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팬오션 퇴직자들이 '억대 빚' 떠안은 사연
[초점] 팬오션 퇴직자들이 '억대 빚' 떠안은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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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팬오션

"우리사주 강제매각 탓…개인파산 신청 직원들도 수두룩"

[서울파이낸스 황준익기자] 팬오션 전 임원 출신인 A씨는 팬오션 관련 언론보도만 보면 '울화통이 치민다'고 토로했다. A씨는 팬오션이 법정관리를 신청한 2013년 사직서를 내고 퇴사했는데, 퇴사 후 그에게는 1억원이 넘는 빚이 생겼다.

A씨는 "팬오션의 법정관리에 반대하며 사직서를 냈다"며 "당시 퇴사한 200여 명 임직원들 대부분이 많게는 2억원 가까이 빚을 지고 회사를 나왔다"고 털어놨다. 결국 A씨는 개인파산을 신고했다.

이처럼 A씨 등 팬오션을 나온 퇴사자들이 억대의 빚을 진 이유는 우리사주 때문이다.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팬오션은 지난 2007년 상장하면서 직원들에게 대출까지 해주며 우리사주를 팔았다. 상장 당시 해운업 호황으로 주가는 고공행진을 보였지만 이듬해 금융위기 이후 주가는 곤두박질쳤다. 운임지수 역시 하락세를 보였다.

A씨는 "퇴사할 때 퇴직금을 받고 나오는 게 일반적인데 빚을 지고 나와 개인파산을 신청한 직원들이 많다"며 "상장 당시 직원들에게 우리사주를 강제 매각했다. 아직도 회사로부터 대출금에 대한 추심을 받아 재산가압류를 당한 직원들이 더러 있다"고 전했다.

앞서 팬오션은 2013년 6월 법정관리가 개시된 이후 산업은행으로부터 신규자금 2000억원을 지원 받았다. 법정관리를 받으면서 채무를 탕감 받은 팬오션은 지난해 7월 하림그룹이 인수하면서 법정관리를 졸업했다.

이후 팬오션은 지난해 매출액 1조7606억원, 영업이익 2298억원을 달성하며 순항 중이다.

하지만 팬오션의 법정관리는 해운업계에 막대한 후유증을 남겼다. 특히 두 번(1992년, 2013년)이나 법정관리를 신청한 팬오션으로 인해 국내 선사들에 대한 대외 신인도가 크게 추락했다고 업계는 지적한다.

팬오션의 용선주였던 독일의 콘티는 용선료의 20%가량만 돌려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이 해외 선주들과 벌인 용선료 협상에서 난항을 겪은 것도 같은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 선주나 화주들이 국내 선사들과 거래를 잘 하지 않으려고 한다"며 "대한해운, 팬오션 등 무분별한 대형 선사들의 법정관리로 인해 해외 선사들 사이에서는 '회사가 어려워지면 본사를 서울로 이전하면 된다'는 농담이 나올 정도"라고 꼬집었다.

이어 "현재 팬오션이 순항하는 이유는 영업을 잘해서가 아닌 법정관리로 인한 것"이라며 "향후 5년간 수익이 나지 않는다면 그게 이상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인수 당시 감자가 이뤄지면서 소액주주들의 피해도 컸다. 하림그룹은 팬오션을 인수하면서 1.25대 1 감자를 단행했다. 소액주주들은 감자로 팬오션 주주들이 피해를 입게 된다고 반발했지만 법원은 하림의 손을 들어줬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강덕수 전 STX그룹 회장이 인수합병을 잇달아 단행하며 성공신화로 칭송받았지만 결국 부실의 도화선이 됐다"며 "팬오션을 구조조정의 성공사례로 단정 지으면 안된다"고 말했다.

A씨는 "회사의 잘못으로 선의의 피해자가 양산됐다"며 "지금의 팬오션 뒤에는 나와 같은 사람들의 눈물이 있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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