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뿐인 은행 대출상품 다변화, 왜 안되나?
말뿐인 은행 대출상품 다변화, 왜 안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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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 장기대출상품뿐, 그 나마도 실적 미미
단기예금구조 '걸림돌', "MBS발행 선행돼야"
 
[공인호 기자]<ihkong@seoulfn.com>지난해부터 은행권과 금융감독원이 대출상품 다변화를 위한 개선작업에 착수했지만, 몇몇 시중은행들만이 장기고정금리 대출상품을 출시했을 뿐이다. 그 마저도 거의 판매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18일 은행권에 따르면, 현재까지 시중은행에서 취급하고 있는 주택담보대출 중 90%를 넘는 대부분이 변동금리부 대출이고, 원금 일시상환방식 또한 약 40% 수준으로 꾸준히 감소세를 보이고 있지만 선진국에 비해 높은 수준이다.
은행권에서 장기고정금리대출이 어려운 이유는 현재 은행의 수신구조가 단기예금 위주로 형성돼 있고, 원활한 자금조달을 위한 주택저당증권(MBS)의 발행이 사실상 불가능한데서 연유한다는 분석이다.
주택저당증권이란 주택자금 수요자가 은행 등 주택자금 대출기관에 주택에 대한 저당권을 설정해 주고 주택자금 대출기관은 저당권을 담보로 대출금을 회수할 권리를 가지게 되는데 이를 주택저당채권이라 하고, 이 주택저당채권을 기초로 발행하는 증권을 말한다.
실제로 주택금융공사만이 5%안팎의 낮은 금리로 주택저당증권 발행하고 있는데, 이는 정부보증으로 인해 트리플A의 높은 신용등급을 받을 수 있어 가능하다.
그러나, 시중은행은 정부보증이 불가능해 발행금리가 높을 수밖에 없어 주택저당증권 발행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시중은행들의 입장이다.
지난 2월 국민은행이 은행권 최초로 올 상반기 안에 1조원 규모의 주택저당증권을 발행한다는 뜻을 밝혔지만 국내시장이 아닌 해외시장을 상대로 한 발행이기 때문에 은행권 전반으로 확대될 지는 의문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ABN암로, JP모건, ING 등 세곳과 주간사 계약을 맺고 올 상반기에는 주택저당증권을 발행할 예정"이라며 "이번 발행으로 보유자산 유동화 및 조달금리를 낮추는 등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내시장에는 MBS를 유통시킬 수 있는 시장이 형성돼 있지 못하다고 판단해 해외로 눈을 돌렸다"며 "국내에도 MBS 발행 및 유통시장을 활성화를 위한 정부의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하나은행은 지난해부터 최고 10년간 고정금리가 가능한 '셀프디자인 모기지론'을 판매해 왔지만 주택금융공사의 10년 만기 'e-모기지론'의 금리에 비해 0.3%P 가량 금리경쟁력이 떨어져 장기고정금리 상품 출시에 대한 실효성은 여전히 의문이라는 설명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고객들의 선택의 폭을 넓히는 차원에서 장기 고정금리 대출상품을 출시했지만 금리 조건상 거의 판매가 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라며 "시중은행의 고정금리 상품의 금리가 주택금융공사의 모기지론 수준으로 낮춰지지 않는 이상은 원활한 판매를 기대하기 힘들 전망"이라고 말했다.
국민은행을 포함한 우리, 신한은행 또한 고정금리 담보대출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고정금리 인하 및 몇몇 상품을 출시한 상태지만 큰 효과를 거두지는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장기고정금리 대출상품을 문의하는 고객은 많지만 주택금융공사의 e-모기지론에 비해 금리가 높다는 사실을 숨길수도 없다"고 말해 관련 상품 판매에 어려움이 많다는 뜻을 전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주택담보대출 시장에서 위험헤지 능력이 상대적으로 우수한 은행이 위험을 부담해 장기고정금리상품의 비중을 높여야 한다는 데는 동감하지만 MBS 시장 활성화 및 장기 은행채 발행 등의 수신구조가 장기화돼 금리구조가 변경되지 않는 이상은 대출상품 다변화는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인호 기자 <빠르고 깊이 있는 금융경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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