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銀, 조선·해운 위험노출액 '41조원'…충격파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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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개 업체 은행권 익스포저 54조…특수은행 76.4% 집중

[서울파이낸스 정초원기자] 정부가 해운·조선업 구조조정에 우선 집중하겠는 입장을 밝히면서, 이들 업종에 상당 규모의 여신을 쌓은 은행권을 중심으로 충격파 우려가 불거지고 있다.

29일 나이스신용평가 신용평가본부에 따르면 국내 해운업과 조선업의 주요 5개 업체(현대상선·한진해운·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현대중공업)의 은행권 익스포저는 총 53조9087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KDB산업은행, 수출입은행, NH농협은행 등 특수은행의 익스포저 규모만 41조1842원으로, 전체의 76.4%를 차지했다.

금융권에서는 아직 구조조정이 본격화되지 않은 조선업의 은행권 익스포저가 해운업보다 크다는 점이 문제로 꼽힌다. 실제로 지난달 조건부 자율협약에 들어간 현대상선(6822억원)과 최근 자율협약을 신청한 한진해운(1조636억원)의 익스포저 규모는 빅3 조선사(52조1629억원)와 비교하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이와관련 최근 이대현 산업은행 부행장은 "현대상선에 대한 충당금은 이미 반영했고, 해운에 대한 흡수 여력은 아직 충분하다"며 "문제는 앞으로 구조조정이 진행될 조선사"라고 밝히기도 했다. 

특수은행 중에서도 수출입은행은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에 대해 각각 6조원대의 익스포저를 갖고 있다. 올해 중소형 조선사까지 구조조정에 들어갈 경우 3월 말 기준 9.8%까지 떨어진 BIS자기자본비율이 어디까지 떨어질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산업은행도 수출입은행에는 못미치지만 각각 2조3982억원, 9982억원의 익스포저를 보유한 것은 마찬가지다.

NH농협은행의 경우 국책은행은 아니지만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못지 않게 중소형 조선사를 지속적으로 지원한 탓에 올해 충당금 폭탄이 우려되는 대표적인 경우다.

이미 NH농협은행은 올 1분기 창명해운에 1944억원, STX조선에 413억원, 현대상선에 247억원의 충당금을 쌓으며 전년 동기대비 61.9% 증가한 3328억원의 충당금 전입액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당기순이익도 작년 동기보다 64.2% 감소한 322억원에 그쳤다. 여기에 최근 창명해운의 법정관리 신청으로 인해 올해 쌓을 충당금은 더 급격히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NH농협은행 관계자는 "농협은행 특성상 일반 시중은행들처럼 털고 나오기도 쉽지 않다"며 "차라리 적자를 내더라도 충당금을 쌓아 정리해버리는 게 낫지 않냐는 얘기를 할 수도 있지만, 농민들에 대한 배당 문제가 걸려 있어 그조차도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물론 과거 리스크에 대한 대비를 제대로 하지 못한 책임도 있지만, 특수은행이라는 여건도 무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은행들의 건전성 악화 우려가 꾸준히 제기되자, 최근 정부가 국책은행 자본확충에 나서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특히 한국은행의 출자와 정부 재정에서 충당하는 방안 등이 다양하게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국민들의 혈세를 투입해 기업구조조정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한국은행이 출자를 진행할 경우 한은 정체성에 위배되는 사례를 남긴다는 점에서 갑론을박이 많을 것이고, 정부의 재정을 동원하는 것도 여러 논란이 있을 수 있다"며 "다만 국책은행 건전성에 문제가 생기면 국가 경제적으로 더 큰 위험에 처하고, 결국 그 여파는 국민들에게 돌아간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혁준 나이스신용평가 신용평가본부 금융평가1실장은 "현재까지는 조선, 해운 등 취약 업종에 대해 KDB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특수은행이 여신 지원을 해왔다"며 "앞으로 부실 업종이 더욱 확산되면 BIS자본비율 유지에 대한 부담으로 추가적인 지원에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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