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중기 M&A 물꼬 틔우는 한국거래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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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 비밀 엄수에 초점"…연내 스타트업 자금조달 창구도 마련

[서울파이낸스 차민영기자] '스타트업에서 코스닥시장까지'. 코스닥시장 개설 20주년을 맞아 한국거래소가 야심차게 준비한 캐치프레이즈처럼 중기(중소기업) 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거래소의 새로운 실험들이 이어지고 있다. 인수합병(M&A) 거래는 물론 자금조달의 물꼬를 틔우기 위한 거래소의 노력이 어떤 결실을 맺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 '한국거래소 M&A 중개망' 회원가입(누적)자수(파란색) 및 M&A물건(누적)(빨간색).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시행 한 달을 맞은 '거래소 M&A 중개망'에 등록된 매물은 지난 2일 누적 기준 매도용(27개)과 매수용(32개)을 합쳐 총 59개에 달한다. 이는 중개망 개설 1주차인 지난달 8일의 26개에 비해 두 배 이상으로 늘어난 수준이다. 이번 중개망 서비스는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M&A 거래비용을 낮추고 거래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시도됐다.

같은 기간 서비스 이용 회원사도 종전 55사에서 70사로 증가했다. 물론 아직은 M&A 관련 자문을 하거나 정보 제공, 계약 중개 등을 하는 전문기관이 31사로 전체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는 상황. 나머지 39사는 스팩(SPAC.기업인수특별목적기업)(20사)과 일반 기업(19사)으로 구성된다. 상장법인(7사)보다는 비상장법인(12사) 등록 건수가 많다.

올 상반기 꼬박 품을 들여 개설한 중개망 서비스지만 일반 기업들의 참여율은 여전히 저조한 편이다. 우선은 M&A 계약 성격 상 극비로 진행된다는 점이 가장 큰 이유다. 실제로 회계법인이든 투자은행(IB)이든 M&A 중개기관들은 사전에 '비밀엄수' 계약서에 도장을 찍는다. M&A 관련 사실이 공개될 경우 상장사라면 주가에 악영향을 받을 수 있고, 비상장사더라도 종업원의 이탈 등 부작용이 발생할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사후에라도 주가 하락 시 M&A 이슈와 연결될 수 있다는 우려도 이에 일조한다.

오현철 코스닥시장본부 창업지원센터 M&A팀장은 "온라인 플랫폼 상에서 M&A 대상자를 찾는다는 구상 자체가 시장 참가자들의 우려를 자아냈다"며 "가능한 시장 참가자들이 원하는 방향대로 자연스러운 거래의 장이 조성될 수 있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에 계약 관련 내용을 자세히 묻지 않는다'는 거래소 내부 방침 역시 이에 기반한다.

실제로 중개망에 등록된 전체 매물 59개 중 공개(29개)와 비공개(30개) 매물이 비등한 지분을 차지하고 있다. 공개 매물이라고 해도 기업 측에서 설정한 공개 수준에 따라 차등적으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가능하다. 개인부터 개별 기업, 업권별로 정보 열람이 가능한 대상을 선택할 수 있도록 플랫폼이 만들어진 덕분이다.

▲ '한국거래소 M&A 중개망' 매도 희망 매물 화면 갈무리. 단위: 억원. (자료 = 한국거래소)

매도 희망 물건 중 전체 공개된 매물만 보면 매출액 100억원 미만의 중소·중견기업이 대다수다. 매출액 1억원 미만의 드론 전문 잡지를 발행하는 기업도 눈에 띈다. 오현철 팀장은 "M&A 매물의 크기를 거래소가 임의대로 규정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라며 "대형 매물은 살 여력이 있는 수요자가 매우 한정적이어서 중소·중견기업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특히 M&A 대상을 찾기 힘든 스타트업 기업들이 중개망 이용 시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는 얘기다.

이밖에도 거래소는 금융위원회 결정에 따라 오는 4분기 크라우드펀딩 기업 등 스타트업 전용 장외시장인 KSM(KRX Startup Market)도 신설할 계획이다. 크라우드펀딩 기업은 증권형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다수의 일반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조달받는 기업이다. 증권형 크라우드펀딩의 경우 투자자 자금 회수가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금융당국과 거래소가 중개 시장을 조성하게 됐다. 이에 따라 일반 스타트업 기업들의 자금 조달도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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