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도 손 뗀 우리銀 행장인사, '官治'?
靑도 손 뗀 우리銀 행장인사, '官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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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발표 앞두고 행추委 '고민'...'朴-朴체제' 강행여부 초미 '관심'
▲     우리은행 본점

[이재호 기자]<hana@seoulfn.com>오는 21일 공식 발표될 우리은행장 선임이 올 금융권 낙하산인사 논란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특히, 행장추천委의 역할에 대한 논란이 잦아드느냐 아니면 증폭되느냐의 분깃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靑, 공 행추위로...政治 논란 '종지부' 
청와대가 행장추천위원회(행추위)가 추천한 3명의 우리은행장 후보(박해춘·이종휘·최병길)에 대해 "문제 없다"는 입장을 (행추위)에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는, 청와대가 복수후보에 대해 선택권을 줄 테니 행추위가 알아서 판단하라는 것으로, 외견상 '政治인사' 가능성은 배제됐다.
'보이지 않는 손'으로 영향을 미칠 수도 있겠지만, 공을 행추위로 넘긴 이상, 청와대의 개입 가능성은 거의 없어졌다고 봐도 될 것같다.
이제, 우리은행장 인선은 박병원 전 재경부 차관의 회장 인선으로 불거졌던 '낙하산 인사'(관치)논란이 더욱 증폭되느냐, 아니면 사그라드는 계기가 되느냐하는 '막다른 골목'에 들어선 셈이나 마찬가지다. 그리고, 그 권한과 부담은 행추위가 떠맡게 됐다.   
14일 금융계에 따르면 청와대 인사추천위원회 사무국은 행추委와 재경부를 거쳐 올라온 3명의 우리은행장 후보에 대한 검증 작업을 마치고 '문제 없다'는 입장을 15일 인사위원회에 통보했고, 일부 언론에서 제기한 박해춘 후보의 자녀 국적과 병역 문제에 대해서도 별 다른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점이 추후 논란거리가 될 수도 있겠지만.
특히, 인사위원회는 세 후보에 대한 사무국의 검증결과를 받아들이고, 최종 결정은 하지 않은 채 행추委에 결정권을 부여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  박해춘

▲ 이종휘
▲    최병길

■박해춘, 한 발짝 더 가까이...
청와대가 행추委에 결정 권한을 준 것은,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낙하산 인사'에 대한 비난 여론을 의식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청와대는 얼마전 결정된 박병원 우리금융 회장 인선이후, 낙하산 인사 논란이 일자 공개적 해명과 함께, 불쾌한 입장을 밝혔었던 점을 상기할 때 그렇다. 더 이상 낙하산 인사 논란에 휘말리기 싫으니, 알아서 하라는 공개적인 메시지로 볼 수 있다.  
이에 따라, 보장된 LG카드 사장 자리를 박차고 경선에 뛰어든 박해춘 LG카드 전 사장의 행장 낙점 가능성이 한층 더 높아졌다는 게 금융권의 일반적 관측이다. 박 전 사장의 '베팅'이 성사되기 일보 직전까지 다가 온 셈이다. 주로 예금보험공사와 정부 관료 출신으로 구성돼 있는 행추위으로 부터 가장 많은 지지를 받고 있는 후보가 박 사장인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상황은 만만찮게 복잡하고, 변수는 아직 남아 있다.
우리금융 회장 내정자인 박병원 전 재경부 차관의 의중과 우리은행 노조의 거센 반발이라는 두 가지 변수가  행추위 통과 과정에서 어떻게 작용할 것이냐 하는 점이 최대 관심사요, 관전포인트다. 이와관련, 박 회장 내정자는 우리은행장 인선에 자신의 의중을 반영할 의사가 있음을 공식적으로 밝힌 바 있어, 그가 어떤 움직임을 보일지가 특히 주목된다. 
우선, 박 내정자가 향후 자신이 회장으로 취임한 이후의 조속한 조직장악과 안정을 중시할 경우 행추위측에 '모종의' 입장을 전달할 가능성과 함께, 행추위가 이를 어느 정도 참작한 판단을 내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다. 박 내정자가 회장 취임후 일을 원만히 할 수 있게 하기 위해 자신과 코드가 맞는 인사를 요청할 경우 '은행을 위해 바람직하다'는 판단에 의해 박 내정자의 뜻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행추위의 중지가 모아질 수도 있다는 의미다. 박 회장 내정자 자신이 '낙하산 논란'의 대상자로서, 은행에 입성하기까지 만만치 않은 저항을 받을 처지 이기 때문에 이같은 관측이 현실화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는 관측이다. 이런 가정하에서, 박 내정자가 '우리은행 출신'을 강하게 요구할 경우 복잡하게 꼬여 있는 현 상황은 의외로 쉽게 풀릴 수도 있다. 재경부 관료출신이라는 박 회장 내정자의 회장으로서의 부적격성(노조 주장)이 은행장 인선을 통해 무마되는 효과를 예상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박 내정자가 일종의 '딜'을 하는 것으로 비쳐질 수 도 있는 부담이 있지만, 일단 폭발직전에 이른 은행의 분위기를 진정시키는 데는 효과가 있을 것이 분명해 보인다. 물론, 박해춘 후보로서는 아쉬운 일이 되겠지만.   

