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예산 20조 절감 비책?
국가예산 20조 절감 비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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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대통령이 되겠다며 대선레이스를 선두에서 이끌고 있는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이번엔 한나라당의 최고 표밭이라는 대구지역에 내려가 지역 경영인들을 앞에 두고 국가예산을 20조 원 이상 줄일 비책이 있다고 주장했다. 홍준표 의원의 반값 아파트 제안 이후 서민들의 귀가 활짝 열리게 할 신선한 의제임이 분명하다.

그런데 홍 의원의 경우와 달리 이번 이명박씨의 예산 절감론에는 구체적 방안 제시가 없다는 점이 아쉽다. 그는 다만 기업 경영 마인드로 예산편성과 집행절차를 조금 바꾸면 아주 쉽게 줄일 수 있다는 부연설명을 했을 뿐이다. 그는 또 직접적으로 줄일 수 있는 20조 원 외에 간접적으로 줄일 수 있는 것도 많다며 노사문제를 비롯해 국가의 기초질서만 제대로 잡더라도 굉장한 비용을 줄일 수 있고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그는 참여정부의 증세 정책을 ‘지난 4년간 군사작전처럼 세금을 늘렸다’ ‘막대한 예산을 어디에 썼는지 알 수가 없다’ ‘결국 낭비가 많았다는 반증’ 등의 표현을 쓰며 강력히 비판했다. 한나라당이 꾸준히 주장해온 작은 정부를 지향하겠다는 의미일 터이다.
대중강연에서 한 몇 마디 말로 그가 구상하는 절세방안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를 파악하기는 불가능하다. 게다가 구체적 내역을 발표하면 사방에서 시비를 걸 것이라 얘기하지 않겠다고 했으니 더 이상 파악하려 시도해봐야 무망한 일일 성싶다.

다만 예상 가능한 대목들은 있다. 기업경영 마인드를 강조한 만큼 사회적 공존을 위한 비용처럼 경제적 효율성이 떨어지고 실적이 드러나기도 힘든 부분들이 우선 타겟이 될 공산이 커 보인다. 아마도 국민의 정부 이래로 급격히 늘어난 각종 위원회 등 자문기구들이 비효율성의 상징으로 낙인 찍혀 서리를 맞을 가능성이 크지 않을까 싶다. 그간에도 한나라당이 거듭 각종 위원회의 난립을 비난해왔으니 새삼스러울 게 없을 듯하다.

게다가 노사문제를 기초질서 차원에서 다잡아야 한다는 시각은 향후 노사문제를 어떻게 끌고 갈 것인지 그 방향성을 충분히 확인시켜 준다고 보겠다. 만약 이명박씨가 지금의 추세대로 대선까지 밀고가 대통령이 된다면 공무원 노조와의 관계 설정을 과연 어떻게 할지는 특히 궁금하다.

그러나 이 정도로 20조원 예산절감이 가능할 리는 없다. 그렇다면 부득이 복지와 교육까지 손대야 할 게다. 복지와 교육이야말로 효율성과는 거리가 먼 영역이니 기업경영 마인드라면 이 부분이야말로 철저히 손대려 할지 모르겠다.

이명박씨는 서울시장 재직시에도 여러 가지 건설·토목 분야의 일을 벌여왔고 대선 출마를 공식화한 이후 지금까지도 경부운하건설을 비롯해 젊은 부부들에게 5년 내에 내집을 마련하게 해주겠다는 등 건설사에서 잔뼈가 굵은 그의 경력에 걸맞을 관심을 지속적으로 드러냈다. 그 덕분에 한 매체에서는 그의 제안에 대해 한판의 도박에 빗대어 ‘판돈은 크고 따기는 힘든 도박’이라는 표현도 썼다.
청계천 복원을 최대 치적으로 내세우는 그의 서울시장 시절 벌인 은평뉴타운 건설 추진 과정에 대해서는 지금 다른 야당에서 문제를 삼겠다고 벼르고 나섰다. 하지만 그것 아니어도 서울시내 전역을 재개발 열기에 들뜨게 만들만큼 그는 토목·건축에 강한 집념을 보이고 있다. 강북뉴타운 계획이 발표된 초기에는 그 덕분에 문어 제다리 뜯어먹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내 집 가격 오른 것에만 흥분하는 이들도 있었다.

어떻든 과거의 추억에 젖은 세대들 눈에 그의 그런 행보는 경기를 쉽사리 활성화시킬 듯한 환상을 심어주기에 족할 성싶다. 예전엔 건축경기 활성화만큼 경기진작을 위한 즉효처방도 없었으니까.

그 건축경기의 추억 덕분에 경기가 좀 시들하면 부동산시장 살리라고 아우성치고 정부가 부동산 투기억제 대책만 내놓으면 나라 경제 다 죽인다고 게거품을 무는 언론에 힘이 실리곤 하는 게 우리 사회의 일상의 됐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또다시 70년대 블도저식 개발경제의 미약에 취하고 싶어 토목건축에 올인하려는 이를 대선후보 1위로 만들어냈다.

홍승희 기자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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