조직개편 작업은 물론, 올해 경영계획도 세우고 있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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