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 적자 지속·자산입찰 고배…정상화 '적신호'
현대상선, 적자 지속·자산입찰 고배…정상화 '적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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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현대상선

"적자 5천억 이상 증가…채권단 자금지원 절실"

[서울파이낸스 황준익기자] 현대상선이 6분기 연속 적자에 한진해운 자산입찰에서도 고배를 마시면서 경영정상화에 빨간불이 켜졌다.

1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제출된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현대상선의 올해 3분기 연결기준 영업손실은 2303억원으로 전년동기(-777억원)대비 적자 폭이 확대됐고, 매출액도 약 27% 감소한 1조784억원을 기록했다.

3분기까지 누적 실적도 악화됐다. 3분기 누적 매출액은 3조3132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약 25% 줄었고, 영업손실은 전년 동기 1459억원에서 6473억원으로 5000억원 넘게 적자가 늘었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전세계 해운 불황의 여파와 7~8월 최저 수준 운임으로 적자가 지속됐다"며 "해운물동량 정체현상과 공급 과잉으로 운임 회복이 지연되면서 실적 악화됐다"고 말했다.

해운업 불황이 장기화 되면서 계절적인 성수기임에도 전세계 주요 선사들이 적자를 기록할 만큼, 현대상선 실적개선 전망 역시 불투명한 상황에 놓였다.

현대상선은 현재 산업은행 등 채권단 관리 하에 경영정상화 과정을 진행 중이지만 현재 같은 업황에서는 단기간에 수익성을 회복하기란 쉽지 않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머스크, MSC 등 글로벌 대형 선사들이 주도하는 '치킨게임'은 현대상선이 운임 경쟁력을 갖추기 쉽지 않다는 분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더욱이 현대상선은 인수가 유력했던 한진해운의 미주노선과 미국 롱비치터미널 입찰에 떨어지면서 한진해운 자산인수를 통한 몸집불리기에 실패했다. 롱비치터미널은 한진해운의 '알짜자산'으로 미 서부 항만 전체 컨테이너 물동량의 30% 이상을 소화할 수 있다. 현대상선 내부에서는 향후 계획을 전면 수정할 수밖에 없다는 분위기가 전해진다.

한종길 성결대 동아시아물류학부 교수는 "한진해운 자산 중 가장 큰 메리트였던 롱비치터미널 확보에 실패하면서 확실한 기반을 구축하기 어려워졌다"며 "정기선 사업은 신뢰의 비즈니스인데 한진해운 사태로 국내 대량화주들이 현대상선에게 물동량을 주기는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결국 현대상선의 경영정상화를 위해서는 선박펀드 등 금융지원 외 채권단인 산업은행의 자금지원이 이뤄질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 같은 시황에서 내부적으로 비용을 최적화시키는 작업 말고는 현대상선에게 뾰족한 수가 없다"며 "스케일 메리트를 확보하기 위한 산업은행의 투자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현재 현대상선이 해외선사에 비해 경쟁력이 쳐지는 것만은 사실"이라며 "산업은행이 자금을 지원해 주지 않을 정도로 성장하기까지는 약 2년이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한진해운 자산입찰에 낙찰된 SM그룹(대한해운)은 기존 벌크선사업에 컨테이너선사업까지 뛰어들며 원양선사로 거듭나기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한 교수는 "과거 50년 동안 정기선 비즈니스에 뛰어든 전례가 없음에도 SM그룹이 한국해운을 세계 5위로 끌어올리겠다는 포부에는 박수를 보낼 일"이라며 "다만 정기선 선사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엄청난 노력이 뒷받침 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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