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점 증시와 부동산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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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시장이 오랜만에 활기찬 모습을 보이며 제2의 전성기가 오는 게 아니냐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지난 22일에는 코스피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넘어서며 대세상승국면에 돌입한 것으로 보려는 이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이 기세대로 쭉 나가면 내달쯤엔 1500포인트 돌파까지 가능하리라는 성급한 관측도 나오는 판이다.

모처럼 활력을 받은 증시의 변화 원인을 두고 이러저러한 분석들이 나오고 있지만 현재까지는 주로 대외적 변수만 꼽는 경향이 있다. 흔히는 전 세계 증시가 동반상승하는 가운데 유독 무기력했던 국내 증시가 그 간격을 메우기 위해 지속적인 상승을 할 것이라는 전망들을 한다. 그 다음으로는 6자회담이 긍정적 결과를 이끌어냄에 따른 지정학적 리스크의 완화를 꼽는다.

반면 현재의 변화를 조심스러운 시각으로 바라보는 이들도 있다. 첫째는 아직 국내경기와 기업실적이 부진하므로 단기적인 상승폭 제한이 뒤따를 것이라는 분석이다. 또 중국의 지속적인 지준율 인상과 일본의 기준금리 추가 인상 등에 따른 금융긴축으로 국제유동성이 변하고 있다는 점도 성급한 낙관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꼽힌다.

국내 증시는 해외변수에 의해 큰 영향을 받는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수·매도세가 종종 증시를 출렁이게도 한다. 더욱이 지금은 싱가포르 홍콩 등 아시아증시가 모조리 동반상승하는 분위기라고 한다. 당연히 우리 증시도 영향을 받을 만하다.

한반도를 짓누르고 있던 국제사회의 긴장된 시각도 북핵문제의 진전이 이루어짐에 따라 상당히 풀어진 것 또한 당연히 예상할만한 재료다. 이 땅에 살고 있는 우리는 일상이 되어버린 문제인지라 유달리 위험을 느끼지 못하고 살지만 세계인들의 눈에는 그런 우리의 태평한 자세가 오히려 이상하게 보일 법하다.

그러나 여기저기서 쏟아져 나오는 분석 가운데 국내의 내부적 요인은 보이질 않는다. 국내 경기도 부진하고 국내기업들의 실적도 별반 좋지 않다면서 단지 해외요인만으로 시장이 뜰 수 있다는 분석은 어딘지 허술해 보인다.

내재적 요인이 전혀 없이 외부적인 추세만으로 시장이 탄력을 받을 수는 없다. 설사 해외 핫머니의 장단에 춤을 추었다 해도 설명이 충분해 보이지는 않는다. 이건 허약한 병자가 영양제 주사 하나에 펄펄 나는 모습으로 변한다는 판타스틱한 이야기로 들린다.

22일 최고치를 경신할 때 하루 국내 증시에서 오간 거래대금이 3조5천여억 원. 그 가운데 외국인 매수는 1,500억 정도였다고 한다. 외국인투자자들의 시장매입이 활발할 때는 통상 하루 1,000억~1,500억 정도씩의 매수가 일어나곤 했다니 특별히 큰 규모는 아니다. 물론 그 규모로도 국내 증시가 무기력할 때는 종종 시장을 출렁대게 했다.

그동안 잠잠하던 시장이 활력을 되찾는 데는 분명 국내적 요인이 자리하고 있다. 국내 경기전망이나 기업 활동에 대한 기대감은 높지 않지만 그래도 투자처가 필요한 자금들이 분명히 증권시장 문턱을 넘어선 것으로 봐야 한다. 우리 사회의 떠도는 자금들이 400조니 500조니 할 만큼 그 덩치가 크다. 그 많은 부동자금이 부동산시장을 휘저어 빈부계층간 양극화를 더 심화시켰다. 그 자금들이 지금 갈 곳은 증권시장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 돈이 지금 부동산에 묶여있어 비활성 자금화 된 상태라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그건 아닐 게다. 부동산시장의 유동성이 줄면서 묶인 것도 있겠지만 시장 대기 중이던 자금 만으로도 다른 시장으로 몰려가면 큰 영향을 미치기에 충분한 수준은 된다. 외국인 투자규모만 봐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올해 들어 외국인들의 총 매수금액이 9,272억에 불과하다.

지금 들어온 그 돈이 시장에 잔류하느냐 마느냐에 따라 증시가 외국인 투자자 아니어도 견고하게 버텨내느냐 마느냐를 결정할 수 있다. 그리고 그 돈을 증시에 잔류시키는 문제는 전적으로 부동산 투기를 효과적으로 다스리느냐 마느냐에 달렸다. 그를 위한 가장 효과적인 무기가 현재 ‘주택법 개정안’이라는 이름으로 국회에 상정돼 있다.

홍승희 기자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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