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銀, 금융권 첫 '과점주주 지배'…행장 인사 등 '시험대'
우리銀, 금융권 첫 '과점주주 지배'…행장 인사 등 '시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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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회 구성이 관건…지주사 전환 여부도 관심

[서울파이낸스 이은선기자] 우리은행이 15년 만에 민영화에 성공하면서 정부의 경영간섭에서도 멀어지게 됐다. 내달 말 새 이사진이 구성되면 우리은행은 금융권 최초로 과점주주 지배구조 체제에 돌입하게 된다.

당장 새 행장의 선임이라는 주요 과제가 이사회의 경영 능력을 시험대에 올렸다. 시너지 창출을 기대하며 합류한 전략적 투자자(SI)들의 눈치 싸움 속에 우리금융지주의 출범 논의도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일 낙찰자로 선정된 7개 과점주주는 오는 28일까지 매매대금 납부를 완료하게 된다. 다음달 14일까지 매각 절차를 완전히 종결하면, 예금보험공사는 우리은행과의 경영정상화 이행약정(MOU)을 해지한다.

대신 사외이사를 통해 과점주주가 경영에 적극 참여하게 된다. 국내에서 첫번째로 시도되는 과점주주 지배구조를 통해서다. 우리은행은 12월30일 이사회를 개최하고 동양생명과 키움증권, 한국투자증권, 한화생명, IMM 프라이빗 에퀴티(PE) 등 5개사가 추천한 사외이사의 선임절차를 밟는다.

예보가 이번 지분 매각이 완료되더라도 여전히 우리은행 지분의 21.4%를 보유하겠지만, 경영 간섭은 최소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임종룡 금융위원장도 낙찰자를 발표하면서 "예보의 잔여지분은 공적자금 회수를 위한 것"이라며 "(정부는) 공적자금 관리를 위한 최소한의 역할을 하고 과점주주 중심으로 민간 주도의 자율적이고 상업적이며 투명한 경영을 하게 될 것"이라고 강도했다.

현재 우리은행 이사회는 사내이사 4명과 사외이사 6명, 예보에서 투입한 비상임이사 1명 등 11명으로 구성된다. 사내이사 4명은 올 연말 임기가 만료되지만, 이광구 우리은행장과 정수경 상임감사의 자리는 공석 상태로 둘 수 없는 만큼 내년 3월 정기주주총회까지 유임될 것으로 보인다. 다음달부터는 14명의 이사진이 꾸려지는 셈이다. 현 사외이사 6명중 4명의 경우 내년 3월에는 임기 만료돼 물러나게 된다.

과점주주 지배구조 체제 하에서 가장 주목되는 결정 사항은 인사권의 정점인 차기 행장의 선임이다. 그간 우리은행의 행장 선임은 정부의 승인을 거쳐왔지만, 이번에는 과점주주 추천 사외이사를 중심으로 꾸려지는 임원후보추천위원회가 최종 결정권자다. 아직 시장에서는 정부의 경영간섭 배제에 대한 불신이 남아있는 만큼, 이른바 낙하산 인사가 반복될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일단은 적극적인 대내외 홍보와 실적 증대로 민영화 성사에 결정적 역할을 한 이 행장의 1년 연임이 유력하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과점주주의 이사회 적응 기간과 민영화 이후 경영의 연속성을 고려한 판단이다. 일각에서는 금융당국 출신의 행장 낙점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내부 그룹장의 경쟁이 치열하다는 풍문도 흘러나오고 있다.

이를 의식한 듯 이 행장은 이날 임직원 메시지를 통해 "이제 우리는 설립 이래 처음으로 주인이 생기는 역사의 전환점을 맞이하게 됐다"며 "새로운 과점주주 추천 사외이사를 중심으로 한 이사회를 통해 은행장 선임을 포함한 모범적인 은행 지배구조를 정착시켜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부정청탁금지법(김영란법) 시행과 인사의 투명성을 언급하면서 "사회적으로 도덕성에 대한 기준이 엄격해지고 새로운 과점주주체제를 맞이함에 따라 인사와 관련된 그 어떤 외부 청탁도 우리은행에는 통하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우리은행의 또 다른 숙원이었던 금융지주 회사 전환도 새 이사회 출범 이후에는 본격화될 전망이다. 우리은행은 이번까지 5차 시도의 민영화 과정에서 우리투자증권(NH투자증권), 우리아비바생명(DGB생명) 등을 매각했다.

일단 우리은행 내부에서는 저금리 장기화와 규제 변화로 금융사의 종합금융그룹으로의 도약이 불가피한 상황인 만큼 재차 금융지주사로 전환을 추진하는 상황이다. 이에 시장에서는 자회사 인수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지만, 과점주주들의 의사 확인이 선제적으로 이뤄져야 하는 문제다.

일단은 IMM 프라이빗 에쿼티와 동양생명, 한화생명,키움증권, 한국투자증권 등의 전략적 투자자(SI)가 과점주주로 참여한 만큼 우리은행과 각 사의 시너지 창출 시도가 우선될 것으로 보인다. 방카슈랑스 판매나 해외 진출, 핀테크 분야에서의 협력을 기대할 수 있다. 증권사 역시 은행을 통해 상품 판매 활로를 확장할 전망이다.

이 행장은 이날 "이제 우리는 성공적 민영화라는 역사의 변곡점을 통해 과거의 껍질을 벗고 새로 태어나 멋지게 비상할 수 있는 크고 강한 날개를 갖게 됐다"며 "금융지주체계를 재구축하고 대한민국 1등 종합금융그룹으로서의 위상을 향해 전진해 나가자"고 말해 금융그룹 도약 의지를 강력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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