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협약 신청' 한진해운, 해운동맹 '어쩌나'
'자율협약 신청' 한진해운, 해운동맹 '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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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진해운 주요 기항지 중 하나인 미국 롱비치 터미털. (사진=한진해운)

'2强 체제' 해운 얼라이언스서 빠질 경우 자율협약 무의미

[서울파이낸스 황준익기자] 글로벌 선사들 간의 인수합병이 잇따르면서 국제 해운 얼라이언스(해운동맹)가 '2강 체제'로 재편됐다.

유동성 위기에 빠진 한진해운은 2강 체제에 끼지 못했다. 지난 25일 자율협약을 신청한 가운데 해운 얼라이언스 재편 과정에서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할 경우 퇴출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26일 한국선주협회에 따르면 싱가포르 선사 APL을 인수한 프랑스의 CMA-CGM은 중국 코스코(COSCO), 홍콩 OOCL, 대만 에버그린 등과 '오션'이란 새로운 해운 얼라이언스를 결성해 내년 4월 출범키로 했다.

기존 국제 해운 얼라이언스는 크게 4개로 구성돼 있었다. △1, 2위 선사인 덴마크의 머스크라인(MSK)과 스위스의 MSC 등이 속한 '2M' △한진해운, COSCO 외 4개 선사가 속한 'CKYHE' △현대상선, APL 외 5개 선사가 속한 'G6' △CMA-CGM, 차이나쉬핑컨테이너라인(CSCL)이 속한 'O3' 등이다.

지난해 기준 4대 얼라이언스의 시장 점유율은 2M 28.7%(568만7000TEU(1TEU: 20피트 컨테이너 1대)), CKYHE 16.9%(335만1000TEU), G6 17.6%(348만5000TEU), O3 15.2%(301만5000TEU)다.

해운 얼라이언스는 운임과 운송조건 등을 선사들 간 담합하는 '국제 카르텔'이다. 얼라이언스에 속하지 못하면 해운사 운영은 어려워진다.

이번 오션이 결성되면서 해운 얼라이언스는 기존 '1강 3중' 체제에서 '2강 2약'으로 재편됐다. 한진해운이 속해있던 'CKYHE'에서 코스코와 에버그린 등이 빠져나갔다.

지난 2월 중국 국적선사인 코스코는 CSCL의 컨테이너부문을 흡수 합병해 '차이나코스코쉬핑그룹(CCSG)'을 설립했다. 코스코는 지난해 10월 기준 선복량 순위에서 86만8000TEU로 6위, CSCL은 69만6000TEU로 7위다. 이번 합병으로 거대 선사로의 성장 발판을 마련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 관계자는 "얼라이언스 체제의 변화에 머무르지 않고 합병을 주도한 CMA-CGM와 코스코의 경쟁력 강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2강'인 2M과 오션에 속하지 못한 한진해운에게는 타격이 불가피하다. 전 세계 물동량 대부분이 해운 얼라이언스가 차지하고 있는 가운데 머스크, CMA-CGM 중심으로 선사들이 뭉칠 경우 세계 해운시장에서 소외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시장지배력 강화를 위해 모인 해운 얼라이언스가 최근 글로벌 선사들 중심으로 새로운 틀을 짜고 있다"며 "새 얼라이언스를 구축할 때 '들어오는 선사가 얼마나 도움이 될 것인가'를 쟁점으로 삼는다. 한진해운이나 현대상선 경우 재무상태가 어려워 파트너로서의 매력이 없다"고 말했다.

▲ 해운 얼라이언스 시장 점유율. (표=한국해양수산개발원)

한진해운이 해운 얼라이언스에서 소외될 경우 자율협약도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법정관리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현대상선 수준의 강력한 자구안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상선은 현정의 회장의 사재출연, 현대증권 매각, 용선료 협상 등 자구 노력을 진행했다.

업계에서는 용선료 인하를 해결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한진해운은 이달 기준 선대 151척 중 사선 60척, 용선 91척을 보유하고 있다. 컨테이너선 95척(사선 37척, 용선 58척), 벌크선56척(사선 23척, 용선 33척) 등이다. 한진해운의 올해 추정 용선료는 9288억원에 달한다.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용선료 인하 협상에 적극 나서는 게 중요하다"며 "부채의 주원인인 용선료 문제를 해결하면 해운사의 신뢰가 회복돼 동맹 가입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이어 "대형 컨테이너선 확보가 부족한 국내 해운사들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지원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김영석 해양수산부 장관은 지난 2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해운동맹 재편 관련 대책회의를 주재했다. 김 장관은 "3개 얼라이언스로 축소 재편될 것으로 추측된다"며 "얼라이언스 재편에 따라서 양대 국적선사 뿐 아니라 국내 해운 항만 물류 전반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내년 초부터 새로운 얼라이언스가 출범할 것으로 보이는데 긴밀하게 협력하고 모니터해 대응을 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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