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증시의 교훈
중국 증시의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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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말 사흘은 주식투자자들에겐 롤러코스터를 타듯 참 아찔아찔한 경험이었음직하다. 중국 증시가 오르락내리락 하루거리를 하는 동안 국내 증시도 거의 정신없이 그 뒤를 쫒는 양상을 보였다. 물론 한국 증시만 그런 것은 아니었다. 다만 상대적으로 시차가 적은 한국 증시가 가장 먼저 반응할 수밖에 없는 탓에 자극이 더 강했다.

3월 첫 시장이 열린 2일은 전날 전 세계 시장이 큰 폭의 추락을 맛볼 때 하루를 쉬고 중국 증시의 반등과 더불어 열려 상쾌하게 출발했다. 그러나 그런 기분도 잠시, 외국인 프로그램 매물들이 쏟아지며 기분 좋게 치고 올라갔던 주가의 기세가 확 꺾여 상승폭을 확 줄였다.

요즘의 한국 증시는 국가 경제의 펀더멘털과 무관하게 주가 등락을 보인다는 분석가들의 견해도 나오고 있다. 한국 경제를 매우 비관적으로 보고 있는 그룹의 판단이다. 그러나 드나드는 돈의 크기에 따라 주가가 춤춘다는 것 또한 사실이긴 하다. 그런 만큼 쉽사리 투기장으로 변질될 우려 또한 크다는 얘기도 될 수 있다. 핫머니가 들고 날 때마다 주가는 상한가 하한가를 오르락내리락할 가능성을 충분히 예상해야 한다.

역설적인 얘기지만 중국 증시의 동향에 웃고 울며 핫머니의 들고 나는 데 따라 주가가 곧바로 반응하는 증시 행태는 일면 긍정적인 측면도 갖고 있다. 분위기 따라 와르르 쫒아 올라가다 여차 즉하면 투매도 불사하는 한국 증시의 조급증을 억제하는 기대 외의 효과를 보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지금의 상황을 그저 보고 즐겨도 좋다는 의미는 물론 아니다. 앞으로 우리 시장이 갈수록 남들 손에 놀아날 위험이 얼마나 커졌는지 실감한 며칠이었다. 뿐만 아니라 주식시장을 넘어 한국 사회 전체로 그런 위험이 확산될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할 시점에 이르렀다.

이번 중국발 주가소동에 중국 스스로도 적이 놀랐다고 외신들은 전한다. 중국 증시의 영향이 그토록 클 줄은 미처 몰랐다는 얘기인데 어디까지가 진심인지야 알 수 없는 일이다.
어떻든 중국은 지금 스스로에게 매우 유쾌한 무기를 하나 손에 쥐었다. 그 무기의 위력을 이번에 전 세계가 확실히 실감했다. 그리고 쉽게 끓고 식는 한국 증시는 그 어느 시장보다 더 오싹한 경험도 했다.

지난 2일의 시장은 중국발 주가에 더해 포스코 지분 4% 보유 소식이 전해진 워렌 버핏 요인까지 겹쳐 끓어오를 듯하다 곧바로 외국인 매물들이 쏟아지며 주춤했다. 덕분에 외래 요소들이 한국 증시에 얼마나 막강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실감했다. 국내 요인들은 끼어들 엄두도 못내는 형국이었다. 이날 남북장관급회담이 순조롭게 결말을 보았지만 이미 외래 소인들에 의해 결정돼버린 주가에 아무런 영향도 미치질 못했다.

아직은 외국인들의 주식매매가 한국경제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국내 주식투자가 종종 냉정하고 차분한 판단을 결여한 채 정서적 판단에 휩쓸려 천당과 지옥을 오갈 상황에서 외국인 투자는 그 중심을 잡으며 실리를 챙겨가고 있다. 국내 투자가 실리를 놓치는 것이야 전적으로 투자자의 책임이니 누굴 탓할 일이 못된다.

그러나 앞으로는 이제까지와는 다른 시장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 당국이나 증권기관들만의 대책이 아니라 모든 시장참가자들 각각의 대비여야 할 것이다. 주가가 요동칠 때 냉정함을 유지할 수 있는 투자자는 흔치 않겠지만 앞으로는 그 냉정함을 유지하기 위해 철저한 자기 연마가 필요하다.

개방 초기의 정신없고 낯선 풍경들이 이젠 익숙해질 때가 됐다. 잘 몰라서, 서툴러서 약아빠진 외국 자본들의 놀음을 구경만 했다면 이젠 그들을 적절히 ‘관리’할 각오를 해야 한다. 그렇다고 배타적 차별적 관리가 가능할 리는 없다. 수 싸움을 통해 이겨나갈 기본 실력을 쌓는 것은 당연하고 그와 더불어 세계 증시로 나가 생사를 건 실전 경험도 쌓아야 한다. 우리에게 부족한 것은 늘 그 실전 경험이었다.

홍승희 기자 <빠르고 깊이 있는 금융경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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