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업계 '유리천장 너무 높다'…여성임원 비율 8%
제약업계 '유리천장 너무 높다'…여성임원 비율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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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5 제약사, 여성 사원이 임원 될 확률 사실상 '0'

[서울파이낸스 김현경기자] 국내 제약업계의 여성 임원 승진 문턱은 올해도 높았다.

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기준 국내 '빅5' 제약사 전체 임원 136명 중 여성 임원은 11명에 불과하다. 비율로 보면 8.1%로 지난해(9.4%)보다 1.3%포인트 줄어든 수치다. 거꾸로보면 전체의 90% 이상을 남성 임원이 장악하고 있다는 뜻이다.

제약사별로 보면 한미약품의 여성 임원 수가 8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종근당과 녹십자, 유한양행이 각각 1명의 여성 임원을 발탁했다. 대웅제약의 경우 지난해에 이어 단 한명도 배출하지 않았다.

직위별로는 회사의 중추적 역할을 하는 상무급이 6명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이보다 한단계 더 높은 전무는 3명에 그쳤고 나머지 2명은 이사급이었다.

이들은 임원으로 채용됐지만 대표이사 선임이나 회사의 중요 정책 결정에는 참여할 수 없다. 11명 모두가 법인 등기부등본에 등재되지 않은 '미등기임원'으로 이사회 구성원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는 최근 정부가 '여성인재활용과 양성평등 실천 테스크포스'를 구성·운영하며 근로문화 개선에 나선 것과는 다른 행보다. 양성평등 의사결정을 위해 공공부문에서는 2014년 '여성관리자 확대 목표제'를 도입했다. 이 제도로 지난해에만 15.6%가 여성관리자로 이름을 올렸다.

국내에 진출한 글로벌 제약사들과 비교할 경우 임원의 성비 격차는 더 뚜렷하게 나타난다. 한국노바티스와 사노피아벤티스코리아, 한국화이자 등 주요 제약사의 여성 임원 비율은 40%에 육박한다. 한국다국적의약산업협회의 여성 대표자 비율은 지난해에만 26%에 달했다.

이와 관련해 한국제약협회 관계자는 "외자사는 유연하고 국내사는 더 보수적이라 여성 임원이 적다고 단정 짓기 어렵다"며 "기업의 구조가 반영된 결과"라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글로벌제약사에는 여성들이 강점을 지닌 마케팅 부문의 인사들이 많기 때문에 국내사보다 상대적으로 임원 비율이 높은 것"이라며 "최근 국내사들도 연구개발 분야에 여성전문인력을 늘리고 있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 여직원 고용률 ↑…고위직 관문은 더 좁아져

상위 5개 제약사의 여성 임원은 줄어든 반면 여성 직원 고용률은 꾸준히 늘어났다. 5개 기업은 2014년 총 1918명을 채용한데 이어 지난해 2035명을 고용했다. 올해는 266명이 더 늘어난 2301명을 뽑았다.

이처럼 올해 여성 직원은 지난해보다 266명 더 충원됐지만 고위직으로 올라갈 수 있는 관문은 더 좁아졌다. 여직원이 임원으로 승진할 수 있는 확률은 지난해 0.7%에서 올해 0.5%로 0.2%포인트 낮아졌다. 사실상 1%도 채 되지 않아 임원으로서 경영 전반에 나설 수 있는 여직원은 없는 것이다.

출산으로 인한 경력단절도 여성 임원 등용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한 관계자는 "여성의 경우 임신과 출산으로 인한 공백으로 임원까지 승진하기는 어렵다"며 "현재 임원까지 올라간 사람들은 결혼을 포기하거나 울며 겨자먹기로 버틴 사람들"이라고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육아휴직기간이 있지만 아이를 혼자 둘 수 있을 때까지 키우기에는 부족한 시간이기 때문에 대부분이 회사에 다시 복귀하지 못한다"며 직장 내 어린이집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전체 직원 수가 500명을 넘거나 여성 근로자가 300명 이상일 경우 직장어린이집을 설치해야 한다. 하지만 국내 제약사 가운데 사내에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는 곳은 대웅제약 뿐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전문가들은 양성평등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최문선 여성가족부 여성인력개발과장은 "여성들은 결혼·출산·육아로 인한 경력단절을 경험하고 유리천장, 유리벽이라는 어려운 현실에 처해 있다"며 "여가부에서는 여성에 특화된 맞춤형 조직역량 강화 교육을 통해 유능한 여성인재가 핵심리더로 성장할 수 있도록 '여성인재 아카데미'를 운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 과장은 이어 "제약분야 등 모든 분야에 걸쳐 여성인력이 능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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