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업계, 역대최대 상반기 실적…非정유부문이 '효자'
정유업계, 역대최대 상반기 실적…非정유부문이 '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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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오일뱅크 고도화시설 전경. (사진=현대오일뱅크)

정유4사 영업익 3조6천억원대…2011년 기록갱신 기대

[서울파이낸스 황준익기자] 정유업계가 본업인 석유사업 보다 비정유부문에서 높은 이익을 올리며 역대급 실적을 기록했다. 유가에 실적이 좌지우지 되는 정유업계 특성상 변동에 따른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비정유부문에 대한 투자가 견인차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1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 정유 3사의 올해 상반기 연결기준 총 영업이익은 3조6242억원이다.

아직 실적을 발표하지 않은 GS칼텍스의 2분기 영업이익은 약 7000억원 수준으로 예상된다. 지난 1분기 3159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만큼 올 상반기 1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정유 4사의 상반기 총 영업이익이 최소 4조5000억원 넘어서게 되는 것이다. 또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4조2000억원)을 상회한다.

유가상승과 일본대지진 등으로 수급여건이 호전돼 역대 급 연간 실적을 기록한 2011년(약 7조원) 기록을 깰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 같은 정유업계의 호실적은 화학·윤활유 등 비정유부문에서의 수익이 정제마진 약세에 따른 정유부문의 부진을 상쇄시켰기 때문이다.

SK이노베이션의 경우 화학·윤활유·석유개발 등 비정유부문의 2분기 영업이익은 4143억원이다. 2분기 총 영업이익에서 37% 비중을 차지한다. 에쓰오일도 2분기 기준 영업이익 비중이 비정유부문에서 41.7%(석유화학부문 21.8%, 윤활기유부문 19.9%)를 거두었다.

현대오일뱅크는 2분기 현대쉘베이스오일의 윤활기유 사업에서 346억원, 현대오일터미널의 유류저장 사업 25억원, 현대코스모 257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정유업계가 정제마진 영향을 피할 수 없는 만큼 상반기 실적이 다소 낮은 수준이 될 것으로 증권사들은 예상했었다. 지난해 호실적도 저유가 장기화로 인한 정제마진 개선이 주요했다. 하지만 올해는 정제마진이 5달러 밑을 웃돌았다.

정제마진은 휘발유, 경유 등 석유제품 가격에서 운영비용과 원유가 비용 등을 제외한 마진을 말한다. 국내 정유사들은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 5달러를 손익분기점으로 본다.

업계 관계자는 "유가와 정제마진이 수익에 직결되는 만큼 지난해 호실적은 이런 영향이 절대적이었다"며 "올해는 유가가 조금씩 상승하고 정제마진도 약세로 돌아선 가운데 나온 실적이라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비정유부문에서의 높은 수익이 이를 반증한다"고 덧붙였다.

실제 정유업계는 실적이 회복됐어도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다. 현재 저유가가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급락한 국제 유가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특히 값싼 원료로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고도화설비 투자에 집중하고 있다.

고도화설비는 정제하고 남은 벙커C유를 원료로 휘발유, 등유, 경유 등 석유 제품을 생산하는 정유 설비다. 수익성 지표인 정제마진의 변동성이 커진 탓에 고수익 제품군의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겠다는 전략이다.

현대오일뱅크는 2014년 설비개조를 통해 36%였던 고도화비율을 39.1%로 끌어올렸다. 현대오일뱅크의 고도화비율은 지난해 기준 SK이노베이션(23.7%), 에쓰오일(22.1%), GS칼텍스(34.9%)를 뛰어넘어 업계 1위다.

에쓰오일은 2018년까지 4조7890억원을 투자해 정유 석유화학 복합설비인 잔사유 고도화 콤플렉스(RUC)와 올레핀 다운스트림 콤플렉스(ODC)를 건설할 계획이다.

SK이노베이션도 고도화 설비와 공정개선 등에 약 3조6200억원을 투자한 바 있다. 정철길 부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원유수입 물량을 줄이고 고도화설비를 늘린 체질 개선을 성공요인으로 꼽기도 했다.

이 관계자는 "정제마진이 약세인 상황에서는 정유사들의 경쟁력이 판가름된다"며 "앞으로 비정유부문에 대한 투자가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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