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전직하' 원·달러 환율, 금리인하론 불지피나
'급전직하' 원·달러 환율, 금리인하론 불지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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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기업에 불똥튈까 '노심초사'

[서울파이낸스 이은선기자] 원·달러 환율이 최근 1년여 간 지켜온 1100원선을 뚫고 1090원선까지 내려앉았다. 글로벌 유동성 확대와 투자심리 호조, 원화 자산에 대한 투자자 인식 개선으로 원화 가치가 예상을 뒤엎고 급격하게 튀어오른 것이다.

당황한 외환당국이 속도 조절에 나섰지만, 강력한 시장 개입은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어서 추가 하락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운 상황이다. 특히 우리 수출기업들로서는 미리 손 쓸 틈도 없이 환차손과 함께 가격 경쟁력 약화라는 악재를 마주하게 됐다.

▲ 자료=대신증권HTS

◇ 韓 신용등급 상향으로 유동성 '밀물'

1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3.1원 내린 1103원에 개장해 전날보다 10.8원 내린 1095.3원에 마감했다. 오후 1시 8분에는 1091.8원에서 바닥을 찍었다. 지난해 5월 22일(1090.1원·종가기준) 이후 1년 2개월여 만에 최저 수준이다. 지난 2월말 원·달러 환율이 1240원(장중)을 기록한 점을 감안하면 불과 5개월여 만에 140원 이상 내려앉은 것이다.

그나마 이날 원·달러 환율 하단이 1091원선에서 저지된 것도 당국의 개입 영향으로 풀이된다. 민경원 NH선물 연구원은 "장중 1100원선이 무너지면서 향후 반등을 기대해 쌓아뒀던 롱포지션을 급하게 청산하면서 낙폭이 커졌다"며 "당국도 미세 조정이 먹히지 않자 1091원선에서는 급하게 2원 가량 끌어올렸고, 장 막판에도 눈에 띄는 개입에 나서 시장에 지지 의지를 표명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장 마감 후 역외에서는 1194~1196원선에서 등락하면서 급락세가 다소 진정됐다"고 분석했다.

이같은 원·달러 환율 급등세는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의 한국 국가 신용등급 상향 조정이 영향을 미쳤다. 여기에 시장을 불안에 떨게했던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충격이 예상보다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미국의 금리 인상 지연 가능성이 대두되면서 외국인 투자자금이 두달째 크게 유입되고 있다. 외국인은 지난달에만 국내 주식을 4조2160억원 가량 순매수해 원화 절상 압력을 더하고 있다.

장보형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브렉시트 충격 진정 등으로 글로벌 위험자산 선호가 부각과 함께 미국이나 일본, ECB가 직접 국채를 매입하는 등 안전자산이 고갈된 상황"이라며 "한국 신용등급 상향에서 드러나듯 원화 자체와 원화 자산에 대한 투자자들의 인식이 우호적으로 바뀌면서 우리 주식시장에 외국인 자금이 크게 유입되고 원화가 강세를 나타내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 당국 추가개입 어려워…"한은 고민 커질 것"

문제는 주요국 통화 중에서도 원화의 강세 압력이 두드러지면서 수출 기업이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LG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6월 23일부터 이달 4일까지 원화 가치는 달러화 대비 3.3% 절상됐다. 남아공 랜드화(5.1%)와 브라질 헤알화(4.5%), 일본 엔화(4.3%)에 이어 높은 상승폭이다. 중국 위안화(-0.9%)와 호주달러화(0.4%)와 비교하면 가파른 강세다.

이창선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원·달러 환율이 변동성은 있지만 최근 수년 간 상승 기조를 보인 만큼 우리 수출 기업들이 채산성을 유지하는데 우호적인 상황이었다"며 "그러나 최근 원화가 단기간에 빠르게 절상되면서 별 다른 대비책 없이 수익성이 악화될 우려가 있다"고 진단했다.

당국으로서도 급격한 개입에 나서기도 쉽지 않아 곤혹스러운 상황이다. 대선을 앞둔 미국 정부가 주요국의 환율 정책의 경계감을 나타내면서 약달러 분위기를 선호하고 있는 탓이다. 이창선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미국이 엔화 강세를 자연스러운 흐름이라면서 일본 정책당국의 시장개입에 반대 입장을 표명하는 등 여타 국가의 환율 정책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며 "우리 당국은 외환보유액이 충분하고 경상수지가 대규모 흑자를 보이고 있어 적극적으로 원화 절상 억제에 나서는 것이 부담스러운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당장 오는 11일 예정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만장일치 금리 동결 결정이 나올 경우 시장의 금리 인하 기대가 무너지면서 추가적인 원화 강세를 촉발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민 연구원은 "금리 동결이 유력한 상황에서 소수의견이나 추가 인하에 대한 여지를 남기지 않을 경우 당장 1090원선 밑으로 하락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금통위원들의 고민이 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 위원은 "원·달러 환율 1100원선이 뚫리면서 기술적으로는 1080원선까지 하락할 여지가 있다"며 "원화 강세가 지속될 경우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 가능성도 열려있는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당분간은 원화 강세 기조가 지속되겠으나 4분기부터는 12월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두고 미국 금리 인상 우려가 재차 부각되면서 1100원 초중반선으로 반등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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