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 인사이드] 위기의 日증시…'붙잡는' 아베 '떠나는' 外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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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인 자금 590억달러 순유출…국내 증시에도 영향

[서울파이낸스 차민영기자] 글로벌 투자자금의 일본 이탈 기조가 가속화되면서 유출 자금 규모가 590억달러에 육박했다. 이는 지난 1987년 일본의 거품경제 붕괴 당시와 맞먹는 규모다. 시장에선 당초 마이너스 금리를 토대로 '엔화의 평가절하'를 선언한 '아베노믹스'에 대한 실망감이 자금 유출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한편, 일본 증시의 부진은 국내 펀드 및 주식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 '버블붕괴' 직전 수준…'아베노믹스' 실망감

▲ 일본 증시 내 외국인 투자자금 변동 추이. (자료 = 블룸버그, 도쿄증권거래소)

19일 블룸버그와 도쿄증권거래소 등에 따르면 올해 일본 증시에서 유출된 외국인 자금은 590억달러로 블룸버그가 추적하는 33개 증시 중 가장 많았다. 일본 증시 자체로 놓고 봐도 '버블붕괴'에 직면한 지난 1987년 이후 가장 심각한 규모다. 사실 버블붕괴 이후 일본 증시에서 외국인 자금이 순유출된 경우는 올해 포함 6번에 불과하다.

자금 엑소더스에 일본 대표 지수도 주춤하고 있다. 닛케이 225 지수는 작년 말보다 11% 가량 내린 상태로 1만6000대 후반서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앞서 지수는 지난 6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우려가 높아지면서 무려 1만4000대 후반까지 밀리는 등 아찔한 순간들도 연출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우선 엔화 강세가 주효했다는 평가다. 이날 엔·환율은 달러당 103엔으로 작년 말보다 약 16% 높아진 상태다. 블룸버그는 "아베 신조 총리의 비효율적인 경제 정책과 이에 따른 엔화 강세가 이 같은 자금 엑소더스 현상을 초래했다"고 진단했다.

일본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몇몇의 대형 수출기업들이 경제의 큰 뼈대를 구성한다. JP모건자산운용의 글로벌마켓 담당 요시노리 시게미도 "일본은 외국인 투자 측면에서 어려운 상황"이라며 엔화 강세를 근본적 원인으로 지목했다. 엔화 강세 시 전반적인 경제가 힘을 받기 힘든 구조라는 얘기다.

실제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토픽스지수 구성종목들의 주당순이익은 작년 9월 대비 18% 급감했다. 주당순이익은 기업이 벌어들인 영업이익을 현재 주가로 나눈 값으로 기업의 전반적인 수익성을 나타내는 지표다.

아베 총리는 '더 큰 자극'을 시장에 주겠다며 더 높은 강도의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을 실행하기도 했다. 일본의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는 아베 정권이 제시한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수용하는 한편, 연간 580억달러 규모의 상장지수펀드(ETF) 매입 정책을 추진한다고도 밝혔다. 하지만 시장 참가자들은 이 같은 정책에 부담을 표했다.

◇ 펀드 환매 극심…코스피 수혜는 '글쎄'

▲ 국내 일본 주식형 펀드 중 연초 대비 설정액 감소 상위 5개 펀드. 8월16일 기준, ETF제외, 재투자분 포함. 단위: 억원. (자료=에프엔가이드FnSpectrum)

국내 펀드시장은 일본 증시 부진에 직격탄을 맞았다. 이날 펀드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연초 이후 지난 8월 16일까지 국내 일본 주식형 펀드에서 환매된 자금은 2529억원으로 추산됐다. 특히 덩치가 큰 설정액 상위 펀드 위주로 환매 요청이 쇄도했다.

증시 부진에 따른 저조한 수익률이 펀드시장의 자금이탈 현상을 주도했다. 대부분의 주식형 펀드들이 마이너스(-) 수익 행보를 보였기 때문이다. 일부 레버리지펀드들의 경우 연초 대비 수익률이 -30%에도 못 미쳤다. 레버리지펀드는 추종 자산가격의 변동폭을 일정 배수로 추종한다.

반면 주식시장의 경우 긍정적 전망과 부정적 전망이 맞물렸다. 우선 일본과 경합관계에 있는 대형 수출주가 많은 만큼 시장 전반에 호재로 작용할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허재환 미래에셋대우 수석연구위원은 "무역의 경합도가 떨어졌다고 하지만 엔화가 강할 때 우리 기업들에 긍정적으로 작용한다"며 "가격경쟁력 차원에서 기본적으로 좋다고 보는 게 맞는 듯하다"고 진단했다. 이어 "하지만 최근 엔·달러 환율이 높아져서 외국인의 매도 강도는 앞으로는 약해질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며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일부 수혜가 기대되는 수출주마저 어닝시즌 기대감이 낮아 반사수혜는 기대하지 말라는 분석도 제기됐다. 실제 삼성전자와 현대차의 경우 각각 '갤럭시 노트7' 폭발 사고와 파업에 따른 생산 차질로 인해 3분기 실적 기대가 낮아진 상태다.

강현철 NH투자증권 투자전략부 부장은 "일본은 기본적으로 선진시장에 포함돼 유출된 자금이 국내로 흘러들어올 가능성은 낮다"며 "일부 경합관계에 있는 수출주들조차 부진한 상황으로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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