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내년 예산 완화적이지 않다"…'재정 역할론' 작심발언
이주열 "내년 예산 완화적이지 않다"…'재정 역할론' 작심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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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1일 한은 기자단과의 송년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통화정책, 리스크 관리 역점둘 때"…유일호 '폴리시믹스'에 선긋기

[서울파이낸스 이은선기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한해를 마무리하는 송년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경기 부양을 위한 정부의 재정정책 역할론을 수차례 강조했다. 지난 16일 이 총재와 회동을 마친 유일호 부총리가 통화와 재정의 '정책조합(폴리시믹스)'을 강조했으나, 이 총재는 재정에 공을 돌리면서 금리 인하 가능성에 선을 긋고 나선 것이다.

이 총재는 21일 저녁 한은 본관에서 개최한 송년 기자간담회 인사말을 통해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를 인상했지만, 신정부가 성장친화적인 확장적 재정정책을 펼 것이라는 기대로 주가는 연일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며 "제로금리와 양적완화, 심지어 마이너스 금리로 대변되는 요란한 통화정책의 시대가 가고 이제 재정정책의 시대가 온다고 하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올 1월 발표된 'The Only Game in Town'이라는 책을 소개하면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위기를 대응하는 과정에서 정부의 재정정책은 별로 역할이 없었고 중앙은행이 고군분투했다는 내용을 담은 제목"이라며 "그런데 요즘은 그 마을의 유일한 게임, 경제에 있어서의 볼거리는 통화정책이 아니라 정부의 재정정책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주장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고 부연했다.

이어진 질의응답 순서에서는 우리 정부의 재정 여력을 직접적으로 강조했다. 이 총재는 "예산을 갖고 정부 재정정책을 평가해보면 내년 정부예산은 적어도 완화적이지 않다"며 "우리 경제의 명목성장률이 통상 4% 내외인데 총지출 증가율은 0.5%로 낮다"며 "정부가 예상하는 총수입 증가율에 비해서도 총지출증가율은 낮아 결국 내년 재정정책이 완화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모든 기관, 국내 기관 뿐만 아니라 해외 신용평가사라든지 국제금융기구들도 한국의 가장 큰 장점 중의 하나로 재정정책의 여력을 꼽는다"며 "재정정책이 더 많은 역할을 해야 할 때라고 얘기하고 있고 그 주장에 동의한다"고 언급했다.

통화정책에 있어서 이 총재는 대내외 불확실성이 높은 만큼 섣부른 금리 조정보다는 리스크 관리에 역점을 둬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했다. 그는 "경제가 하나같이 어렵고 성장 급락 가능성도 우려되지만 정책당국이 우선을 둬야할 것은 취약부문의 리스크 관리"라며 "지금과 같이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는 조그마한 충격도 시장은 크게 받아드릴 수 있기 때문에 리스크 관리에 좀 더 역점을 둬야 한다"고 말했다.

금리 인하 여력은 있다고 열어뒀지만, 금리 인상으로 선회할 가능성은 부인했다. 이 총재는 "물론 경제에 하방위험이 있지만, 어느정도까지 구체화되고 영향을 미칠지는 조금 더 지켜보기로 하고 금융시장에 리스크를 억제하는 데 초점을 둬서 (12월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했다"며 "금리 인하에 여력이 없는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이어 그는 "인상시점을 저울질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이런 불확실성이 클 때는 조금더 확인하고 확인하면서 정책을 펴 나가겠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올해는 긴급 회의를 가장 많이 한 해였다고 회고했다. 이 총재는 "올해를 다사다난했다는 말 이외에 무슨 말이 필요하겠나 하는 생각이 든다"며 지난해 12월 연준의 금리 인상과 미 금리정책방향의 불확실성, 중국 경제 불안에 따랐던 G2리스크 우려, 일본의 1월말 마이너스 금리제 채택, 유가 급락에 따른 자원수출국의 경제불안 가능성, 6월 트렉시트 투표, 트럼프 대통령 당선 등을 언급했다.

이 총재는 "국내에서도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한국형 양적완화와 자본확충펀드 논의,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삼성전자 갤럭시노트7 판매 중단, 청탁금지법 시행, 촛불시위와 대통령 탄핵소추, 그것도 모자랐는지 조류독감 확산까지 그야말로 일일이 거론하기도 숨이 찰 정도로 하나같이 커다란 사건들이 끊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올해처럼 앞에 '긴급'자가 많이 붙은 회의를 한 적은 없었다"며 "최근 몇년을 뒤돌아보면 크고 작은 사건은 매년 있었고 항상 이맘 때가 되면 '좀 특별한 한해였겠지, 새해에는 좀 나아지겠지'하는 기대를 하지만 연말에 가서는 비슷한 감회에 젖는다"고 언급했다.

끝으로 이 총재는 "간부들에게 자주하는 말 중 하나가 '최선에 대한 희망은 갖되 최악의 상황도 대비하자'는 말"이라며 "한국은행은 지금도 앞으로도 거시경제와 금융안정에 대한 리스크 관리에 가장 역점을 두고 업무에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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