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형' 사모펀드 도입된다…中企 자금 물꼬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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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금, 운용수익률 높은 해외 PDF 투자 '줄줄'

[서울파이낸스 차민영기자] 기업대출과 채권투자를 병행하는 사모부대출펀드(Private Debt Fund, PDF)가 국내 시장에도 선을 보인다. 국내 연기금 등 '큰손'들의 해외 PDF 투자가 활발해지는 가운데 토종 PDF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5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올해 3분기 내로 전문투자형 사모펀드(헤지펀드)의 직접대출을 허용하기 위한 세부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후 올 4분기까지 시행령 개정을 통해 대출형 사모펀드 도입을 조속히 마무리할 방침이다.

당초 국내 사모펀드들은 높은 자금력과 투자기회에도 대출 시장에 대한 접근이 제한됐다. 현행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사모펀드들은 30일 이내의 단기대출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자연스레 사모펀드들은 기업인수목적회사(SPC)를 설립하거나 은행을 통해 간접투자하는 방식으로 PDF 투자에 동참할 수밖에 없었다.

금융위는 이번 규제 완화를 통해 성장성이 높지만 재무구조가 열악한 기업들의 자금조달 물꼬를 틔울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와 함께 헤지펀드와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rivate Equity Fund, PEF) 역시 새 먹거리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현재 국내 등록된 PEF는 총 316개로, 출자약정액은 58조5000억원으로 추산된다.

금융위 관계자는 "일반 중소기업 중에는 성장성이 높지만 은행들의 높은 여신심사기준을 다 채우지 못해 발길을 돌리는 경우가 많다"며 "기업 고유의 가치를 알아보는 대출형 사모펀드들이 원리금과 이자를 약속받고 기업들에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증권업계의 낙관도 이번 방안에 대한 기대를 높이는 한 요인이다. 저금리,저성장 국면 속 리스크 회피심리가 확대되고 있다는 점, PEF 투자 때보다 상대적으로 자금회수기간이 짧다는 점도 매력으로 꼽고 있다. PEF는 회사 주식에 투자해 수익성은 높으나 자금 회수 시 채권 등 안전자산 대비 후순위로 밀린다는 단점이 있다.

실제로 국내 연기금들 사이에서는 해외시장을 중심으로 PDF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추세다. 최근 해외 대체투자 '큰손'으로 부상한 행정공제회는 이달 초 1억1150만달러 규모의 해외 PDF 투자를 결정했다. 행정공제회는 오는 2020년까지 운용자산 대비 대체투자 비중을 30%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국민연금과 함께 3대 연기금을 구성하는 공무원연금과 사학연금도 최근 유럽 PDF 투자 행보에 동참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연기금들의 PDF 투자처가 유럽으로 쏠림현상을 보이는 데는 높은 운용수익률이 주효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2011년 발생한 유럽 재정위기 이후 은행의 자본규제와 유동성규제가 강화되면서 유럽 은행들의 기업 대출 확대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지난 2008년 리먼브라더스사태 이후 미국 투자은행(IB)들의 행보가 둔화되면서 PDF 시장이 활성화된 것과 유사하다. 

다만, 시장 일각에선 PDF에 대한 관리 및 규제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경영난에 부딪힌 기업들이 고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경우 기업과 투자자의 '상생'이라는 취지가 무색해질 수 있다는 관측에서다.

금감원 관계자는 "은행이 맺는 계약에 금융당국이 일일이 제재를 가할 수 없는 것처럼 개별 PDF들의 행보에 대해서도 개별적으로 관리감독을 할 수는 없다"며 "다만, 이후 문제 소지가 생길 경우 행정지도에 나설 방침"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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