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착륙과 경착륙의 경계
연착륙과 경착륙의 경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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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잇따르면서 또다시 경착륙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미 부동산 가격의 하락 징후가 나타나는 상황에서 더 이상 금융제재를 가하면 부동산거품이 일순간에 붕괴되며 경착륙할 염려가 있다는 문제제기들인 것이다.

그런데 요즘 경착륙을 말하는 이들이 어느 정도면 경착륙이라고 해야 할지 그 경계를 명확히 하고 말하는 이들은 별로 없어 보인다. 전문가들이야 다르겠지만 언론에서 부동산 가격 상승세만 가라앉을 기미가 보이면 우선 경착륙 우려부터 거론하다보니 일반 국민들 입장에서는 막연히 부동산 가격이 많이 내리면 경착륙이라 부르는 양 단어 사용을 남발하는 경향을 보인다.

본디 비행기의 랜딩에서 차용한 이 경착륙(hard landing) 연착륙(soft landing)이라는 경제 용어는 주로 경기전망을 하면서 사용되기 시작했다. 비행기의 연착륙은 동체에 충격을 주지 않는 매끄러운 착륙을 말하는 것이고 동체에 손상이 갈만큼 큰 충격을 주며 땅에 내렸을 경우 경착륙이라고 부르지만 랜딩 기어에 이상이 생겨 동체 착륙을 하더라도 동체 손상이 최소화되고 인명피해가 없는 경우 굳이 경착륙으로 분류하지는 않는 듯하다.

그렇다면 현재의 부동산 문제에 있어서 경착륙은 어느 수준부터를 그리 부를 수 있을까. 대체로 부동산 거품 붕괴와 더불어 경착륙의 우려를 얘기할 때는 금융시장에 타격이 가해지는 지점을 뜻한다. 즉, 금융시장을 동체로 간주하고 사용되는 용어인 셈이다. 너무 뻔한 상식임에도 불구하고 실제 쓰임에서는 종종 혼선이 빚어지곤 하는 것이 이런 사회경제적 용어다.

그렇다면 부동산 가격이 어느 선까지 떨어지면 금융시장에 타격을 줄 것인가. 그 경계는 대체로 부동산 담보비율 이하로 가격이 떨어질 경우라고 일반적으로 얘기한다. 금융기관이 확보한 담보물의 가치가 대출금액을 밑돌 가능성이 커지면서 갑자기 위험성이 증대되는 단계다. 이 상태가 되면 단순히 금융기관의 위기일 뿐만 아니라 국가 경제 전체의 위기로 이어지기에 그 지점에 이르지 않도록 국가적 차원에서도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
그런 이유로 당국은 DTI를 갈수록 빡빡하게 규제하고 있다. 그런 당국의 조치가 오히려 경착륙을 유도할 것이라는 문제제기도 뒤따른다.

지금 부동산 정책이 경착륙을 유도할 것이냐 아니냐를 놓고 논란이 벌어지는 것도 부동산 가격 하락이 어디까지 이어질 것이냐는 전망과 관련된 것이다. 그렇지만 단순히 가격 하락 그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가격하락의 여파가 금융시장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수준이냐가 논란의 중심 주제다.

부동산 가격거품의 붕괴가 급격히 일어날 경우 금융기관이 미처 시장변화에 대비해 대출금 회수를 못한 상태에서 상황을 맞게 되고 그럴 경우 고객은 상환불능상황에 빠지고 금융기관은 대출금 이하의 가치만 남은 불량물건이 적체될 우려가 생기기 때문이다.

그런데 부동산 가격은 무한정 빠지는 게 아니다. 거품만큼 꺼지는 것이다. 따라서 지금 우리 부동산 가격의 거품이 어느 정도냐를 먼저 판단해야 마땅하다. 그러나 똑 떨어지는 계산이 가능한 일도 아니고 실제 들쳐볼만한 마땅한 연구결과도 발표된 게 없다. 이런 상태에서 저마다 거품을 얼마로 보느냐에 따라 경착륙을 걱정하기도 하고 기우라고 일축하기도 한다.

현재 정부는 경착륙 우려를 부인한다. 이유는 지금 거품 문제가 심각하게 제기된 문제의 부동산들은 서울 강남 일대의 소수 아파트 물량뿐이며 그 아파트들을 담보로 한 대출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이 낙관의 근거다. 언론에선 10여 년 전 일본의 버블 붕괴를 예로 들곤 하지만 당시 일본은 심한 경우 시가의 1백%까지 담보 인정을 했던 지방은행들로부터 문제가 발단됐다.
 
우리는 정부나 은행 스스로가 계속 담보비율을 제한해 왔고 이번에 DTI를 40~60%까지 적용해 위험하지 않다는 것이 정부 전망이다. 물론 상대적으로 느슨하게 규제돼 온 상호저축은행의 담보부 대출에 대해서는 아직 별 얘기들을 하지 않아 안심해도 된다는 것인지 궁금하다.

지금 경착륙을 얘기하는 이들은 DTI 이하로 가격이 내려갈 것을 염려하는 모양이다. 그런 그들이 그동안 부동산 거품이 그다지 심하지 않다고 주장하던 이들이라는 점에서 보기에 좀 이상하다.

홍승희 기자 <편짐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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