■'본질과 정황논리' 헷갈려...
물론, 이같은 가정이 현재 박해춘 후보가 낙점될 가능성이 어느 정도 인지, 실제로 낙점될 수 있을 지를  예상한 것은 아니다. 다만, 행추위 구성멤버들의 면면을 볼 때, 그리고 지금까지 흘러 나온 이런 저런 관측들을 종합할 때 유리한 위치에 있다는 것 정도가 전부다. 
문제는 박해춘 후보가 낙점될 경우 상황은 녹녹치 않게 전개될 것이라는 점이다.
노조의 반발수위가 예사롭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은행 노조는 회장에 이어 행장마저 '낙하산 인사'로 채워지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는 초강경입장이다. 23일에는 총파업 찬반 투표까지 예정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이른바 兩朴체제(박병원-박해춘)로 굳어질 경우 한 차례 심한 후유증을 앓을 수 밖에 없다. 행추위에 대한 박 회장 내정자의 의중 전달과 반영 여부와 무관하게. 현재로서는 행추委가 어떤 간섭이나 외압없이 결정을 내린 다고 하더라도, 그럴 수 밖에 없는 상황과 분위기다. 
특히, 회장에 이어 행장까지 외부인사로 채워질 경우, 반발 수위는 박 회장 내정자가 결정될 때보다 훨씬 커질 것으로 보인다. 시작부터 짜고 치는 고스톱이 아니었느냐, 행추위의 구성과 운용방식에 문제가 있지 않느냐등등 많은 문제제기가 뒤따를 것이 자명해 보인다. 
사실, 회장 내정자(박병원)에 대해서는 외견상 반발하지만 공적자금 투입은행이라는 특수한 입지 때문에 속으로는 은근히 '박병원의 힘'에 대한 기대치도 담겨져 있는 게 일부 우리은행 직원들의 정서다.    
다소 불합리해 보이지만, 힘의 논리상 그렇고, 과거에도 비슷한 사례는 많았다. 특히, 국책은행의 경우, 겉으로는 자행출신을 주장하면서도 실제로는 힘 있는 관료출신이 오기를 은근히 기대했었던 예가 많다. 이 점이 관치인사의 사슬을 쉽게 끊을 수 없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은행의 경우 은행장 선임만은 사정이 크게 달라 보인다.
박 전 재경부 차관이 회장으로 내정된 상태여서, 은행장에 관한한 외부인사가 자리를 차고 들어 오는 것에 대한 반발감은 더 클 것이 뻔한 이치이기 때문이다.
이는 노조나 직원들이나 다를 바 없고, 겉과 속마음이 다를 수도 없어 보인다.   
이런 가운데, 근본적으로는 능력위주의 합리적 인사원칙이 존중돼야 겠지만, 회장과 행장이 분리되면서 회장에 관료출신이 선임된 만큼, 행장은 우리은행 출신이 맡는 것이 여러 모로 좋을 것 같다는 은행권의 분위기가 적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박병원-노조 반발 '변수'...행추委 선택은? 
이제, 선택은 단 두 가지. 하지만, 이같은 상황때문에 행추위로서는 어떤 선택도 하기가 극히 어렵게 됐다. 외부인사를 선택할 경우, 노조는 물론 은행직원들의 거센 반발이 불 보듯 뻔 하고, 그렇다고 반발 분위기를 의식해 '방향 전환'을 한 듯한 인사를 할 경우 또한 초기 조직장악력 약화등 부담이 있다. 어떤 결정이 내려지더라도 정황논리와 본질이 명확하게 구분 될 수 없는 상황에 처해 있는 것이 우리은행장 선임의 어려운 점이다. 일종의 딜레미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일각에서는 지주회사 부회장 자리를 신설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행장 인선 과정에서 낙방한 인사를 위한 자리가 될 것이라는 해석과 함께.
하지만, '오죽했으면'이라는 혀 차는 소리는 들려도, 이같은 방식이 실현될 것으로 보는 사람은 거의 없어 보인다. 그리고, 이는 우리은행은 물론 은행권의 중론으로 파악된다.
회장과 행장 분리 자체가 '옥상옥'또는 '자리만들기'가 아니냐는 의구심이 증폭돼 있는 마당에, 아무리 '궁측통'이라고는 하지만 부회장 자리를 또 만든다는 것은 한마디로 넌센스라는 것.
결국, 우리은행장 인선은 그야말로, '솔로몬의 지혜'가 필요한 상황이나 진배없는 난제중의 난제로 부각됐다. 박병원 내정자와 행추위원들의 어깨가 그 만큼 무거울 수 밖에 없는 것도 바로 이같은 상황때문이다. 

 

<우리은행장 후보 3人 프로필>

박해춘
출생 : 1948년 5월 25일 (충청남도 금산)
학력 : 고려대학교경영대학원 최고경영자과정 (수료)
경력 : 2004년 3월 LG카드 대표이사사장
          2001년 11월 ~ 2004년 3월 서울보증보험 대표이사사장
          1998년 11월 서울보증보험 대표이사사장

이종휘

출생 : 1949년 1월 25일 출생
학력 : 서울대학교 경영학 학사
경력 : 2004년 4월 우리은행 수석부행장
       2003년 ~ 2004년 우리은행 경영기획본부장 집행부행장
       2002년 ~ 2003년 우리은행 기업금융고객본부장 집행부행장

최병길
출생 : 1953년 1월 6일 (대구광역시)
학력 : 연세대학교 행정학 학사
경력 : 2006년 6월 금호생명보험 대표이사
          2005년 ~ 2006년 6월 금호생명보험 경영기획담당 부사장
          2003년 ~ 2004년 우리은행 중소기업고객본부장 집행부행장

이재호 기자 <빠르고 깊이 있는 금융경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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