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 현대상선·한진해운, 용선료 협상 이후는?
'벼랑 끝' 현대상선·한진해운, 용선료 협상 이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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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서울 연지동 현대그룹 빌딩 정문, 서울 여의도 한진해운 빌딩 (사진=서울파이낸스DB, 한진해운)

[서울파이낸스 황준익기자] 정부가 현대상선과 한진해운 합병 가능성에 선을 그으면서 두 해운사의 생존 여부는 온전히 채권단의 손에 넘겨졌다.

채권단의 요구 사항을 충실히 이행해야만 법정관리를 피할수 있는 만큼, 두 해운사는 정부가 요구한 '용선료 협상'에 사활을 거는 모습이다. 하지만 이들 해운사가 용선료 협상을 통해 재기의 발판을 마련하더라도 세계 해운 얼라이언스 재편이라는 또다른 복병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 채권단 판단의 핵심변수는 '용선료'

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26일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해운업 구조조정의 경우 용선료 협상이 핵심"이라며 "용선료 협상이 이뤄지지 않으면 그 이후 구조조정 과정 자체가 무의미하다"고 잘라 말했다.

용선료는 선주로부터 선박을 빌리는 가격으로 해운업 수익성 악화의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이 용선료 협상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할 경우 법정관리도 불사하겠다며 압박 수위를 높여가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은 지난해 용선료 지불액(해운동맹 선복교환료 포함)만 각각 1조8793억원, 2조6202억원에 달한다. 채권단 입장에서는 조 단위의 용선료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경우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의 지원'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일단 용선료 협상에서 한발 앞서나가는 쪽은 현대상선이다. 현대상선은 지난 2월 말부터 해외 22개 선주와 용선료 협상을 벌이고 있다. 이달까지 마치는 것을 목표로 후속협상에 나서고 있지만 정부가 다음달 중순까지로 시한을 못 박은 만큼 더욱 긴박해졌다.

현대상선 측은 "아직 결과가 나오지 않았지만 협상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고 전했다. 한진해운도 용선료 관련 구체적인 계획을 담은 추가 자구안을 마련 중이다.

한종길 성결대학교 동아시아물류학부 교수는 "현대상선의 용선료 협상은 인하폭의 문제일 뿐 조정은 가능할 것"이라며 "선주사도 협상을 거부하면 큰 이득이 없다. 업황 침체로 장기 고객을 잃는 리스크뿐만 아니라 용선료를 한 푼도 못 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업계는 현대상선의 협상 결과가 한진해운의 협상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현대상선의 협상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 '해운 얼라이언스' 또다른 복병?

하지만 용선료 협상만으로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용선료 인하를 통해 채권단의 자금지원을 이끌어내더라도 추락한 경쟁력을 회복하지 못할 경우 재차 위기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무엇보다 세계 해운 얼라이언스 재편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최근 글로벌 선사들 간의 인수합병으로 해운 얼라이언스가 '1강3중'에서 '2강2약' 체제로 재편됐다. 싱가포르 선사 APL을 인수한 프랑스의 CMA-CGM은 중국 코스코(COSCO), 홍콩 OOCL, 대만 에버그린 등과 '오션'이란 새로운 해운 얼라이언스를 결성해 내년 4월 출범키로 했다. 세계 1위 해운사 덴마크의 머스크가 속한 '2M'과 양강체제를 이루게 됐다.

반면 한진해운과 같이 속해있었던 코스코와 에버그린이 빠져나갔다. 현대상선도 같은 처지다.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은 2강 체제에 끼지 못했고, 현재 속해있는 얼라이언스에서 퇴출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는 상태다.

다만 용선료 협상이 원활히 마무리될 경우 이같은 문제가 함께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용선료 인하로 부채를 해결하고 자율협약에 들어가면 타 해운사로부터의 신뢰가 회복될 수 있다는 것.

해운업계 관계자는 "새 얼라이언스를 형성할 때 '들어오는 선사가 얼마나 도움이 될 것인가'를 쟁점으로 삼는다"며 "내년부터 본격 얼라이언스가 힘을 발휘하는 만큼 아직 속단하기는 이르다"고 말했다.

이어 "용선료 협상 여부에 따라 얼라이언스 문제 해결 방안의 윤곽이 드러날 것"이라면서도 "모든 초점이 용선료 협상에만 맞춰져 있는데 해운 얼라이언스 재편은 앞으로의 해운사 영업과 직결되기 때문에 결코 만만하게 봐서는 안 될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편, 정부는 해양수산부와 얼라이언스 내 잔류를 적극 지원하겠다는 방침이다. 해수부·금융위원회·산업은행 등 관계기관은 공동테스크포스(TF)를 구성해 얼라이언스 재편 논의 동향을 파악하고 지원방안 강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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