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북 원샷법?…철강업계 "실효성 의문"
뒷북 원샷법?…철강업계 "실효성 의문"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사진=포스코

中 구조조정으로 업황 회복세…"반덤핑 대책마련이 더 시급"

[서울파이낸스 황준익기자] 기업의 신속한 구조조정과 사업재편을 위한 '기업활력제고 특별법(일명 원샷법)' 시행령이 지난 2일 국무회의를 통과했지만, 정작 철강업계에서는 실효성에 대한 의문에 목소리가 높다.

철강업계는 대표 공급과잉 업종이자 원샷법 적용 대상 1순위였지만, 중국 철강업의 본격적인 구조조정 돌입으로 업황이 회복되고 있고, 국내 철강업체들도 이미 사업재편에 들어가면서 법안의 실효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지적이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오는 13일 본격 시행을 앞둔 원샷법은 공급과잉 업종에 속하는 기업의 인수합병 등 사업개편 절차를 간소화하고, 세제 혜택을 주는 것이 핵심이다. 적용 대상은 3년 간 영업이익률 평균이 과거 10년 평균치보다 15% 이상 감소한 업종이다.

세계 철강시장 침체와 중국산 저가 철강재 유입으로 부진에 빠진 철강업은 적용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 정부도 올 초 "원샷법 적용 1순위는 철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일단 원샷법이 적용될 경우 공급과잉이 심한 합금철업계와 강관업계에는 사업재편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업계는 현재 철강업계의 위기가 중국의 공급과잉에서 기인하고 있는 데다, 중국 철강업체들의 잇단 인수합병(M&A)과 감산으로 실제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고 분석한다.

최근 중국 정부는 자국 철강업체들을 통폐합해 양강체제로 구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바오산강철과 우한강철을 합병해 남중국 철강그룹으로, 허베이강철과 서우두강철을 합병해 북중국 철강그룹으로 재편하겠다는 것이다.

지난해 조강생산량 기준 바오산강철은 중국 내 2위이자 세계 5위, 우한강철은 중국 내 6위, 세계 11위다. 허베이강철은 중국 1위이자 세계 2위, 서우두강철은 중국 5위, 세계 9위다.

중국 정부는 올 초 1억~1억5000만톤 규모의 철강설비 폐쇄계획을 발표했고, 올해 안으로 4500만톤을 우선적으로 폐쇄할 계획임을 밝혔다.

여기에 국유철강업체들 중심의 통폐합으로 철강산업의 경쟁력 제고는 물론 과잉생산을 억제하는 데도 긍정적인 요인이 될 것으로 분석된다. 이종형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중국정부의 철강 구조조정 의지가 과거보다 높아진 점은 분명, 업황에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또 국내 대형 철강업체들도 이미 상당부분 구조조정을 완료했다. 원샷법 시행이 실제 어떤 방식으로 사업재편을 지원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대기업의 경우 선제적인 구조조정과 고부가가치 제품 확대 등 이미 사업재편에 대한 속도를 내고 있다"며 "최근 중국이 구조조정에 나서면서 공급과잉이 일부 해소돼 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나서서 구조조정을 지휘한다는 것 자체가 명분이 없는데, 우리 사회가 이것을 너무 당연시 여기는 것 같다"며 "현재 철강업의 위협요소인 중국산 철강재와 반덤핑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더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