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권 신공항] '제3의 안' 정치적 부담 최소화…앞날은 '險路'
[영남권 신공항] '제3의 안' 정치적 부담 최소화…앞날은 '險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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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 공용브리핑룸에서 열린 '동남권 신공항 사전타당성 검토 연구 최종보고회'에서 입지선정 용역을 벌여 온 프랑스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 장 마리 슈발리에 수석 엔지니어가 연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나민수기자] 영남권에 새로운 공항을 짓는 대신 기존 김해공항을 확장하는 방안이 결정되면서 신공항 건설 입지를 둘러싸고 20여년간 이어져 온 논란은 일단락됐다. 하지만 이번 결정을 둘러싼 일부 정치권과 관련 지역민들의 반발이 거세다. 험로가 예상된다.

국토교통부는 2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영남권 신공항 사전타당성 검토 연구 최종보고회'를 열고 '현재의 김해공항을 확장하는 방안이 최적의 대안'이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국토부는 기존 김해공항을 단순히 보강하는 차원을 넘어 활주로, 터미널 등 공항시설을 대폭 신설하고 공항으로의 접근 교통망도 함께 개선하기 위해 총 4조3800억원을 투입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올해 안에 예비타당성 조사를 추진하고 내년 중 공항개발 기본계획 수립에 착수할 예정이다.

이같은 '제3의 안'에 대해 영남권은 크게 반발하고 있지만, 합리적인 선택이라는 긍정적 평가가 많다. 어느 한 쪽을 선택했을 때 떠안아야 할 엄청난 정치적 부담을 최소할 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라는 점에서도 그렇다. '절묘한 선택'이라거나 '솔로몬의 지혜'라는 말도 들린다. 정치권도 여야 모두 수긍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대안으로 선택된 '김해공항 확장' 추진도 많은 난관이 예상된다. 영남권의 반발도 반발이려니와 소음피해와 북쪽의 장애물이라는 태생적 걸림돌이 잠재해 있기 때문이다. 과거 김해공항 확장안에 대해 국토부와 부산시 등이 2002년부터 2009년까지 6차례에 걸쳐 용역을 진행했지만, 소음 피해 등으로 24시간 운영할 수도, 안전성도 확보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었다.

이와관련 서훈택 항공정책실장은 "새 활주로를 건설해도 (새로) 소음피해를 입게 되는 가구는 1천가구 미만으로 파악된다. 주민을 지속해서 설득하겠다"며 "공항이 24시간 운영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운용시간 보다 공항이 어느 정도 수요를 처리할 수 있는 용량을 갖느냐가 문제다. 김해공항을 확장하면 24시간 운영 없이도 영남권 항공수요를 처리할 수 있다고 정부는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앞서 지적했듯이 과거의 6차례에 걸친 용역 결과를 감안할 때 이같은 설명은 웬지 합리적이라기보다는 해명성 '변명'으로 받아들여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영남권 신공항을 학수고대해 온 이해 당사자들에게는 더더욱 그럴 수 밖에 없다.

영남권은 이같은 선택이 내려지자 마자 실망감을 감추지 못한 채 강력 반발하고 있다. '독자추진'이나 '진상조사'같은 극단적 용어가 등장할 정도로 거세다. 결국 정부는 영남권 신공항이 필요하지 않다는 점과 함께 '김해공항 확장'의 문제점도 동시에 설득해야 하는, 일종의 논리적 모순을 극복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제3의 안', 즉 '김해공항 확장'의 갈 길이 가시밭길일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서병수 부산시장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정치적 논리며, 360만 부산시민을 무시한 처사"라며 "김해공항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작된 용역에서 어떻게 또 다시 김해공항 확장 방안이 나올 수 있는 지 이해하기 힘들다"고 비난했다.

이어 "이번 결정으로 정부는 신공항 건설의지가 전혀 없다는 것이 명백하게 드러난만큼 부산시는 시민들에게 약속한 안전하고 24시간 운영 가능한 공항, 제2허브공항으로 가덕 신공항을 만들 수 있도록 전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김영춘·김해영·박재호·전재수·최인호 등 부산지역 의원들은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2011년 가덕도 신공항 무산에 이어 20년 부산 시민들의 노력이 또다시 물거품이 돼 대단히 유감스럽고 실망스럽다"며 "대한민국의 제2관문을 만드는 대규모 국책사업이 심각하게 농단된 결과에 대해 수용할 수 없는 만큼 불공정 용역에 대한 당내 진상조사단을 구성해 진상을 명명백백히 가려내겠다"고 밝혔다.

한편, 1992년 부산시 도시계획에 신공항 유치가 포함되면서 시작된 신공항 건설계획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6년 12월 공식적인 검토를 지시하면서 속도가 붙었다. 국토연구원의 용역결과 남부권의 국제 여객수요가 급격히 늘고 김해공항의 활주로 운항횟수가 2025년 포화 상태에 이르게 돼 새로운 공항을 검토할 필요성이 있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2008년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고 국토연구원의 2차 용역결과 비용대비 편익비율(B/C)이 밀양 0.73, 가덕도 0.7로 나와 두 곳 모두 1을 넘지 못해 경제적 타당성이 낮다는 결론을 내놓으며 신공항 건설이 백지화됐다.

이후 2012년 8월 박근혜 당시 대통령 후보가 신공항 건설을 대선 공약으로 다시 꺼내며 부활했다. 국토교통부는 2014년 '영남지역 항공수요조사연구 용역결과'를 통해 밀양, 가덕도 어느 한 곳에는 신공항이 필요하다고 발표하고 지난해 6월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에 입지선정을 위한 신공항 사전타당성 연구용역을 의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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