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업계 종편 투자…광고특혜 변질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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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의료단체 "PPL 많아지면 약물 오·남용"…평가손실 겹쳐 '이중고'

▲ 표=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취합)

[서울파이낸스 김현경기자] 국내제약사가 종합편성채널의 주식을 구매했지만 일부는 평가 손실을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가운데 제약사와 언론사가 이해관계로 얽히면서 의약품 텔레비전(TV) 광고 완화를 유발, 약물 오·남용을 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매출액 기준 국내 '빅5' 제약사가 구매한 종편 주식은 총 172억원이다. 이중 녹십자(65억원)가 가장 많은 금액을 투자했으며, 유한양행(45억원)이 두번째로 많았다. 종근당과 대웅제약은 각각 30억원을 투자했고, 제일 적은 액수를 출자한 곳은 한미약품(2억원)이다.

하지만 일부 방송사가 적자를 내면서 몇몇 제약사들도 투자액 대비 최소 4.6%부터 최대 50%까지 평가 손실을 봤다. 손실 총액은 39억원이다.

가장 많은 손실은 본 제약사는 대웅제약이다. 대웅제약은 JTBC 주식 60만주를 취득하는데 30억원을 출자했지만 올해 3분기 기말잔액 장부가액은 15억원으로 반토막이 나버렸다. 두번째로 손실액이 컸던 제약사는 유한양행이다. 유한양행은 종편 4사(조선방송, JTBC, 매일방송, 채널에이) 주식 83만주를 취득하기 위해 총 45억원을 투자했지만 46.7% 손실폭을 기록하면서 21억을 잃었다.

손실폭이 가장 낮았던 회사는 녹십자다. 이 회사의 기말잔액 장부가액은 출자액(65억원) 대비 4.6% 증발한 62억원을 나타냈다. 회사는 조선방송과 채널에이, 매일방송(MBN)에 각각 20억원을 투자하고 보도채널 연합뉴스TV에도 5억원을 출자했다. 한미약품과 종근당은 손실을 면했다. 한미약품과 종근당은 각각 MBN(2억원), 매일경제TV(30억원)에 출자했다.

이런 상황에서 일각에서는 제약사의 종편 주식투자를 금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두 기업 집단 간에 이해관계가 성립되면 의약품의 TV 광고 규제가 느슨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은 "제약사와 종편이 이해관계로 얽히면 TV 광고를 포함해 의약품 관련 프로그램의 간접광고(PPL) 제작이 원활해질 수 있다"며 "이는 소비자들에게 약물에 대한 무분별한 정보를 제공함으로서 비합리적 소비를 유도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우 위원장은 또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연구개발(R&D) 투자가 가장 낮다"며 "종편에 투자할 여력이 있다면 차라리 R&D 부문을 강화해서 내실을 기하는 것이 더 적합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각 제약사 관계자들은 '그렇지 않다'는 말로 일관했다. 모 제약사 관계자는 "경영진과 회사의 검토 끝에 결정된 사안으로 투자에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며 "약물에 대한 공정한 방송이 만들어지는데 어려움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제약사 관계자는 "단순한 투자였고 우리 회사만 참여한 것이 아니라 다른 여러 제약사들도 주식을 사들였다"며 "손실이 난 부분에 대해서는 크게 개의치 않는다. 장기적 관점으로 보고 투자하는 것"이라고 원론적인 말만 되풀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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