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에 공 넘긴 한은, 8월 기준금리 동결 '무게'
정부에 공 넘긴 한은, 8월 기준금리 동결 '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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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경 집행·6월 인하 효과 주시…부동산 거품·가계부채 우려도
추가 인하 여지 언급 주목…성장전망 하향 시 인하 따라갈 듯

[서울파이낸스 이은선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오는 11일 정례회의를 열고 8월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지난 6월 금통위가 '선제적 금리인하'를 단행한 만큼 이달에도 관망 모드를 취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또, 정부가 추가경정예상 편성에 속도를 내고 있어 향후 집행 효과와 구조조정 여파에 따른 경기 추이 등을 지켜볼 여지가 있다는 분석이다.

9일 금융투자협회 발표에 따르면 채권시장 전문가 101명 중 96%가 이달 기준금리 동결을 전망했다. 한은의 6월 금리 인하 직후였던 전월의 동결 기대(91.2%)보다 4.8%p가 높아진 수치다. 6월 금리 인하와 정부의 재정정책 효과, 가계부채 증가 우려 등이 반영됐다.

금통위는 지난 6월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치인 연 1.25%로 0.25%p 인하하면서 하반기 경기 하방 리스크에 대응한 선제적 조치임을 강조한 바 있다. 지난달 하반기 경제전망에서는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대비 0.1%p 낮춘 2.7%로 조정했다. 한은이 추경 집행을 기대해 경기 흐름이 기존의 성장경로를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다는 기대를 이어간 만큼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도 낮아진 것으로 해석된다.

이주열 한은 총재가 최근 국회를 찾아 재정정책 여력을 강조한 점도 이달 금리 동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이 총재는 지난달 27일 국회 경제재정연구포럼 초청 강연에서 우리 나라의 재정 여력이 경기와 고용을 견인하기에 충분하다는 분석 결과를 내놓으면서 "통화정책은 시간만 벌어줄 뿐 과도한 완화정책은 또 다른 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 사진=서울파이낸스DB

이창선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금통위로서는 6월 금리 인하 효과와 함께 추경 진행 상황을 지켜보려고 할 것"이라며 "경기가 급격히 악화되거나 금리 인하의 시급성이 높지도 않은 상황인 만큼 일단 동결하면서 경기 흐름을 지켜볼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8월까지 경기 흐름이 완만한 회복 기조를 유지하는 가운데 지난달 금통위에서 저금리 부작용으로 꼽히는 부동산 시장 과열과 가계부채 문제를 크게 우려한 점도 금리 동결 전망의 근거다. 지난달 금통위 의사록에 따르면 한 금통위원은 "최근 서울 일부 지역 등 재건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부동산 가격 상승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며 "최근 집단대출 증가가 향후 부실화될 가능성에 대해 점검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김완중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자산분석팀장은 "최근 2년 간 기준금리를 5차례 인하하는 과정에서 부채가 급증하고 주로 부동산, 임대업 관련 분야에만 자금이 유입되면서 성장 펀더멘털에 기회가 되기보다 비효율성이 높아졌다는 인식이 커진 상황"이라며 "지난달 성장률 하향폭이 적었고, 경기 지표에 대한 부정적 시그널이 없다보니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어 "실물 경제의 부진이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지만, 가계부채가 우려되고 최근 외국인 자금이 크게 유입되고, 국가 신용등급도 상황되는 등 복합적인 금융시장 상황을 감안할 때 금리를 조정할 만한 타이밍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다만, 기업구조조정 본격화 등의 성장 하방 위험이 상존하고 있고, 외환당국의 환율 조정 여력이 제한된 상태에서 최근의 원화 강세가 지속될 경우 수출 여건이 악화될 수 있는 점을 들어 연내 금리 인하 기대도 지속되고 있다. 이달 금통위 직후 개최될 이 총재의 기자간담회에서의 금리 인하 여력 언급이 주목되는 이유다.

이 위원은 "이달은 아니더라도 경제지표가 악화되고 3분기 경제 상황이 상반기보다 부진해질 경우 추가 인하 가능성이 열려 있다"며 "최근의 원화 절상이 직접적 금리 인하 요인이 되지는 않겠으나, 원화 절상이 수출 경기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전체 경기 회복을 어렵게 한다면 금리 인하 고려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팀장은 "추경 집행과 금리 인하를 함께 단행했을 때 정책 여력을 높여줄 수 있다는 기대로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이 살아있다고 본다"며 "향후 성장 전망 하향 조정이 불가피할 경우 금리 인하를 단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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