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 "전기요금체계 구시대적…산업용 올리고 가정용 내려야"
박승 "전기요금체계 구시대적…산업용 올리고 가정용 내려야"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소비주도 성장 필요…대기업 보호 정책, 가계복지로 전환해야"

[서울파이낸스 이은선기자]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가 구조적 한계에 부딪힌 한국 경제의 성장 해법으로 가계소득 증대를 꼽았다. 수출 부진으로 기업의 투자와 생산 여력이 가로막힌 만큼 가계의 소비를 늘려 성장세를 회복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부의 정책도 대기업 보호에서 벗어나 가계소득 향상을 위한 복지 위주의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면서, 그 대표적인 사례로 산업용 전기요금 수혜를 지목했다. 그는 새로운 성장엔진에 맞게 전기요금체계를 산업용은 올리고 가정용은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전 총재는 2일 한국은행 소공동 본관에서 한은 임직원을 대상으로 '한국경제 위기와 구조개혁' 주제로 강연을 한 후 기자간담회를 갖고 "우리 경제를 지금까지 이끌어 온 산업화 시대의 엔진이 이제 작동하지 않는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그는 "가계는 소비를 줄이고 저축을 늘려 대기업에 투자 자금을 대준 것이 그간의 성장 기조"라며 "대기업은 성장을 견인하는 기관차 역할을 하고 가계 소비는 누출 부분으로 작용해왔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그러나 투자와 수출이 두자리수로 늘어 가능했던 7~8%대의 성장세는 이제 불가능하다"며 "제조업이 국제경쟁력을 상실한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경제를 끌고 갈 수 있는 것은 소비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경제성장률을 결정하는 국내총생산(GDP)은 소비와 투자, 수출로 구성된다.

결국 소비를 통한 경제 성장은 정부의 정책에 달렸다는 게 박 전 총재의 주장이다. 그는 "소비는 정부가 얼마든지 늘릴 수 있는 영역"이라며 "빈부격차를 줄이고, 법인세를 높여 가계 소득으로 연계한다든지 하는 방식으로 소비를 늘려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과거에는 대기업 위주의 보호정책이지만, 이제는 가계와 기업을 함께 보호해야 한다"며 "가계를 누출이 아니라 견인 부분으로 보고 소득을 늘려주는 것이 복지"라고 부연했다.

▲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가 2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조찬강연을 마치고 취재진과 간담회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특히 박 전 총재는 원가 대비 낮은 산업용 전기요금과 그보다 높게 책정되는 가정용 전기요금이 대표적인 구시대적 정책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엔진이 바뀌었음에도 낡은 엔진을 그대로 가지고 가 경제의 어려움을 부르는 대표적인 사례가 전기요금"이라며 "한국전력은 산업용에서 밑지고, 가정용에서 보조해 올해 14조원의 이익을 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산업용과 가정용이 다같이 원가를 보상하는 방향으로 고쳐져야 한다"며 "산업용 요금은 올리고 가정용은 내리는 것이 새로운 성장엔진에 맞다"고 설명했다.

박 전 총재는 소득에 비해 낙후된 복지정책도 보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 소득은 선진국 문턱인데 복지 수준은 OECD 꼴지 수준"이라며 "복지를 통해 소비를 늘리고 경제성장을 끌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 경제의 대표적인 구조적 한계로 꼽히는 저출산·고령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출산과 육아, 교육의 부담을 국가가 짊어져야 한다는 제언도 내놨다.

박 전 총재는 "한국 경제의 최대 위기는 잠재성장률이 2~3%까지 떨어져있다는 점 보다 앞으로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에 있다"며 "우리 경제의 활력이 꺼져가는 상황에서 저출산 고령화 문제는 성장의 최대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그는 "내년부터 우리나라의 인구가 감소하고 생산가능인구는 더 크게 줄게 되면 실물 부문의 생산이 줄고 그 가치가 떨어지는 장기 디플레이션에 진입하게 될 것"이라며 "출산과 육아, 적어도 고등학교까지의 교육 부담은 사회가 짐으로써 스스로 해결해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