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희 칼럼>춤추는 세계 증시의 미래
<홍승희 칼럼>춤추는 세계 증시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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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발 시장 위험은 코스닥이 1500선을 바라보며 흥분하던 시점에도 예고됐다. 긍정적 움직임 속에는 늘 위험이 잠재돼 있고 부정적 기류 속에는 새로운 희망의 싹이 숨겨져 있기 마련이다. 그런 만큼 증시 분석 전망 자료들마저 흥분을 감추지 못하던 시점에도 중국의 동향을 예의주시하던 시선들이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28일 코스닥시장은 개장 초부터 폭락세로 출발했다.
이런 시장 동향은 세계 증시와의 동반현상이다. 이미 코스닥은 전세계 증시와 동반 움직임을 보일 수밖에 없음을 다시 확인시켜준 셈이다. 미국 일본 등 글로벌 증시가 일제히 ‘검은 수요일’을 경험하면서 중국의 위력에 새삼 몸을 떨었다. 단지 중국정부의 긴축 우려가 상하이시장에 반영된 것만으로 전세계 증시가 한밤중 정전사태를 겪은 꼴이 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시장의 반응은 분명 과장된 것이다. 전세계 증시가 한창 몸을 달구고 있던 시점이었기 때문에 오히려 중국발 불안요소 하나에 이처럼 예민하게 반응한 것으로 봐야 옳을 듯하다. 그래서 이번 상황을 심리적 시장 현상으로 보기도 한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시장의 과민반응은 앞으로 갈수록 정도를 더해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진득하게 기업의 미래가치를 보고 투자하는 정석투자자에 비해 치고 빠지기 식의 돈놀음을 하는 투기적 자금, 일명 핫머니들이 더 시장동향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움직임이 빠르기 때문에 자금의 규모에 비해 활동량이 많은 탓이다.
그 투기적 자금의 비중이 세계적으로 점차 커져가고 있다. 아직은 3~5% 정도로 보이는 그 자금의 비중이 10%를 넘어서면 세계 증시는 여기저기서 마비증상이 나타날 우려가 크다. 이것은 모든 시장의 생리가 자연의 법칙을 뛰어넘지 못한다는 점에서 충분히 예상 가능한 일이다. 우리의 신체도 운동량이 과도하면 정상적 호흡을 못해 의식을 잃고 쓰러지거나 심장발작을 일으켜 심하면 사망에까지 이르기도 한다.
80년대에 한동안 사회과학 분야에 자연과학적 이론을 접목시키기 위한 시도들이 활발하게 일어났다. 그런 시도의 하나로 등장한 것이 엔트로피 증가의 법칙이었고 이는 특히 환경운동 진영에서 적극 수용되었다.
엔트로피란 에너지 가운데 한번 사용된 것으로서 에너지이되 활용될 수 없는 에너지를 의미한다. 고등학교 시절 물리시간에 배운 바로는 에너지 질량 불변의 법칙이라는 것이 있다. 에너지 총량은 변하지 않는다. 잠재에너지가 운동에너지로, 다시 잠재에너지로 변하며 총량은 늘 일정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다음 단계에 나타나는 것이 다시 잠재에너지로 돌아간 에너지는 더 이상 운동에너지로 전환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죽은 에너지가 되는 것이다. 그 결과 지구상의 에너지가 모두 엔트로피로 전환되면 지구 자체가 죽은 별이 되겠으나 다행스럽게도 지구는 태양으로부터 꾸준히 에너지를 공급받고 있어 아직은 수명을 유지하고 있다.
증권시장에서 핫머니들이 수익원을 찾아 바쁘게 구르지만 그 자금의 속성상 기업의 생산자금화하기를 기대할 수 없다. 그저 돈으로 돈을 묻혀 구를 뿐 산업생산에서의 어떤 역할도 하지 않는 돈이 커져 가면 그 끝이 어디일지 가늠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핫머니는 엔트로피인가 아닌가.
실상 현재 한국사회가 그런 병증의 일면을 보이고 있기도 하다. 돈은 돈대로 따로 굴러다니며 언제라도 전국을 투기장으로 바꿀 태세를 보이고 수많은 중소기업은 돈가뭄에 속이 타들어간다. 이런 한국사회를 그나마 지탱하는 것이 해외로부터 들어오는 수출대금들이다.
그런데 이제는 나가 쓰는 돈이 더 많아 걱정거리다. 그리고도 그 돈 구르는 길을 막으면 경제를 망친다고 아우성이다. 투기자금의 통로를 막아 생산자금으로 흘려보내려는 정부의 노력은 종종 비난의 화살세례에 직면한다.
그런데 그 자금들이 한국 증권시장에서, 혹은 외국 증시에서 외국산 핫머니와 어울려 한판 승부를 겨룬다면 어떤 모습이 될까. 샅바 잡은 핫머니의 모습이 참 궁금하다. 보고 싶다.
 
홍승희 기자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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