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신격호 고발…서미경 회사 계열사 누락
공정위, 신격호 고발…서미경 회사 계열사 누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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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씨 소유 4개사, 롯데 계열사 관련 유통업 영위

[서울파이낸스 김태희기자] 친족간 '일감 몰아주기' 등 롯데그룹의 경영 난맥상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대기업 제재를 피하거나 중소기업의 혜택을 누리기 위해 허위자료를 제출하는 일까지 서슴치 않았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신격호 총괄회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지정자료를 제출하지 않았거나 허위로 제출한 혐의다. 신 총괄회장은 2012~2015년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대기업집단) 지정자료를 제출하면서 유니플렉스, 유기개발, 유원실업, 유기인터내셔널 등 4개사를 계열사에서 제외 했다.

이들 4개사 모두 신 총괄회장과 사실혼 관계에 있는 서미경 씨가 1대주주, 딸인 신유미 호텔롯데 고문이 2대 주주로 있다. 유기인터내셔널을 제외한 3개사는 기업 재무정보 공시 의무가 없는 유한회사로 운영되고 있다.

신 총괄회장은 지난 2010년 유니플렉스에 설립 자본금(6억5000만원)의 31배 규모인 200억원을 직접 대여했다. 또 2011년에는 유기개발에 202억원을 빌려줬다. 이는 자본금 3억5000만원의 58배에 달한다.

통상적으로 설립 자본금보다 수십배에 달하는 투자금을 빌려준 다는 것은 특정인 관계가 아니고서는 어렵다. 특히 유니플렉스의 경우 2010년 8월에 설립돼 한달 만에 신 총괄회장으로부터 투자금을 받았다. 또 자금 대여 이자율 역시 1% 정도였다. 당시 회사채 이자율이 4% 정도였던 것과 비교하면 특혜라고도 여겨지는 대목이다.

사실 서 씨는 신 총괄회장의 셋째 부인으로 법적 구속력이 없다. 롯데그룹은 서 씨가 정식 혼인신고를 하지 않아 친족 관계로 볼 수 없고, 따라서 법적으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제외되므로 계열사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막내 딸 신 씨는 동일인(신 총괄회장)의 자녀로 법적으로 관련자로 여겨진다. 동일인관련자는 친족, 계열사, 임원, 비영리법인 등을 의미한다.

신 씨는 유니플렉스와 유기개발 대표이사 면접에 직접 참여하고 이후 임원으로 취임해 업무보고를 직접 받기도 했다. 이에 공정위는 롯데그룹이 충분히 해당 기업들에 지배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판단, 계열사로 편입돼야 한다고 분석했다.

서 씨가 소유한 4개 회사는 모두 롯데 계열사와 밀접한 유통업 관련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유원실업은 2002년 설립돼 서울 및 수도권 지역 롯데시네마 매점 운영권을 독점하면서 수백억원의 이득을 챙겨온 혐의를 받고 있다. 이로 인해 롯데 계열사에 끼친 피해금액은 780여억원으로 신 총괄회장은 '일감 몰아주기'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지난 2월에는 유니플렉스를 인수합병하기도 했다. 유니플렉스는 대학로 극장 등 부동산 임대업을 해온 회사로 자산 총액은 233억원 정도다.

유기개발은 1981년에 세워져 롯데리아 가맹점, 롯데백화점 내 식당 등을 운영하며 수입을 내고 있다. 유기인터내셔널의 경우 2008년 설립돼 해외 식품류 수입 등 가공식품 도·소매업을 하고 있다.

한편 신 총괄회장은 광윤사와 롯데홀딩스, L투자회사(1~12) 등 롯데그룹의 16개 해외 계열사와 관련한 지정자료도 허위로 제출했다. 국내 회사의 주주 현황 자료에 해외계열사 지분을 '동일인관련자'가 아닌 '기타주주'로 기재한 것.

특히 해외계열사 'LOVEST.A.G.(로베스트)'가 보유한 롯데정보통신(10.5%) 및 롯데물산(6.9%) 주식은 신 총괄회장이 신탁한 것으로 확인돼 동일인 소유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에 따라 롯데정보통신의 총수일가 지분율은 15%에서 25.5%로 변경돼 총수일가 사익편취 규제대상에 포함된다.

롯데는 앞서 2005년과 2011~2012년에도 허위자료를 제출해 공정위로부터 제재(경고 조치)를 받았었다.

공정위는 또 공시 규정을 위반한 롯데 소속 11개 회사에 대해선 과태료 5억7300만원을 부과했다. 11개 회사는 △호텔롯데 △부산롯데호텔 △롯데알미늄 △롯데캐피탈 △롯데건설 △롯데물산 △롯데케미칼 △롯데로지스틱스 △롯데푸드 △롯데리아 △롯데정보통신 등이다.

김정기 공정위 기업집단과장은 "사익편취 규제 대상은 총수일가가 비상장사 20%, 상장사 30% 이상일 경우"라며 "기존 롯데정보통신의 총수일가 지분이 15%였다가 로베스트의 주식 10.45%가 신격호 회장으로 밝혀지면서 주주가 변경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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