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농협銀, 조선사 충당금 어쩌나…자구책 총동원
NH농협銀, 조선사 충당금 어쩌나…자구책 총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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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정초원기자] 국내 해운업에 이어 주요 조선사들의 부실화가 심화되면서 NH농협은행의 발등에도 불이 떨어졌다.

올해 강도 높은 구조조정에 들어가는 조선사들에 조(兆)단위 위험노출액(익스포저)을 보유한 데다, 최근에는 STX조선해양까지 법정관리 절차를 밟게 돼 재무 건전성에 경고등이 켜진 상태다. 이에 따라 '빅배스'(Big bath, 과거의 부실 요소를 대규모로 정리하는 것)를 포함한 자구책 실행이 시급해졌다.

◇ "협동조합 정체성 탓에..."조선사 익스포저 5조원

3일 금융권에 따르면 NH농협금융지주는 조만간 대규모 부실채권 정리를 포함한 자구안을 농협중앙회 이사회 안건으로 올릴 계획이다. NH농협금융 관계자는 "앞서 김용환 회장이 언급했던 빅배스가 주요 내용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아직 이사회 안건으로 올릴 시점은 최종적으로 결정되지 않았지만, 현재 논의되고 있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농협중앙회가 NH농협금융으로부터 받아 왔던 명칭사용료를 깎는 방안도 거론됐지만, 농협금융이 올릴 이사회 안건에는 포함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김병원 농협중앙회 회장은 정례조회에서 "명칭사용료는 협동조합의 정체성으로, 회자될 얘기가 아니다"라며 선을 긋기도 했다. NH농협은행 자구책의 일환으로 거론되는 데 대해 사실상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낸 것이다.

이와 관련 농협금융 관계자도 "농협 사업에 활용하는 재원이라 그 특성상 깎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구체적으로 논의되고 있는 내용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이처럼 NH농협은행이 부실채권 정리에 나서는 것은 최근 조선사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면서 은행권 전반적으로 '충당금 공포'가 번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은행권 내에서도 NH농협은행의 사정이 유독 다급하다. 익스포저는 국책은행 못지 않게 쌓였지만 자본확충은 여느 시중은행처럼 독자적으로 해결해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 시중은행들은 때마다 부실채권을 털고 대기업 지원에서 발을 빼는 등 상황을 대비해왔다. 또 국책은행인 KDB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정부와 한국은행으로부터 대규모 자본확충을 받게 된다. 그에 반해 NH농협은행의 경우 조합원에게 돌아가는 배당금을 고려해 오랜 기간 빅배스를 하지 못해 왔고, 부실채권이 다른 시중은행에 비해 더 많이 쌓였다는 게 NH농협금융 측 설명이다.

▲ 사진=서울파이낸스DB

하지만 최근 조선업 상황이 지속적으로 악화되고 있어 더 이상 손을 놓고 있을 수만은 없는 상황에 처했다. 이미 NH농협은행이 상당 규모의 대출금을 지원한 STX조선해양은 법정관리 절차를 밟게 됐고,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 현대중공업 등 빅3 조선사도 강도높은 구조조정에 돌입하는 모습이다.

나이스평가정보 키스라인(KISLINE)에 따르면 NH농협은행이 이들 조선사에 대해 보유한 익스포저(지급보증 등 포함)는 5조원에 육박하는 규모다. 지난달 말 기준 STX조선해양이 1조3170억원, 대우조선해양이 1조4340억원, 삼성중공업이 1조2720억원, 현대중공업이 971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 '빅배스' 협의 속도…RG 감축에 임금반납까지

결국 NH농협금융으로서는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농협중앙회와 빅배스에 대한 협의를 끝내고 대규모 충당금을 쌓는 게 현재 취할 수 있는 최선책이다. 다만 당장 충당금에 따른 적자로 배당이 끊기는 문제를 중앙회 이사회가 용인할지는 미지수다. NH농협금융은 2013년 2730억원, 2014년 4250억원, 작년 1800억원을 중앙회에 현금배당했다.

NH농협은행이 올해 안으로 선수금환급보증(RG)을 3조원 가량 줄이겠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RG란 통상 조선사가 선박 계약을 할 때 선주로부터 선수금을 미리 받는데, 조선사가 선박을 제때 건조하지 못하거나 중도 파산한 경우 금융기관이 이 선수금을 대신 지급해주는 보증을 말한다. NH농협은행은 올해 연말까지 현대중공업, 현대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 등 현대계열 조선사의 RG 약 2조원, 삼성중공업 RG 약 1조원 등을 줄이기로 했다.

조건부자본증권(코코본드)을 통한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 관리도 지속할 전망이다. NH농협은행은 올해 3000억원 상당의 코코본드를 발행한 데 이어 이달에도 추가 발행할 계획이다. NH농협금융도 최근 금융위원회에 코코본드를 발행할 수 있도록 법률 개정 검토를 요청했다. NH농협은행의 지난 1분기 BIS자기자본비율은 14.27%로 다른 시중은행과 비슷한 수준이지만, 여신 등급 재분류로 부실 여신이 늘어나면 이 지표도 자연히 낮아질 수밖에 없다.

아울러 지난달부터는 자구책의 일환으로 농협중앙회와 NH농협금융지주, NH농협은행 간부 사원 위주로 임금 반납을 시작했다. 1분기 충당금으로 손실이 발생한 것을 감안해 부장급들이 기본급의 10% 반납하기로 한 것. 보험사와 증권사 등 계열사들도 자율적으로 참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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