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 특위, 현장조사 중단…옥시 불성실한 태도 '질타'
가습기 살균제 특위, 현장조사 중단…옥시 불성실한 태도 '질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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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타 샤프달 옥시 대표가 국회 가습기살균제 국정조사 특위 현장조사에서 관계자와 이야기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김태희기자] 가습기 살균제 사고와 관련 국정조사 특별위원회가 옥시레킨벤키저(옥시)의 불성실하고 책임회피성 짙은 태도를 질타했다.

국회 가습기살균제 사고 진상규명과 피해구제 및 재발방지 대책마련을 위한 특위가 27일 서울 여의도 옥시 본사에서 현장조사를 진행했다.

우원식 특위 위원장(더불어민주당)은 "이번 사태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옥시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와 유가족들에게 사과를 하지 않고 책임을 지려는 노력도 하지 않았다"며 "올해 4월 검찰이 본격적으로 수사를 진행하자 의도적으로 수사를 회피하려는 태도마저 보였다"고 질타했다.

이어 "(한국 정부의 1·2차 조사에서)가습기 살균제 피해를 본 것으로 확인된 221명 중 181명이 옥시 제품 사용자"라며 "옥시가 검찰 수사 이후 피해자들에게 한 사과는 일방적·형식적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아타 사프달 옥시 대표는 "가습기 살균제 판매 주요 업체로서 지난 5년간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법률적 접근(legal approach)에 치우쳤던 점을 사과한다"며 "한국 사회에도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답했다.

또 "질병관리본부가 처음 살균제 유해성을 발표했을 때 (옥시에는) 정보가 별로 없어서 여러 차례 연구를 진행했을 뿐 은폐 시도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특위 위원인 하태경 의원(새누리당)은 "또 다른 가습기 살균제 판매업체인 헨켈홈케어코리아도 자사 제품 성분을 자세히 모른다던 입장을 하루 만에 정정했다"며 "옥시와 헨켈에 대해서는 본사와 지사간의 관계(은폐 지시 여부)를 확인해나갈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옥시는 이제라도 소비자와 피해자를 우롱하지 말고 책임 있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모기 살충제 홈키파 제조업체 헨켈홈케어코리아는 지난 2007년에 판매한 가습기 살균제의 성분을 확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가 하루 만에 입장을 바꿔 메틸클로로이소티아졸리논(CMIT)·메틸이소티아졸리논(MIT) 계열의 원료를 사용했다고 정정했다.

이날 옥시는 가습기 살균제 사건과 관련해 검찰 조사에 이어 국회 차원의 조사도 다시 받게 됐다. 하지만 현재 진행 중인 소송을 핑계로 특위 현장조사에 불성실한 태도로 대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 위원장은 비공개 현장조사 직후 "옥시 측의 답변 대부분은 '소송 중이어서 자료 제출이 어렵다', '글로벌 기준을 지켜야한다' 였다"면서 "이런 부실한 답변과 태도 때문에 일부 위원이 조사 중단을 요구했다"고 전했다.

특위는 정확한 사실관계를 위해 향후 비공개로 전문가 현장조사를 재실시 하기로 여야간 합의했다. 해당 조사에서도 불성실한 태도로 임할 경우 공식적 현장조사에 다시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우 의원에 따르면 옥시 영국 본사가 가습기 살균제의 독성을 파악한 시기는 2011년 이후부터다. 독성실험보고서 조작과 관련해 옥시 측은 "(옥시 본사 관련) 회사가 조작한 게 없다, 소송 중이어서 답변이 어렵다"고 회피했다.

또 경상과 중상 피해자에 대한 보상을 묻는 질문에는 "선제적으로 책임지는 게 맞다, 적극적인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옥시 대표(울라시드 사프달)가 과거보다 진전된 사과와 개선된 배상 및 보상안을 제시했지만 진실을 밝히는 것에 대해 협조적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홍 의원은 "영국 본사가 옥시를 인수할 때 기존 제품을 검사하지 않았다는 지적에 대해 옥시 측은 '간과했다'는 답변으로 과실을 인정한 것과 다름없다"고 제기했다.

▲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와 가족모임 관계자들이 서울 여의도 옥시레킷벤키저 본사 앞에서 '진실'이란 꽃말을 가진 퐁퐁소국을 들고 국회 가습기살균제 국정조사 특위 위원들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편 이날 현장조사에 참관한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가족들은 옥시뿐만 아니라 영국 본사에 대한 조사도 국회 차원에서 철저히 이뤄져야 한다고 요청했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을 대표해 회의에서 발언한 최승훈 씨는 "가습기살균제로 지금까지 확인된 사상자만 수백 명에 달하고 피해자는 수천명에 이르고 있다"며 "영국 옥시레킷벤키저 본사는 지난 5년간 거짓과 위조, 조작으로 대한민국 국민을 비롯한 정부, 법정을 기망했다"고 토로했다.

이어 "영국 본사까지 철저히 조사해 진상규명을 포함한 합당한 사과, 배상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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