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OIT 논란 이후…필터 교체하면 끝?
[초점] OIT 논란 이후…필터 교체하면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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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IT 유해물질이 발견된 삼성 공기청정기 HC-M530MT. 해당 제품은 2012년에 단종됐다. (사진=대전 삼성디지털프라자 블로그)

[서울파이낸스 박수진기자] #1. "출산 이후 아기의 건강을 위해 공기청정기를 렌탈했는데 백일도 지나지 않아 기침이 심해지더니 폐렴 증세를 보인다는 의사 소견을 받았습니다. 검사 결과가 나와봐야 알겠지만 최근 논란이 된 OIT 필터 때문은 아닌지 걱정이 앞서네요" (경기도 용인 거주 A씨)

#2. "기관지와 폐가 약한 아이를 위해 공기청정기를 쓴지 6개월 좀 안됐습니다. 지난 4월부터 기침이 심해지면서 학교도 못가고 응급실만 들락거리다 결국 폐렴으로 입원하게 됐습니다" (경기 부천 거주 B씨)

OIT(옥틸이소티아졸론)가 함유된 공기청정기와 에어컨 필터 논란 이후 해당 기업들의 안일한 대응이 연일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5개 판매 업체(대유위니아·쿠쿠전자·LG전자·삼성전자·청호나이스 등)들은 논란이 된 필터 교체에는 적극 나서고 있지만, 피해보상 계획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들 업체들은 한결같이 "OIT와 관련해 피해 사례가 보고된 바가 없다. 인체의 유해성 여부와 관련해서는 환경부 조사가 끝나고 난 뒤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서 환경부는 OIT가 함유된 필터의 경우 정상적으로 사용할 경우 인체에 유해하지 않다면서도, 독성물질이기 때문에 장시간 지속적으로 흡입할 시 위험할 수밖에 없다는 등 오락가락한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해당 공기청정기 이용자들의 피해 사례가 속속 나오고 있어 소비자들은 벙어리 냉가슴만 앓고 있다. 특히 OIT의 경우 앞서 수많은 사상자를 불러온 옥시 가습기 살균제(CMIT)와 유사성분으로 알려지면서 불안감을 더 키우고 있다. 환경부는 지난 2014년 CMIT를 유독물질로 지정한 바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이들 5개사는 문제가 된 필터 교체에만 집중하고 있다.

우선, 삼성전자는 에어컨과 공기청정기 모두 국내에서 생산되고 있는 필터로 교체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문제가 된 공기청정기와 에어컨 모두 이미 오래 전 생산이 중단된 제품"이라며 "문제가 된 모델을 중심으로 국내 업체인 '크리 앤 사이언스'로부터 필터를 공급받아 교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LG전자 역시 에어컨과 공기청정기 필터를 원하는 소비자에 한해 교체를 진행하고 있다. 교체된 필터는 논란이 된 3M사 필터로, LG전자 측은 OIT 물질은 필터에 씌운 향균물질에서 검출됐기 때문에, 향균물질이 없는 필터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대유위니아도 지난 6월 말부터 문제가 된 2가지 필터 모델을 전부 회수 조치하는 등 사태 진화에 나섰다. 판매된 공기청정기는 위니아딤채플라자 대리점에 남아 있는 고객 정보를 이용해 회사가 직접 찾아가 필터를 교체를 해주고 있다. 교체된 필터는 향균 물질이 묻어 있지 않은 필터로, 국내 제조 업체의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

쿠쿠전자의 경우 무상으로 필터 교체를 진행하고 있지만, 렌탈계약 해지를 요구하는 소비자들에게 오히려 위약금을 요구해 거센 반발을 사고 있다. 또 교체된 필터 정보에 대해서는 경쟁사 노출을 이유로 정보공개도 꺼리고 있다. 이에 일부 소비자들은 소송전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한 업계 전문가는 "미국에서는 OIT를 면역독성물질로, 유럽연합(EU)은 피부 부식성·과민성 물질로 분류해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는데 피해사례가 없다는 이유로 보상을 못하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OIT가 독성물질인 데는 변함이 없다. 해당 기업에서는 정확한 판매량과 피해 사례가 없는지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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