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회사·IPO, 미완의 숙제"…최경수 이사장 이임사 [전문]
"지주회사·IPO, 미완의 숙제"…최경수 이사장 이임사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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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김희정기자] "지주회사 전환과 상장(IPO)을 통해 거래소의 글로벌 경쟁력과 역량을 키우려던 목표는 미완의 숙제로 남게 됐습니다"

30일 최경수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이임사를 통해 "거래소의 체제개편은 결코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요구이며, 거래소의 생존과 번영을 담보하는 핵심 요소"라며 이같이 밝혔다.

앞서 거래소가 지주회사 전환, 코스피·코스닥·파생상품 등 거래소 내 3개 시장을 자회사로 분리하는 내용의 자본시장법 개정을 추진했으나 무산된 데 대한 아쉬움이 드러난 대목이다.

최 이사장은 주총 후 이임사에서 지난 3년간 기억에 남는 성과로 상장제도 개선, 가격제한폭 확대, 거래시간 연장, 창업지원센터 개설, 스타트업시장(KSM) 개설 추진 등을 꼽았다.

특히 그는 "공공기관 지정 해제로 경영 자율성을 회복해 거래소 체제개편을 추진할 교두보를 확보한 것도 무척 다행스러운 일이었다"면서 "체제개편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요구"라고 평가했다.

다음은 이임사 전문.

사랑하는 임직원 여러분!

오늘 저는 여러분과 함께한 지난 3년을 뒤로하고 아쉬운 작별 인사를 하고자 이 자리에 섰습니다.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있다는 것을 지나온 시간동안 수없이 겪어 잘 알고 있음에도 오늘의 이별이 이리도 서운하게 느껴지는 것은 한국거래소 임직원들과 동고동락했던 지난 시간들이 제게 매우 소중하고 감사하기 때문이라 생각됩니다.

결코 쉽지만은 않았던 지난 3년이었지만 항상 자본시장 발전을 위해 헌신적 노력을 아끼지 않으시는 여러분과 함께였기에너무도 든든했고, 행복했으며, 또한 보람찼습니다.

제 인생에 더 없이 멋진 경험을 선물해주시고 무사히 이사장의 임기를 마칠 수 있도록 도와주신 모든 임직원, 그리고 이동기 위원장님을 비롯한 노동조합 집행부 여러분에게 이 자리를 빌려 마음속 깊이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임직원 여러분!

제가 처음 취임했던 2013년 10월 당시 우리 거래소는 안팎으로 매우 힘들고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음을 기억합니다.

2009년 정부의 일방적인 공공기관 지정 이후 정부 및 대외기관들의 각종 통제와 감사로 인해 조직 내 누적된 피로감은 이미 한계에 이르렀고 언론보도 등으로 굳어진 ‘방만경영’ 이미지로 인해 거래소를 향한 국민들의 시선은 싸늘했습니다.

또한 국내시장과 수수료 수익에 편중된 사업구조는 장기적인 시장침체 상황과 맞물려 급격한 경영수지 악화를 가져왔고 이와 함께 점차 격화되는 국내외 경쟁 환경은 거래소 생존에 대한 위기감마저 고조시켰습니다.

이러한 대내외의 총체적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고 새로운 미래의 도전에 효과적으로 대응해 나가는 것이 당시 신임 이사장으로서 제게 주어진 과제이자 책무임을 절감하였습니다. 이에 저는 ‘글로벌 Big 7 거래소 도약’이라는 새로운 도전적인 목표를 제시함과 동시에 임직원 모두가 일치단결하여 시장의 활력을 되찾고 거래소가 지속가능한 성장 체계를 구축할 수 있도록 선진화 추진전략을 마련하여 적극 실행하였습니다.

그 과정에서 어려움도 많았지만 점차 활기를 되찾고 나날이 성장해나가는 우리 자본시장과 한국거래소를 바라보며 가슴 뭉클한 뿌듯함을 느꼈습니다.

그 중에서 특별히 기억에 남는 일들을 말씀드리자면 먼저, 시장별 특성을 고려한 상장제도 개선 및 상장유치 전담조직 신설 등 적극적 상장촉진 활동과 시장참여자의 편의를 증진하기 위해 시장 친화적으로 제도와 인프라를 개선한 것입니다.

이러한 노력에 힘입어 작년 한해에만 190개사가 상장하는 획기적인 성과를 이루었고 신 시장시스템인 EXTURE+의 성공적인 런칭으로 세계적 수준의 투자환경을 조성하였으며 가격제한폭 확대, 거래시간 연장 등 시장 제도의 선진화를 통해 우리 자본시장이 되살아나는 전기를 마련하였습니다.

