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이광구 우리은행장에게 '민영화'란?
[기자수첩] 이광구 우리은행장에게 '민영화'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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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이은선기자] "우리은행은 부행장 직책을 다는 것조차 윗선에 연줄이 닿아야 한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사실 당장 민영화가 성사된다고 해도 정부 입김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하반기 은행권 인사폭풍을 앞두고 한 은행 관계자가 남긴 말이다. 우리은행의 지분 매각 검토가 재개된 가운데 4전 5기의 민영화 성사 여부와 더불어 올해로 만료되는 이광구 우리은행장의 임기에 금융권 관심도 집중되고 있다.

이 행장은 민영화 달성을 취임 일성으로 내세우면서 통상 3년 부여되는 임기를 스스로 1년 줄일 만큼 각오를 다잡고 경영을 맡았다.

3명의 그룹장과 7명의 부행장들도 이 행장과 공동 운명체다. 최근 임기가 만료된 채우석 부행장의 임기는 올 연말로 미뤄졌다. 9월 만료되는 여타 부행장 인사도 연말까지 고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우리은행 관계자의 전언이다.

시중은행 중에서는 신한금융지주 회장과 신한은행장의 거취도 내년 3월이면 판가름 날 예정이다. 다만 공적자금 지원 이후 정부 관리 하에 있는 우리은행장 인사의 색깔은 사뭇 다르다. 이사회보다는 사실상 정부의 승인이 필요한 상황이기 때문.

이 행장도 취임 당시 홍기택 KDB산업은행장, 이덕훈 한국수출입은행장과 함께 '서금회(서강대 출신 금융인 모임)'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이후 사외이사에도 정관계 인사가 다수 포함되면서 '관치금융' 우려가 증폭됐지만, 경영 성과로 극복했다는 평가다.

우리은행의 고질적 문제였던 부실채권을 안정화시켜 경영실적을 꾸준히 개선했고, 모바일전문은행 분야에서도 은행권을 선도하고 있다. 경영 성적표를 들고 해외를 직접 뛴 이 행장의 뚝심은 시장 가치를 끌어올렸다. 결국 답보 상태였던 민영화 논의에 불을 지피는 결과를 불러왔다.

비슷한 논란에 휩싸였던 여타 금융인에 대한 평가를 감안할 때 이 행장의 경영 성과는 고무적이다. 금융권에서는 이번 민영화 진행 상황에 따라 이 행장의 연임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 행장의 재임 성과를 감안할 때 지분 매각이 어그러지더라도 연임이 유력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어찌됐든 우리은행이 민영화에 성공한다면 행장 선임 풍경도 사뭇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물론, 정부가 최대 주주 지위를 유지하고, 정관계 사외이사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지분율을 갖게될 복수의 주주들이 그 결정을 견제하고 후보자를 검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 5번째 시도 끝에 민영화를 이루는 우리은행과 함께 여론 앞에 당당한 우리은행장의 선임 과정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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