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지원' 빠진 농협 信經분리 청사진
'정부지원' 빠진 농협 信經분리 청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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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식명칭 농업협동조합중앙회. 농촌 지역별 단위농협과 도시인들이 접할 수 있는 금융점포나 대형 유통점이 한 그림 안에 들어오기는 쉽지 않다. 그런 광범위한 조직망을 가진 농협이 오랜 동안 신경분리를 거론해왔지만 거의 진전을 보지는 못했다.

중앙회 회장 선거 때면 단골메뉴로 등장하는 공약이 신용사업 분리였던 것은 언제부터인지 잘은 모르겠으나 개인적 기억으로도 족히 30년은 넘었다. 당시 신용사업 분리를 거론한 표면적 이유는 농업과 금융은 매우 이질적인 부문이어서 독립 운용을 해 신용사업의 이익을 늘린 후 농업부문을 지원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것이었다.

어떻든 오랜 세월 때마다 되풀이되듯 분리론이 거론돼 왔음에도 불구하고 며칠 전 농림부차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농협신경분리위원회가 농림부에 제출한 건의안에 따르면 농협중앙회의 신경분리문제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 앞으로 15년 내에 완료한다는 청사진으로도 그리 보이지만, 그때까지 온전히 분리하려면 최대 13조7,000억 원의 자본금을 확보해야 한다는 전망에 이르면 아직 멀었다는 인상이 더 깊어진다.
 
신경분리위원회는 농협이 매년 일선조합 출자금 2,812억 원, 중앙회 자체이익잉여금 5,438억 원 등 총 8,250억 원씩을 적립해 필요자본을 스스로 마련하도록 권고했다. 협동조합의 정체성과 자율성 유지를 위해 정부가 출자하지 않는다는 방침 하에 자체해결을 전제로 한 방안이다.

그런데, 이번 건의안 내용을 보면 몇 가지 걸리는 대목이 있다. 협동조합의 정체성과 자율성을 얘기하며 정부 출자를 부정하지만 처음 조직을 만들 때부터 정부 주도로 시작된 농협을 막대한 자금이 소요되는 현 단계에서 갑자기 내팽개치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더욱이 지금은 한미 FTA 협상으로 농촌사회의 위기감이 극도로 팽배한 상황임을 감안하면 정치적으로도 그다지 현명한 판단은 아닐 성 싶다. 농업위기라는 말이 공공연히 사용되는 상황에서 농림부차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위원회가 내놓은 안치고는 너무 무신경하고 안일하다는 느낌을 갖게 된다.

또 하나 걸리는 문제는 농협 내부적인 분위기제다. 솔직히 같은 금융기관이라 해도 농협 창구에 가서 일처리를 하다보면 다른 상업은행들과 달리 종종 답답하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금융기관 창구 직원들의 분위기가 관청에서 뻣뻣한 공무원들의 세월아 네월아 하는 업무태도를 보는 듯하다. 하기는 요즘은 공무원보다 공기업 직원들이 더 뻣뻣해 보일 때가 있다.

게다가 창구직원들은 제대로 훈련되지 못해 종종 미숙한 일처리로 손님들이 짜증내는 소리가 들린다. 그 이유의 하나는 농협중앙회 산하 점포와 단위조합 점포 간에 뭔가 네트워크가 원활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을 들었다. 단위조합만 해도 축협조합, 원예농협 등 다양한 조직이 외환위기 이후 하나로 엮였으나 아직도 어수선해 보인다.

하지만 고객 입장에서는 마냥 황당할 뿐이다. 이용 고객 입장에서는 단지 금융기관 ‘농협’을 찾을 뿐이지 그 안에서 중앙회 산하 점포인지 단위조합 점포인지를 구분할 이유는 없지 않은가. 그런데도 고객 불만에 무심한 창구직원이라도 만날라치면 농협의 독립적 경영만으로 과연 지금 제시하는 효율성과 이윤을 창출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

농협의 신경분리는 분명 효율성 없이 그 무엇도 생존할 수 없는 시대의 불가피한 선택이다. 그러나 분리를 통해 진정 효율적인 금융기관으로 거듭나려면 마땅히 농협의 주인이 돼야 할 농업인들과 이용고객이 될 다수의 금융소비자들로부터 확실한 감시 감독을 받을 시스템부터 갖춰 스스로 긴장을 풀 수 없는 상황을 조성해야 한다.

농협은 금융기관으로서 많은 특장점을 갖고 있다. 농촌 구석구석 점포망을 갖고 있다는 점이 그렇고 대형 금융기관으로 은행과도 경쟁적 위치에 서지만 공제부문을 통해 보험과도 경쟁할 수 있는 특출한 장점을 갖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랜 타성을 털어내고 글로벌시대의 민첩한 서비스에 경쟁력을 갖기 어려울 것이다. 긴장감이 떨어지는 조직은 활력도 줄어든다.
 
홍승희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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