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문일답] 이주열 "물가안정 책임회피 안한다"
[일문일답] 이주열 "물가안정 책임회피 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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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물가안정목표제 운영상황 간담회

[서울파이낸스 정초원기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물가 목표를 변동 허용폭으로 제시하든 단일 수치로 제시하든, 한은이 책임을 회피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이 총재는 14일 오후 소공동 본관에서 '물가안정목표제 운영상황 기자간담회'를 열고 "어떤 방식이든 물가 상승률이 목표 수준에 접근하도록 최선을 다해 통화정책을 운용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다음은 이 총재와의 일문일답.

▲이주열 총재는 그간 물가 목표에 중기적으로 수렴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해왔었는데.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것에 대해 한은이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기도 한다.

=물가안정목표제에 대한 의미를 충분히 이해 못하신 데서 나온 해석이 아닌가 싶다. 물가목표를 범위나 변동 허용폭으로 제시하는 방식은 일반인들이 볼 때 물가 상승률이 항상 목표 범위 내에서 움직이도록 통화정책을 운용해야 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질 소지가 있다.

그렇지만 만약 물가가 주어진 범위 내로 들어가도록 하기 위해 정책을 경직적으로 운용하게 되면 예기치 못한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물가라고 하는 것이 예상치 못한 충격으로 목표 범위를 이탈했을 때, 범위 내로 빨리 회복시키려고 시도하게 되면 예상치 못하게 경제에 변동을 주게 된다.

단일목표제시 방식은 경직적 운용을 지양하고, 경기와 물가의 긴 흐름과 금융안정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며 정책을 운용하겠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 물가 목표를 변동 허용폭으로 제시하든 단일목표로 제시하든, 한은이 책임을 회피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한은은 어떤 방식이든 물가 상승률이 목표 수준에 접근하도록 최선을 다해 통화정책을 운용하겠다.

▲통화정책 기조 변화에 신중을 기하겠다고 하셨는데. 물가상승률이 2%보다 높아졌을때도 통화정책 변화는 없는 건가?

=중기적 시계에서 2%에 수렴시키고자 하는 것이다. 2%에 도달했다고 해서 바로 그 시점을 통화정책의 기조를 정하는 시점으로 이해해서는 곤란하다. 목표를 달성했을 때 그 시점에서의 전반적인 경기 상황, 금융안정, 대외여건, 이런 것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운용하겠다.

▲국제유가는 물가 상승률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나?

=6월 중 유가 하락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0.8%p라고 했다. 하반기에도 여전히 유가는 아마 물가 하락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지만, 내년에는 물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하반기에는 유가가 물가 상승률을 0.5%p 낮추고, 내년에는 유가가 물가상승 요인으로 작용해 0.2~0.3%p 높이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물가의 하방 리스크가 커질 경우에는 줄여나가도록 노력하고, 상방 리스크일 때는 신중을 기하겠다고 했는다. 어떤 의미인가?

=물가안정목표를 상당폭 이탈할 것으로 전망되는 경우, 경기, 금융안정 등 여타 고려 사안이 없다면 상방이든 하방이든 직접적인 대응이 필요할 것이다.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는 스탠스는 아니다.

▲저물가에는 외부 요인이 크다고 했는데. 그렇다면 국내 통화정책으로 조율하는 게 한계가 있다는 뜻인가.

=현재 저물가는 상당 부분이 물가 하락에 기인한다. 통화정책만으로 대응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는 게 분명한 사실이다.

▲일본, 미국 등 선진국들도 물가 관리에 실패하는데, 이들과 비슷하게 우리나라도 중기물가목표를 2%로 잡은 게 안정적인가?

=물가목표를 정할 때는 경제의 기조적인 흐름, 구조 변화, 앞으로 예상되는 경제 상황에 맞는 적정 인플레이션 상황을 종합적으로 감안한다. 우리가 일본보다 성장세가 높지만 2%로 물가 목표를 잡은 것은 우리 경제의 구조와 적정 인플레이션을 종합적으로 감안한 결과다.

▲한은이 물가를 관리할 수 있는 방법은 뭔가?

=한은이 물가안정목표를 위해 쓸 수 있는 것은 기본적으로 금리다. 한은은 2014년과 2015년 금리를 내렸고, 지난달에도 금리를 내렸다. 실물경제의 활성화 뿐만 아니라 물가 목표 관리도 고려했다. 수요 측면에서 물가 하락 압력을 낮출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제유가로 인해 저물가 상황이 이어진다면 물가목표제를 수정할 여지가 있나?

=내년에는 2% 수준에 가까운 상승률이 있을 것으로 본다. 그보다 많이 이탈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지 않았다. 그런 상황이 생기면 그때 가서 생각하겠다. 한번 정한 중기 물가 목표가 예기치 못한 상황으로 이탈한다고 해서 자주 바꾸는 것도 통화정책의 일관성, 신뢰성 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한은이 통화정책 뿐만 아니라 정부와의 협조를 통해 물가에 접근해야 하는 것 아닌가?

=말씀대로 물가에는 통화정책 뿐만 아니라 정부의 다른 정책도 지대한 영향을 준다. 공공요금, 산업정책이 영향을 끼치고, 복지정책도 부분적으로는 물가에 영향을 준다. 물가안정이 한은만의 책임이라는 시각은 잘못됐다. 한은이 물가를 중시하며 통화정책 운용하지만 목표수준에 이르지 못했다고 해서 통화정책에만 책임을 돌리는 것은 합당하지 않다.

다른나라의 예를 들면 정부나 중앙은행이 물가목표를 반드시 지켜야 하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지는 않다. 또 모든 정책을 물가에만 맞출 수는 없다. 그런 측면에서 물가목표제를 이해해야 한다. 기대인플레이션을 관리하고 통화정책의 앵커 역할을 하는 차원에서의 중요성은 이해하지만, 물가목표를 그야말로 모든 것을 제쳐서라도 달성해야 하는 것으로 이해되고 있진 않다. 다만 행여나 물가에 대해 중앙은행의 책임성을 잃었다고 해석하진 말아달라. 설정한 목표 수준으로 물가 상승률이 수렴하도록 통화정책을 펴나갈 것임은 분명히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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