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뱅킹] 수수료 인상에도 이익은 감소, 이유·해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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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금리 때문에 인상 논리 '무색'"새 원천 찾아야"

▲사진=서울파이낸스DB

[서울파이낸스 정초원기자] 국내 은행들이 이자이익 중심의 수익구조를 탈피하기 위해 잇따라 각종 수수료 인상에 나섰지만, 전체 수수료이익은 오히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단순히 기존의 거래 수수료를 올리는 것보다는 자산관리 등 전문적인 사업을 통해 수수료이익을 창출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30일 국내 주요 은행인 신한은행, KB국민은행, KEB하나은행, 우리은행의 3분기 누적이익의 내력을 살펴보면, 순영업수익(이자이익+비이자이익) 16조9250억원 중 비이자이익은 3조4080억원으로, 20.1%의 비중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년 동기의 경우 비이자이익은 3조1920억원으로 순영업수익 대비 비중은 19.45%를 기록했다. 단순비교하면 수치상으로는 수익구조가 비이자이익 중심으로 다소나마 개선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내용을 들여다 보면 그렇지 못하다. 비이자이익이 늘어난 가장 큰 배경에는 '원·달러 환율 상승'이 자리하고 있다. 은행들이 비이자부문에서 먹거리를 넓혀 장사를 잘했다기 보다는, 환율 효과로 관련 이익이 늘어난 결과인 것이다.

실제로 4개 은행의 수수료이익은 2조71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2조8640억원에 비해 5.7% 가량 줄었다. 은행별로 살펴봐도 신한은행을 제외한 나머지 3개 은행은 모두 수수료이익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KB국민은행의 올 3분기 누적 수수료이익은 8190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8920억원)보다 8.1% 감소했다. 같은 기간 우리은행도 작년 동기대비 4.7% 줄어든 7100억원의 수수료이익을 올리는 데그쳤다.

KEB하나은행도 비이자이익은 늘었지만 수수료이익은 오히려 줄었다. 지난해 9월 은행 통합으로 옛 하나은행의 7~8월분 실적이 3분기 실적에 반영되지 않은 것을 감안하더라도, KEB하나은행의 작년 3분기 누적 수수료이익은 최소 5892억원 이상이다. 반면 올해는 500억원 이상 감소한 5396억원의 수수료이익을 올린 데 그쳤다.

유일하게 수수료이익이 증가한 신한은행의 경우도 증가세는 크지 않았다. 지난해 3분기 6377억원의 누적 수수료이익을 올린 데서 0.5% 증가한 6406억원의 수수료이익을 기록했다.

시중은행들이 올해 초부터 영업점 창구에서 이뤄지는 송금 수수료를 비롯해 예금, 외환, 현금자동입출금기(ATM) 등 주요 수수료 인상을 본격화했지만 그 결과가 의외다.

먼저 예상해 볼 수 있는 원인은 이자이익의 증가세가 상대적으로 컸기 때문이 아니겠느냐는 것. 3분기 은행 실적 호조가 저금리 기조 속에서 시중 부동자금의 은행유입으로 은행들의 대출재원이 늘었고, 이를 바탕으로 주택담보대출 등 가계대출을 늘린데 기인한다는 점에서, 이는 얼핏보면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하지만 이같은 분석도 은행의 수수료이익 부진의 이유를 설명하는데는 한계가 있다. 은행의 전체영업익에서 차지하는 비이자수익의 비중이 감소했을 뿐아니라 대부분 은행에서 수수료 이익의 절대규모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은행의 이같은 이자이익 중심의 이익구조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영업전략의 근본적인 전환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다. 소비자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일반업무 수수료보다는, 전문 영역을 개척함으로써 수수료 이익의 원천을 확장해 나가야 한다는 지적이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일반 거래 수수료를 올렸음에도 불구하고 전체 수수료이익이 오히려 감소했다는 것은 결국 은행들이 방카슈랑스, 신탁 등 전문적인 분야에서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지 못한 것"이라며 "단순히 거래 수수료만을 인상해 서민들에게 부담을 주는 것보다는, 은행들이 보다 고차원적인 역량을 발휘할 수 분야에서 수수료이익을 내는 것을 고려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은행들은 그동안 저금리 기조에서 수익성을 보전하려면 고유업무 수수료를 높일 수밖에 없다는 논리로 일관해왔다. 그렇다면 은행들은 저금리 기조에서도 엄청난 이자이익을 올린 점에 대해서도 그에 합당한 설명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물론 부동산 경기 호조로 가계대출이 급증한데서 그 원인의 일면을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이같은 논리가 설득력을 지니려면 은행들이 가산금리 인상없이도 그 많은 이자이익을 올릴수 있었어야 하는데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결국 은행들은 비이자수익, 즉 수수료이익 확대를 위한 보다 근본적이고도 장기적인 안목에서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을 수긍해야 한다. 그리고 지금부터라도 이를 실천에 옮겨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부동산 버블 붕괴와 같은 예기치 못한 상황이 발생하기라도 한다면 은행들은 뒤늦은 후회와 함께 경영관리 전반에 걸쳐 고전을 면키 어려울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임형석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은행 비이자이익(non interest income) 특징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저금리 환경에서 수익 다변화 효과를 도모하기 위해서는 변동성이 상대적으로 작은 수수료 관련 이익을 중심으로 비이자이익이 늘어날 필요가 있다"며 "수수료 관련 이익을 늘리기 위해서는 고령화에 따른 자산관리 수요 증대 등의 우호적인 여건을 활용해 신규 서비스 발굴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2015년 상반기 옛 하나은행 수수료이익과 1~8월 옛 외환은행(존속법인) 수수료이익, 9월 통합은행 수수료이익을 더한 수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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