특히 중소벤처기업들의 IPO 러시로 코스닥·코넥스시장이 이들 기업에 특화된 자금조달 창구로서 본연의 정체성을 되찾는 동시에 창업지원센터 신설 및 M&A 중개망 구축, 상장 이전 기업을 위한 스타트업시장(KSM) 개설 추진으로 한국거래소가 신생벤처기업들에 대한 종합 서비스 기관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모두의 노력에 힘입어 우리 시장이 그간의 침체와 부진을 털어내고 모든 시장참여자들이 보다 편리하고 효율적인 시장 안에서 상생의 공존을 할 수 있도록 된 것은 더 없이 다행스러운 일이라 생각합니다.

다음으로는 거래소의 수익구조를 다변화하고 새로운 시대적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미래 성장동력의 발굴·육성에 매진한 일입니다. 시장 내 다양한 수요를 반영한 파생상품 및 중위험·중수익 상품 라인업 확충과 신규 지수 개발 등 시장정보사업을 강화하여 거래소 수익기반을 보다 공고히 하였습니다.

또한 금시장 및 배출권시장 개설을 통해 일반상품시장의 범주를 확대하고 장외파생 중앙청산소(CCP)와 거래정보저장소(TR)를 모두 유치함으로써 사업범위를 다각화하는 동시에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값진 결과도 얻었습니다.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미래를 앞서 대비한 지난 시간동안의 노력과 그 결실을 바라보며 한국거래소의 밝은 내일을 그려 봅니다.

마지막으로 거래소의 거버넌스 개편을 통해 경영체질 개선과 함께 효율성을 제고하고 다가올 시장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경영시스템을 마련하고자 노력한 일입니다.

무엇보다도 우리 모두의 숙원이었던 공공기관 지정해제를 통해 경영 자율성을 회복하고 동시에 거래소의 체제개편을 추진 할 수 있는 교두보를 확보한 것은 무척 다행스러운 일이었습니다.

다만 지주회사 전환 및 IPO를 통해 거래소의 글로벌 경쟁력과 역량을 키우려던 목표는 미완의 숙제로 남기게 되었습니다. 한국거래소의 체제개편은 결코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요구이며 미래의 도전에 임하여 거래소의 생존과 번영을 담보하는 핵심 요소임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이사장으로서 임기동안 이를 매듭짓지 못하고 떠남에 대해 안타까움과 송구스러운 마음을 금할 수 없으며 향후 신임 이사장님을 중심으로 임직원 모두가 하나 되어 머지않은 시기에 성공적으로 체제개편을 마무리하시길 기대합니다.

이러한 지난 3년간의 괄목할만한 모든 성과는 임직원 여러분 모두의 희생, 뜨거운 열정과 끊임없는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하였음을 저는 너무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간 여러분께서 흘리셨던 값진 땀방울과 노고에 다시 한 번 깊이 감사드립니다.

임직원 여러분!

어느 때이고 위기와 도전은 끊임없이 이어져 왔고 이에 대한 그동안의 해결책이 내일의 새로운 위기와 도전에 대한 해답이 될 수 없음을 우리는 지난 시간들의 교훈을 통해 잘 알고 있습니다.

금융투자산업은 날로 전문화·고도화되고 있으며 이와 함께 금융소비자들은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눈높이를 계속 높여가고 있습니다.

글로벌 거래소들 역시 새로운 유동성을 창출하고 시장중심의 기존 사업구조를 탈피하여 시장정보 및 인덱스 사업, CCP, 장파시장 인프라 등 신규 사업영역으로 적극 진출하기 위해 경쟁에 경쟁을 거듭하고 있음이 지금의 현실입니다.

우리 거래소가 이러한 미래의 도전 상황에 성공적으로 대응하고 금융혁신을 통해 지속가능한 성장·발전의 표본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다시금 우리 모두의 지혜와 힘을 모아야 할 때입니다.

다행히도 새로 취임하실 정찬우 신임이사장님께서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내신, 탁월한 업무능력과 식견을 두루 갖춘 덕망 높으신 분입니다. 이러한 시기에 정찬우 신임이사장님을 중심으로 임직원 모두가 새 마음 새 뜻으로 똘똘 뭉쳐 거래소의 희망찬 미래를 채워나가시길 기원합니다.

저 역시 이제는 거래소를 떠나지만 영원한 거래소 멤버로서 밖에서라도 뜨거운 응원과 함께 미력한 힘이지만 아낌없이 보태도록 하겠습니다.

친애하는 임직원 여러분!

마더 테레사는 “당신을 만나는 모든 사람이 당신과 헤어질 때는 더 나아지고 더 행복해질 수 있도록 하라”고 말했습니다. 거래소에 대한 변함없는 열정과 애정으로 좀 더 나은 미래를 그려보고자 쉼 없이 이어온 지난 3년 동안의 저의 수많은 고민과 노력들이 여러분과 우리 거래소, 그리고 우리 자본시장의 성장과 발전에 작은 도움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저 또한 임직원 여러분 그리고 한국거래소와 함께한 지난 시간을 아름다운 기억으로 소중히 잘 간직하겠습니다.

그동안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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