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한국경제 '上高下低'…성장률 견인카드 있나
올해 한국경제 '上高下低'…성장률 견인카드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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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민간연구기관, 올 성장률 2% 중후반 줄줄이 하향
수출 부진에 투자·소비심리 위축…부동산 둔화 가시화

[서울파이낸스 이은선기자] 대내외 연구기관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대 중후반 수준으로 연달아 낮추고 있다. 올해도 수출 악화 추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부동산·소비 진작책 효과마저 소멸되면서 내수 역시 부진할 것이란 우려가 반영됐다. 이에 올 하반기에는 2% 초반까지 성장률이 하락할 것이란 '상고하저' 전망이 주를 이루고 있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LG경제연구원과 한국금융연구원은 20대 총선을 마무리한 직후인 지난 14일 일제히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발표했다. LG연은 지난해 발표보다 0.2%p 낮춘 2.4% 수준으로, 금융연은 종전보다 0.4%p 낮춘 2.6%로 내려잡았다.

앞서 국제통화기금(IMF)도 지난 12일(현지시간)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0.2%p 하향한 3.2%로 낮추고, 한국의 성장 전망 역시 0.2%p 낮춘 2.7%로 수정한 바 있다. 지난해 우리 경제가 2.6%의 성장률을 기록한 점을 감안하면, 상반기부터 지난해 수준을 밑도는 성장세가 점쳐지고 있는 것이다.

◇'마이너스 수출'에 내수 활력 약화…부동산도 기대難

특히 올해 성장률 전망이 어두운 이유는 하반기 경기 여건이 상반기보다 어려울 것이란 전제 때문이다. 상반기 지표에는 지난해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타격대비 기저효과와 개별소비세 인하 연장 등의 정책 효과가 반영되지만, 하반기엔 수출 부진에 내수 둔화 역풍도 가세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실제로 LG연은 올 상반기 성장률은 2.7%, 하반기는 2.2%로 내다봤다. 금융연 역시 상반기는 2.9% 수준의 성장을 기대했으나, 하반기 성장률은 2.2%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통상 중장기 성장 전망을 낙관적으로 잡는 한국은행의 경우도 올 1월 경제전망을 통해 상반기에는 3.1%, 하반기에는 2.9%의 성장률을 전망해 '상고하저' 양상을 점쳤다.

일단 글로벌 경기 둔화와 함께 악화된 수출 여건은 올해도 지속될 전망이다. 선진국 수요 둔화와 중국 등 신흥국 설비투자 위축에 글로벌 과잉공급 현상까지 맞물리는 구조적 난항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올해 수출은 1분기에만 전년동기대비 18% 급감했다. LG연의 경우 올해 통관수출이 6% 감소, 금융연은 3.9%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내수 경기 활력도 하반기에는 점차 약화될 수밖에 없다. 올해 들어 국제유가가 다소 회복세를 보이면서 지난해처럼 교역조건 호조 수혜를 입은 가계의 실질구매력 증대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 수출 경기 부진은 고용과 가계 소득에도 부정적 여파를 미친다. 주택경기 상승세도 멈추면서 건설투자 증가세도 다소 둔화될 전망이다.

추가경정예산 편성과 개별소비세 인하 효과로 올 초까지 증가했던 민간소비의 경우 정책 효과 소멸과 2%대 성장 고착화 우려를 반영해 활력을 이어가기 어려울 전망이다. 기업 역시 수출 환경 악화와 금융시장 불안까지 겹치면서 설비투자보다는 비용 절감에 주력할 가능성이 높다.

◇韓銀, 성장률 2% 후반대 하향 수순…3월 '회복조짐' 주시

이같은 환경을 반영해 한국은행도 오는 19일 금융통화위원회 이후 수정경제전망을 통해 올 성장률 전망치를 2% 후반대로 하향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 1월 전망 당시에는 연간 3.0%의 성장을 점쳤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달 말 기자간담회를 통해 "1~2월 수출부진 지속과 내수회복세 둔화로 1분기 성장세가 예상보다 다소 약화됐다"며 성장률 3% 하회 가능성을 내비쳤다.

다만 한은은 최근 수출 감소세 약화, 심리 반등과 같은 경기 회복 조짐에 주시할 전망이다. 이를 기반으로 4월 기준금리 역시 동결 기조를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3월 수출은 전년동월대비 8.2% 줄어 넉달 만에 한자리수의 감소세를 기록했다. 소비자심리지수도 3월 들어 전월대비 2p 오른 100을 기록해 4개월 만에 소폭 반등했다.

이 총재도 "국제유가가 상승하면서 국제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줄어들고 소비자심리지수가 3월에는 소폭 반등하는 등 향후 경기 상황에 대한 우려가 완화되고 있다"며 "수출 감소세도 축소되고 있는 만큼 2분기 이후 성장경로가 중요한 상황"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낸 바 있다.

정성윤 현대선물 연구원은 "경제 회복의 지속성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많은 상황이지만 일단 3월 경제지표가 회복세를 보인 만큼 한은도 최근의 매파적 기조를 반영해 관망의 입장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며 "성장률 전망치도 1~2월 지표 악화를 반영해 2.8% 수준으로 하향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20대 총선의 여소야대 결과로 '한국판 양적완화'와 추경카드 등 정부가 의도한 경기부양 정책 여력이 크게 제한되면서 추가 금리 인하에 대한 경계감이 여전히 높다는 분석도 있다. 4월 금통위 직후 임기를 시작하는 4인의 금통위원이 대부분 국책연구기관 출신인 데다 유일호 부총리도 12일(현지시간) 블룸버그와의 인터뷰를 통해 "한국의 금리 수준이 다른 나라에 비해 높은 수준"이라며 "두가지 수단을 쓸 여지가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추경과 금리 인하의 재정·통화정책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된다.

김진성 우리금융경영연구소 경제연구실장은 "이번 금통위는 총선 직후인데다 금통위원 교체 시점에 열려 지켜보자는 의견이 우세하겠지만, 2분기 지표 상황에 따라서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은 열려있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는 "이번 선거 과정에서 한은의 완화적 통화정책 방편에 대한 논의가 많이 진행됐고, 경기가 부진한 상황인 만큼 미 금리 인상 시점으로 거론되는 6월 이전의 금리 인하의 필요성이 높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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